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부 국어 자료/고3 국어

[고전 운문-가사]규원가 해설

여기가로두스 2015. 12. 15. 18:22

[고전 운문-가사]규원가 해설

규원가(閨怨歌) - 허난설헌

▶기(起) - 늙고 초라한 신세를 한탄함 

엇그제 젊었더니 하마 어이 다 늙었다. 소년 행락(少年幸樂) 생각하니 일러도 속절업다. 늙어야 설운 말씀 하자니 목이 멘다. 부생 모육(公生母育) 신고(辛苦)하여 이내 몸 길러낼 제, 공후 배필(公侯配匹)은 못 바라도 군자 호구(君子好送) 원(願)하더니, 삼생(三生)의 원업 (怨業)이요 월하(月下)의 연분(緣分)으로, 장안 유협(長安遊灰) 경박자(輕薄子)를 꿈같이 만나 이셔, 당시(當時)의 용심(用心)하기 살얼음 디디는 듯, 삼오 이팔(三五二八) 겨오 지나 천연 여질(天然麗質) 절로 이니, 이 얼골 이 태도(態度)로 백년 기약(百年期約)하얏더니, 연광(年光)이 훌훌하고 조물(造物)이 다시(多猜)하야, 봄 바람 가을 물이 뵈오리 북 지나듯, ㉠설빈 화안(雪빈花顔) 어디 가고 면목 가증(面目可憎) 되거고나. 내 얼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참괴(漸愧)하니 누구를 원망(怨望)하리.

 

<현대어 번역>

엊그제 젊었더니 어찌 벌써 이렇게 다 늙어버렸는가? 어릴적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야 헛되구나. 이렇게 늙은 뒤에 설운 사연 말하자니 목이 멘다 - 늙음을 한탄함

부모님이 낳아 기르며 몹시 고생하여 이 내 몸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치의 배필은 바라지 못할지라도 군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바랬더니, 전생에 지은 원망스러운 업보요, 부부의 인연으로(불교의 윤회 사상) 장안의 호탕하면서도 경박한 사람을 꿈같이 만나, 시집간 뒤에 남편 시중들면서 조심하기를 마치 살얼음 디디는 듯 하였다.

 - 출가하던 젊은 시절(회상)

열다섯 열여섯 살을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 저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평 생을 약속하였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고 조물주마저 다 시기하여 봄바람 가을물, 곧 세월이 베틀의 베올 사이에 북이 지나가듯 빨리 지나가 꽃같이 아름다운 얼굴 어디 두고 모습이 밉게도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고 알거니와 어느 님이 사랑할 것인가? 스스로 부끄러워하니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 늙은 자신에 대한 한탄

 

 

▶승(承) - 임에 대한 원망과 자신의 애닯은 심정

삼삼 오오(三三五五) 야유원(冶遊園)의 새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정처(定處)없이 나가 있어, 백마 금편(白馬金鞭)으로 어디어디 머무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소식(消息)이야 더욱 알랴. 인연(因緣)을 긋쳐신들 생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 기나 마르려은, 열두 때 김도 길샤 설혼 날 지리(支難)하다. 옥창(玉窓)의 심은 매화(梅化) 몇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쵯 눈 섯거 치고, 여름 날 길고 길 제 구즌 비는 무슨 일고. 삼춘 화류(三春花柳) 호시절(好時節)에 경물(景物)이 시름없다. 가을 달 방에 들고 실솔이 상(床)에 울 제, 긴 한숨 지는 눈물 속절없이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현대어 번역>

여러 사람이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정처없이 나가서 호사스러운 행장을 하고 어디어디 머물러 노는고? 집안에만 있어서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님의 소식이야 더욱 알 수 있으랴.

