고등부 국어 자료

[고전 운문] 오륜가 원문 및 해설

여기가로두스 2015. 12. 10. 02:13



사람 사람마다 이 말슴 드러사라

이 말삼 아니면 사람 아니니

이 말삼 닛디 말오 배호고야 마로리이다              [1]

 

아버님 날 나시고 어마님 날 기라시니

父母(부모)옷 아니시면 내몸이 업실낫다

이 덕을 갑하려 하니 하날 가이 업스샷다             [2]

 

죵과 항것과랄 뉘라셔 삼기신고

벌와 가여미아 이 뜨들 몬져 아이

한 마암애 두 뜯업시 속이디나 마옵새이다           [3]

 

지아비 밧갈 나간 대 밥고리 이고 가

飯床(반상)을 들오대 눈섭의 마초이다

진실노 고마오시니 손이시나 다라실가                [4]

 

늙으니난 부모 갓고 얼운은 형 가타니

가탄대 不恭(불공)하면 어대가 다랄고

날노셔 마지어시단 절하고야 마로리이다             [5]

● 전문 풀이

[1]

모든 사람들은 이 말씀(삼강오륜의 말)을 들으려므나,

이 말씀이 아니면 사람이면서도 사람이 아닌 것이니,

이 말씀을 잊지 않고 배우고야 말 것입니다.

[2]  

​아버님이 날 낳으시고 어머님이 나를 기르시니

부모님이 아니셨더라면 이 몸이 없었을 것이다.

이 덕을 갚고자 하니 하늘같이 끝이 없구나.

[3] 

​종과 상전의 구별을 누가 만들어 내었던가

벌과 개미들이 이 뜻을 먼저 아는구나.

한 마음에 두 뜻을 가지는 일이 없도록 속이지나 마십시오.


[4]

 남편이 밭 갈러 간 곳에 밥 담은 광주리를 이고 가서,

밥상을 들여 오되 (지아비의) 눈썹 높이까지 공손히 들어 바칩니다.

(남편은) 진실로 고마우신 분이시니 (삼가고 조심해야 할) 손님을 대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5]

 늙은이는 부모님과 같고, 어른은 형과 같으니,

이와 같은데 공손하지 않으면 (짐승과) 어디가 다른 것인가.

나로서는 (노인과 어른들을) 맞이하게 되면 절하고야 말 것입니다.

● 해설 및 감상

이상의 5수(首)의 시조는 유교 사상(儒敎思想)을 노래하여 무척 유교적 이념이 강하게 드러난 교훈적이고도 도덕적인 설교가 많은 일명(一名) 오륜가(五倫歌)라 하는 것들이다.

[1] 오륜가의 서시(序詩)로서 삼강 오륜(三綱五倫)을 모르면 사람이 아니라고 하여 앞으로 전개될 시조들의 성격을 암시하고 있다.

 

[2] 오륜의 부자유친(父子有親)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초장에서 부생모육지은(父生母育之恩)을 노래하고 종장에서 부모의 은혜가 끝이 없음을 노래하여 훗날 정철의 '훈민가(訓民歌)'와 거의 비슷한 내용을 이루고 있다.

[3] 오륜의 군신유의(君臣有義)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이 작품에서의 '종'은 '백성'을, '상전'은 ‘임금’을 가리키고 있는 듯하다. 곧 군신(君臣)의 관계는 하늘이 맺어준 것인 바 이것은 마치 벌이나 개미가 여왕벌이나 여왕개미를 중심으로 충성을 다해 일함과 같은 것으로 보아, 신하는 임금에 대해 두 마음을 가지는 일이 없이 충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4] 오륜에서 부부 유별(夫婦有別)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아내는 남편을 하늘처럼 정성과 공경스런 마음으로 언제나 손님 대하듯 하라는 교훈성이 깃든 시조다. 중국 후한(後漢) 때 양홍(梁鴻)과 그의 처 맹광(孟光) 사이의 거안 제미(擧案齊眉 : 상을 들되 눈썹과 가지런히 되게 높여 든다)라는 고사를 인용하여 남편 섬기는 도리를 얘기하고 있다.

[5] 오륜의 장유유서(長幼有序)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웃어른을 부모와 형같이 공손하게 모셔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주세붕 이외에 박인로, 김상용 등의 오륜가가 있으나 이것들은 모두 문학적인 맛은 거의 없고 단지 유교적인 교훈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라 할 수 있겠다.


● 핵심 정리

◁ 작자 : 주세붕

◁ 출전 : <武陵續集(무릉속집)>

◁ 종류 : 연시조

​◁ 성격 : 교훈가

◁ 제재 : 오륜(五倫)

​◁ 주제 : 삼강 오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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