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부 국어 자료/수능 국어 대비

[고전소설] 도미설화 (전문 및 해제)

여기가로두스 2015. 11. 7. 00:20


도미설화

도미는 백제(百濟)의 사람이다. 비록 소민(小民)이라도 의리는 알았다. 그 아내가 아름답고도 절행(節行)이 있어서 사람들이 칭찬하였다. 개루왕이 듣고 도미를 불러 말하되 "대게 부인의 적이 정결하다 하나 만약 으슥한 곳에서 잘 꾀기만 하면 마음이 변할이 많다." 도미 가로되 "사람의 마음은 헤일 수 없사오나 신의 아내는 죽은 망정 딴 뜻은 없소이다." 왕이 시험하고자 하여 도미를 멈추어 두고, 한 근신(近臣)으로하여 왕의 의복을 입히고 말을 태워 그 집에 이르러 그 집 사람에게 먼저 왕이 왔다하고, 그 아내에게 이르되 "내 오랬동안 네 예쁘다는 말을 듣고 도미와 더불어 내기를 하고 왔노라 내일은 너를 들여 궁인(宮人)을 삼아 이후로는 나의 소유가 되리라" 하고 드디어 어지러이 하려 한대, 그 아내가 가로되 "왕의 말씀을 내 어찌 어기리까 대왕께서는 먼저 방으로 드소서. 나는 옷을 갈아 입고 오리라." 그리고 한 비자(婢子)를 단장(丹裝)하여 들이었다. 왕이 그 뒤 속을 줄을 알고 크게 노하여 도미의 두 눈을 빼어 내 보내어 배에 태워 강에 띄웠다. 그리고 그 아내를 붙들고 놀려하매 가로되 "내 이제 남편을 잃고 다만 한 몸으로서 누구를 의지하리까. 더구나 대왕에게 어찌 어기리까. 마침 몸이 더러웠으니 다음에 목욕을 하고 오리이다." 왕이 믿고 말았다. 그 아내는 문득 밤에 도망하여 강에 이르러 통곡하였다. 별안간 배 하나가 이르러 타고 천성도에 가서 그 남편을 만나 고구려(高句麗)로 가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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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제 포인트

작자 미상

▶ 갈래 : 열녀 설화(烈女說話), 민담

▶ 성격 : 교훈적

▶ 문체 : 설화체, 역어체

▶ 주제 : 여성의 정절 의식

▶ 내용: 포악한 왕의 유혹과 탄압에도 부부의 의를 지킨 도미의 비극적인 이야기

▶ 의의: 1. 열녀 설화의 원형이다. 2. 민중의 긍정적인 인간관을 보여주는 설화이다.

 출전 : {삼국사기} 권 48 열전 제 8 '도미(都彌)'

▶ 참고 : 박종화의 [아랑의 정조]는 이 설화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이해와 감상

도미 설화는 여자가 남편을 위하여 정절을 지킨 것을 내용으로 한 열녀 설화이다. 후대에 열녀를 제재로 한 무수한 설화의 한 원형을 이룬다. 이 설화의 특징은 설화의 등장 인물인 도미 부부와 개루왕의 성격이 당시의 사회적 사정을 반영하고 있고 서민이 권력의 침해를 받는 모습이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흔히 흥미 위주로 서술되는 설화에서 이와 같은 양상은 매우 드문 경우에 속한다.

도미 부부는 상사람(조선 중기 이후에, 양반 계급 이와의 신분이 낮은 평민을 이르던 말)이지만 의리를 아는 인물들로 설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도미의 처는 절행이 뛰어나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는 인물이다. 이에 대해 왕은 도미 아내의 미덕이 우연일 뿐 의지적인 것이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져 그 여부를 시험하고자 한다. 여기서 권력의 횡포가 서민들의 생활을 침해하는 양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 횡포에 맞서 도미는 아내에 대한 인간적 신뢰를 보여 주며 아내 또한 시험에 들었지만 슬기로 어려운 처지를 벗어난다. 그러나 바로 이 슬기로운 대처가 바로 왕의 분노를 산다. 왕은 자신의 행위가 지닌 도덕적인 의미를 가늠하기 전에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에 분개하여 도미의 눈을 뽑고 아내를 어지럽히려 한다. 이에 대해 도미의 아내는 또다시 슬기롭게 빠져나와 남편과 함께 고구려로 도망가 살았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이 설화는 열녀의 절개를 강조할 뿐만 아니가 민중의 건강한 삶의 윤리와 이를 침노하는 권력의 횡포를 대비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대 설화로서 특이한 성격을 지닌다. 열녀설화는 주인공의 정절을 지키지 못하게 하는 장애가 있어야 하고 그 장애를 극복하거나 극복하지 못하는 과정이 흥미를 끌어야 하는데 이 설화에서는 당대의 사회가 지닌 핵심적 모순을 그 장애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한 의의를 지닌다.



■학습 자료

삼국사기(三國史記) 고구려, 신라, 백제 삼국의 역사서로 총 50권. 저자(김부식)가 최산보(崔山甫), 정습명(鄭습등 사관(史官)의 보조를 받아, 당시 남아 있던 국내 사료와중국측 기록을 수집하여 찬수했다. <삼국사기>에는 설화적.소설적인 작품으로 취급될 수 있는 것들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본기에 전하는 '미천왕 설화(美川王說話)', '호동왕자(好童王子)' 이야기 등은 단순한 사실의 기록에 그치지 않고 허구성을 가진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열전은 전기 문학(傳記文學)으로 높이 평가되는데 그 중에서도 '온달전', '김유신전', ';도미전', '설총전'등은 문학적인 가치가 높다.


이야기체 문학의 속성

1. 서사성(narrativity): 모든 이야기체 문학에는 서술자란 존재가 있다 이 서술자의 존재에 의해 모든 이야기체 문학에서는 서상성이 있게 된다. 즉, 제재가 되는 일련의 사건을 말해주는 이 서술자는 그 사건으로 부터 때로는 그 사건을 이야기 하게 되는데 그 정도에 따라 이야기는 사뭇 달라진다. 이상과 같은 과정에서 생기는 서술자(narrator)의 전달 기능 및 여과.변조기능을 '서사성'이라고 한다.

2. 허구적 개연성(probability): 이야기체 문학에 있어서 일련의 사건은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접하고 볼 수 있는 사건에서추출된다. 그런 측면에서 모든 이야기체는 일차적으로 현실 생활에 대한 모방성을 가진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모방성이 현실 생활을 있는 그래로 사진 찍듯이 묘사한다는 것은 아니다. 현실 생활을 모방하기는 하되 창조적이고 개성적인 상상력의 여과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와 같이 허구성과 사실적 모방성이 섞여서 이야기체 문학은 개연성(蓋然性) 있는 허구적 이야기가 된다. 3. 교훈성(didaction): 이야기체 문학은 그것이 어떤 제재를 다루든지 종국에는진실한 그 무엇을독자에게 전달한다. 잔이한 전쟁을 소재로 다루었을지라도 결국에는 인간성의 옹호라든가 전쟁의 종식이라는 주제로 귀결되는 것 등이 그 좋은 예이다.

4. 예술성: 모든 문학이 가지고 있는 속성인 개성.보편성.항구성 등이 이야기체 문학에도 적용된다. 이야기체는 같은 제재일지라도 어떤 작가가 다루느냐에 따라 전혀다른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개성이 있으며, 프랑스나 중국의 작품이 우리에게감동을주거나 조선시대의 작품이 오늘날에도 많이 읽힌다는 측면에서 보편성과 항구성이 있다.




<EBS 조아란 선생님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