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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시가]가시리 (원문 및 해석) 수능대비

여기가로두스 2015. 11. 9. 00:37

[고전시가]가시리 (원문 및 해석) 수능대비

 


가시리 가시리잇고 나

리고 가시리잇고 나

위 증즐가 大平盛代

 

날러는 엇디 살라

리고 가시리잇고 나

위 증즐가 大平盛代

 

와 두어리마

면 아니 올셰라

위 증즐가 大平盛代

 

셜온님 보내노니 나

가시  도셔 오쇼셔 나

위 증즐가 大平盛代

 

 

현대어 풀이

 

가시려 가시렵니까

버리고 가시렵니까

위 증즐가 태평성대 원망적 애소[]

 

날러는 어찌 살라하고

버리고 가시렵니까

위 증즐가 태평성대 애소의 고조[]

 

님 잡아 둘 것이지만

서운하면 아니 올까봐

위 증즐가 태평성대 절제와 체념[]

 

서러운 님 보내옵나니

가시는 듯 돌아 오소서

위 증즐가 태평성대 기도자적 애소[]

 

[악장가사. 가사 상] [시용향악보(귀호곡. 속칭 가시리)]

 

 

시구 연구

* 가시리 가시리잇고 나/리고 가시리잇고 나: 임이 떠나는 것을 차마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이별의 사실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떠나지 말라는 애원을 담고 있는 표현이다.

* 위 증즐가 大平盛代(대평셩): 의미 없는 여음구로 는 감탄사 증즐가는 악기의 의성어로 악률에 맞추기 위해 삽입한 것이다.

* 날러는 엇디 살라 /리고 가시리잇고 나: 이별에 대한 옛날 우리 여인의 전형인 수동적 자세가 드러나 있다.

* 와 두어리마/면 아니 올셰라: 떠나는 임을 붙잡고 싶지만 그러면 임이 영원히 나를 떠나 버리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담고 있다. 임을 보내는 서러움이 절제된 가운데 드러나 있다.

* 셜온 님 보내노니 나: 서러운 임을 보내 드리오. ‘셜온의 주체는 임이 아니고 임과 서러운 이별을 하는 서정적 자아이다.

* 가시  도셔 오쇼셔 나: ‘가시자마자돌아오기를 기원하는 은근히 역설적 표현으로, 언제까지나 떠난 임을 기다리겠다는 간절한 기다림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함축적으로 주제가 드러나 있는 부분이다.

 


<EBS 조아란 선생님 그림> 


핵심정리

* 갈래 : 고려 속요

* 형식 : 4연의 분연체. 한시의 기, , , 결 형식

* 운율 : 3.3.2조의 3음보

* 별칭 : 귀호곡

* 표현 : 반복법 사용. 간결하고 소박한 함축적인 시어로 이별의 감정을 절묘하게 표현하였으며, 자기 희생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 주제 : 이별의 정한

* 출전 :<악장가사><악학편고><시용향악보>

* 의의 : 이별의 애달픔을 소박한 정조로 노래한 이별가의 절조

* 가시리와 서경별곡의 비교

공통점

-이별을 다룬 고려 속요

-형식 : 3음보, 3.3.2, 여음구, 분절체

-화자 : 여성(인종의 여심)

차이점

가시리: 극기된 자기 희생과 감정의 절제를 통한 재회 기약(감정 절제하는 여인)

서경별곡: 이별을 거부하는 현세 지향적, 자기 중심적 이별가(저돌적이고 직선적 여인)

 

 