 - 술집에 출입하는 남편에 대한 불안과 괴로움

겉으로는 인연을 끊었다지만 님에 대한 생각이야 없을 것인가? 님의 얼굴을 못 보거니 그립기나 말았으면 좋으련만, 하루가 길기도 길구나. 한 달 곧 서른 날이 지리하다. 규방 앞에 심은 매화 몇 번이나 피었다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 자국 눈 섞어 내리고, 여름날 길고 긴 때 궂은 비는 무슨 일인고? 봄날 온갖 꽃 피고 버들잎이 돋아나는 좋은 시절에 아름다운 경치를 보아도 아무 생각이 없다. 가을 달 방에 들이 비추고 귀뚜라미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흘리는 눈물 헛되이 생각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 사계절 내내 끊임없는 임에 대한 그리움

 

 

▶전(轉) - 외로움을 거문고로 달래 봄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하여 어이하리. 청등(靑燈)을 돌라 노코 녹기금(緣綺琴) 빗기 안아, 벽련화(碧蓮花) 한 곡조를 시름조차 섯거 타니, 소상(瀟湘) 우야(雨夜)의 댓소리 섯도는 듯, 화표(華表) 천년(千年)의 별학(別鶴)이 우니는 듯, 옥수(玉手)의 타는 수단(手段)넷 소래 잇다마는, 부용장(芙蓉帳) 적막(寂寞)하니 뉘 귀에 들리소니. 간장(肝腸)이 구곡(九曲)되야 구비구비 끈쳐서라.

 

<현대어 번역>

돌이켜 여러가지 일을 하나하나 생각하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할 것인가? 등불을 돌려 놓고 푸른 거문고를 비스듬히 안아 벽련화곡을 시름에 싸여 타니, 소상강 밤비에 댓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망주석에 천 년만에 찾아 온 특별한 학이 울고 있는 듯, 아름다운 손으로 타는 솜씨는 옛 가락이 아직 남아 있지마는 연꽃 무늬가 있는 휘장을 친 방이 텅 비었으니 누구의 귀에 들릴 것인가? 마음 속이 굽이굽이 끊어졌도다 .

   - 거문고로 시름과 비애를 달래 보지만, 적막함은 더욱 애를 끊는 듯함

 

 

▶결(結) - 기구한 운명을 한탄하며 임을 기다림

찰하리 잠을 드러 꿈의나 보려 하니, 바람의 디난 잎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무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깨오난다. 천상(天上)의 견우(牽牛) 직녀(織女) 은하수(銀 河水) 막혀서도, 칠월 칠석(七月七夕) 일년 일도(一年一度) 실기(失期)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약수(弱水) 가렷관대,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끈쳤는고. 난간(欄干)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데 바라보니, 초로(草露)는 맺쳐 있고 모운(暮雲)이 디나갈 제 죽림(竹林) 푸른 곳에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하려리와, 박명(薄命)한 흥안(紅顔)이야 날 같은 이 또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하여라.

  

<현대어 번역>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나 님을 보려 하니 바람에 지는 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는 무슨 일이 원수가 되어 잠마저 깨우는고? 하늘의 견우성과 직녀성은 은하수가 막혔을지라도 칠월 칠석 일년에 한 번 씩 때를 어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장애물이 가리었기에 오고 가는 소식마저 그쳤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님 가신 데를 바라보니, 풀 이슬은 맺혀 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 수풀 우거진 푸른 곳에 새소리가 더욱 서럽다. 세상에 설운 사람 많다고 하려니와 운명이 기구한 여자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이 님의 탓으로 살동말동 하여라.

   - 잠을 자지 못하고 임을 기다리는 마음

 

 

[요점 정리]

   작자 : 허난설헌(許蘭雪軒)

   연대 : 선조 때

   갈래 : 내방 가사(규방 가사), 서정가사

   율격 : 3·4조 4·4조를 기조로한 4음보

   문체 : 운문체. 가사체

   구성 : 4단 구성 [기승전결(起承轉結)]

   성격 : 원망적, 한탄적,

   주제 : 규방(閨房) 부인(婦人)의 원정(怨情), 봉건 제도하에서의 부녀자의 한(恨) 또는 원정(怨情)

   의의 : 국문학사상 내방가사의 대표적 작품. 현전하는 최고의 내방 가사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표현 : 설의법, 의인법, 대구법, 직유법 등의 여러 표현 기교를 사용하고, 고사를 많이 인용하면서 작품 전체를 유려하게 이끌고 있다.