해설 1

형식은 모두 4연으로 된 연장체로서, 매 연은 2행으로, 각 행은 3음보의 율격을 이루고 있다. 또 각 연이 끝날 때마다 위 증즐가 태평성대'라는 후렴구가 따르고 있음이 특징적이다. 또한 각 행의 제 3음보가 기준 음절수보다 적은 소음보인 경우 의미론적인 긴밀성과는 상관없이 '이라는 수식어가 맨 끝에 덧붙어 있다. 이러한 투식어(套飾語)와 후렴구를 모두 제외하고 가사를 재편해 보면, 4행을 1연으로 하는 2연의 민요체 가요가 되는데, 이것이 이 노래의 원가였음을 알 수 있다. 4행체를 기조로 하는 민요였던 것이 고려의 궁중음악인 속악으로 개편되면서 그러한 투식어(套飾語)와 후렴구가 첨가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작품의 원가가 가지는 의미의 지향과 후렴구의 그것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이는 민요로서의 원가는 서정적 자아가 사랑하는 임을 떠나 보내는 이별의 슬픔을 비극적 정조로 노래하고 있는 것이지만 이것이 궁중음악인 속악으로 수용되면서 그러한 비극적 분위기와는 관계없이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후렴구를 덧붙여 왕실의 궁중음악으로 향유되었음을 말해 준다.

 

 

해설 2

사랑하는 임을 보내는 여인의 애절한 마음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한()의 정서를 노래하고 있다. 간결한 형식에 소박하고 직접적인 시어로 이별의 정한과 재회에 대한 간절한 기원을 진솔하게 피력한 이 노래는, 고려 속요 중 절조(絶調)라고 일컬어진다. 각 연을 살펴보면 1.2연에서는 떠나는 임이 야속해서 붙들려고 간절히 하소연해 본다. 시적 전개의 절정을 이룬 3연에서는 임을 붙잡아 두고 싶은 심정과 자칫하면 임의 노여움을 살지 모른다는 염려 때문에 임을 잡지 못하는 한국 여인들의 순박한 정서가 그대로 드러난다. 4연에서는 이별의 슬픔을 가슴 깊이 묻고 임을 보내야 하는 여인의 정한(情恨)이 잘 나타나 있다. 이 노래는 구전으로 전승되다가 조선 시대에 들어와서 <악장가사>에 수록되어 있으며, <시용향악보>에서는 '귀호곡(歸乎曲)'이라는 이름으로 1절만 전해 온다.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인 이별의 정한'은 고구려의 '황조가'에서 고려 속요인 가시리', ‘서경별곡', 한시(漢詩)인 정지상의 송인(送人), 황진이의 시조, 민요의 아리랑, 김소월의 진달래꽃 등에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 작품의 서정적 자아의 정서는 조금씩 다르다. ‘가시리'의 경우 자기 희생과 감정의 절제를 통해 재회를 기약하고 있으며, 이러한 감정의 표출이 자연스럽고 소박하게 표현되어 있다.

 

해설 3

이별의 정한은 고구려의 왕조가로부터 서경별곡을 비롯한 고려가요, 정지상의 송인(送人)’, 황진이의 시조, 아리랑,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같은 많은 문학 작품에 한국 여인의 보편적 정서로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런데 황조가에서는 이별의 정한이 꾀꼬리라는 대상을 매개로 하여 부각된 데 반해 가시리에서는 직선적이다. 그만큼 감정의 폭이 크기 때문이다. , 같은 이별가로서 서정적 자아의 목소리가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지니는 서경별곡은 이별을 적극적으로 거부하고 함께 있는 행복과 애정을 강조한 이별가인 데 비해 가시리는 자기 희생과 감정의 절제를 통해서 재회를 기약하고 있다. 따라서 가시리의 서정적 자아가 소극적, 자기 희생적이며 감정을 절제할 줄 아는 여인이라면, ‘서경별곡의 서정적 자아는 저돌적이고 자기 중심적이며 직선적인 성격의 여인이라 하겠다. ‘진달래꽃의 경우는 임에게 돌아와 달라는 원망(願望)을 토로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가시리보다는 더 극한적인 감정의 절제와 자기 희생의 자세를 보여 준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감정의 발로와 소박한 표현미에서는 가시리가 오히려 낫다고 하겠다.

 

해설 4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에서는, <귀호곡>이라는 제목과 함께 속칭 <가시리>라 하였다고 표시되어 있는데, 이로써 보면 이 노래가 3단계의 전승 과정을 겪어 문헌에 정착되었음을 추정하게 된다.

 

첫째 단계는 노래 제목이 없이 지방 민요적 특수성을 갖추고 있을 때이고, 둘째 단계는 <가시리>라는 제목이 붙어 전국적인 범위고 확산되면서 보편적 민요의 성격을 갖고 있을 때이고, 셋째 단계는 고려 궁중의 속악 가사로 개편되어 왕실에 수용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변모된 상태가 그에 해당한다. <귀호곡>이라는 한문 제목은 세 번째 단계에 붙었을 것이다.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노래로 변화되었는데 원래 리 노래는 지방성 민요가 점차 보편성을 획득하여 지역의 한계성을 너머 고려 궁중의 속악으로 채택되었다. 그러므로 작품의 주제와 의미 해석도 민요로서의 관점과 궁중의 속악, 곧 속요로서의 관점으로 나누어 이원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민요로서의 이 작품은 남녀간의 비별의 정한(情恨)을 노래한 것이 주제가 되며, 그러한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사랑하는 임을 떠나 보내야 하는 슬픔,

버림받을 경우 외롭고 쓸쓸한 삶을 저어하는 심정,

임의 마음을 상할까 두려워 떠나는 임을 잡지 못하는 여심(女心),

홀연히 떠난 임이 곧 돌아오시기만을 애처롭게 호소하는 것으로 시상(詩想)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노래를 궁중의 속악 가사로 이해할 경우 작품의 주제는 임금님의 총애를 잃지 않으려는 신하의 애틋한 충정의 표출로 된다. , 여기서 서정적 자아는 여염의 여인에서 궁중의 신하로 바뀌고, ''의 상징적 의미도 여염의 남정네에서 임금으로 전화(轉化)되고 만다. 마치 정철(鄭澈)의 가사 <사미인곡>에서 서정적 자아와 임의 관계가 임금과 신하의 그것으로 설정되어 있음과 같다. 결국 이 노래도 궁중의 속악 가사로 수용될 경우 <사미인곡>이나 <정과정곡>과 다를 바 없는 충신연주지사(忠臣戀主之詞)'의 주제와 기능을 가지게 된다. 그리하여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후렴구의 반복과 조화되어 작품 자체의 비극적 정조는 소멸되고, 궁중의 호화로운 잔치 분위기에서 임금과 그를 둘러싼 간신들의 유락적 퇴폐적인 성조(聲調)로 바뀌면서, 고려 후기의 궁중음악으로 채택된 뒤 조선 중기까지 연행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민요로서의 이 노래의 원 모습은 후렴구와 투식어를 제외하면 대강 드러나는데, 이로써 볼 때 이 노래는 4구를 1연으로 하는 2연 형태의 민요격 향가인 <처용가>와 맥이 닿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고려의 속악가사로 개편되면서 연장체로 된 점, 연마다 후렴구가 붙은 점, 3음보격의 율격구조로 짜여 있는 점. 등을 갖춤으로써 전형적인 속요의 양식을 보게 되었다.

 

결국 이 노래의 형성 과정도 다른 속요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전승 민요 사설을 새로 들여온 궁중 음악의 가락에 맞춰 편사(編詞)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민요로서의 이 작품에 드러나 있는 비극적 사회상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러한 비극적 정한은 민족항일기의 강포(强暴)한 식민지 치하를 배경으로 한 김소월(金素月)의 시에서 가장 섬세한 근대시로 승화되면서 한국적 미의식의 맥락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 이 작품에 표현된 남녀간의 사랑은 단순히 이성애(異性愛)로서의 연모의 정에 기초한 것이라기보다 몽고의 침략과 유린에 따른 당시의 사회 혼란과 파국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 작품이 드러내는 미의식의 유형은 비극미이고, 그것은 이상(理想)이 용납되지 않는 냉혹한 현실과 관련된다. 즉 이 작품에서 이상적인 것은 임과 내가 화합하여 이별의 슬픔 없이 함께 사는 것인데, 그러한 이상과는 관계없이 나는 어찌 살든 버려두고 떠나 버린 임의 냉혹한 현실의 장벽 앞에서 좌절하는 비극적 상황에 기저한 비극미가 표출되어 있다. 속요 가운데는 한 가지 주제를 연장체 형식으로 노래한 일제 연장(一題聯章)과 연마다 각각 그 주제가 다른 분제연장(分題聯章)으로 나누기도 하는데, 이 노래는 <정읍사>와 함께 일제 연장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