   기타 : 홍만종의 순오지에는 허균의 첩인 무옥의 작으로 되어 있음.

   구성 : 기(起) - 늙고 초라한 자신의 신세를 한탄

          승(承) - 임에 대한 원망과 자신의 애닯은 심정

          전(轉) - 거문고에 의탁한 외로움과 한

          결(結) - 기다림, 운명의 한탄

 

[서정적 자아의 임에 대한 태도 변화]

이 노래의 주인공의 정서는 자탄, 자조에서 임에 대한 비난으로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임에 대한 극복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볼 수 있다. 즉, 자탄과 자조에서 임에 대한 원망뿐 아니라 임의 신의 없음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며, 마지막에는 '박명한 홍안이야 날 같은 이 또 있을까.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하여라"에서 보듯 임에 대한 정면 비난을 할 뿐 아니라, 임의 있고 없음과 상관없이 자신의 젊음을 다시 찾으려는 의지와 신의 없는 임에 대한 극복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일명 원부사(怨夫詞)라고도 한다. 이 작품을 통해 조선 사회가 얼마나 전근대적이고, 비이성적인 사회라는 것을 알 수 있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짐작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 당시 여인의 눈물 속에서 조선 남자들의 가부장적이고 몰지각한 태도를 엿볼 수 있음을 알 수 있고, 또 그런 상황 속에서 말도 못하면서 인생을 보내야 하는 조선 여인네들의 한숨이 담겨 있는 조선 여인의 눈물사가 담겨 있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이조는 남존여비(男尊女卑) 또는 여필종부(女必從夫), 삼종지도(三從之道)라는 허구적인 이데올로기로 여성들을 얼마나 남성들의 테두리안에 가두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런 비상식적인 사회에서 그 한계성이 오는 제도적 희생물로 한 여인의 남편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과 간절함은 눈물을 적은 작품으로 인습과 규범에 얽매인 사슬을 뚫지 못하고 살아야 하는 여성의 소극적 자세 또한 함께 읽어 낼 수 있는 작품이다.

조선사회에서는 아내를 내쫓을 수 있는 이유가 되었던 일곱 가지 허물을 만들어 예를 들면 시부모에게 불손하고, 자식이 없고, 행실이 음탕하고, 투기하고, 몹쓸 병을 지니고, 말이 지나치게 많고, 도둑질을 하는 것 등을 말하는 칠거지악(七去之惡)을 만들어 여자들을 옭아매어 여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운명에 저항하지도 못하고 살아가게 하고 있다. 왜 여성들에게 그런 가혹한 사회적 장치가 필요했는가는 여기에 논의할 바가 아니지만 하여간 그런 연유에서인지 여자는 길들여졌고, 길들여져서인지 여자는 소극적이거나, 자신의 운명에 체념하게 만들어져 갔다. 이 작품 역시 그 어떤 여성보다도 시대를 앞서갈 수 있다고 본 허난설에게서도 소극적이고, 남성의존적인 면이 강하다는 것을 읽어 낼 수 있는 것은 허난설헌의 문제가 아니라 그 당시 사회의 문제이며 조선조 여인의 하소연과 넋두리가 규원가를 통해서 나타났지만 남성중심적인 사회의 두터운 벽은 뚫지 못했다는 것을 또한 알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그런 관점은 오늘날의 관점이고 그녀의 넋두리의 수준이라고 보기에는 여인의 애절하고 섬세한 심리 묘사가 작품 도처도처에 잘 나타나 있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 보면, 기에 해당하는 서사는, 덧없이 흘러간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제는 늙어서 보잘 것 없이 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 내용이다. 세월과 함께 쌓여 온 여인의 슬픔과 한 그러나, 결국은 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체념해 버리는 한국 여인들의 슬픈 인생관이 잘 나타나 있으며, 한문의 고사 숙어 등을 많이 썼으나 무척 우아한 느낌을 주는 글이다. 본사에 해당하고 4단 구성법으로 보면 승·전·에 해당하는 부분은 술집 출입을 일삼는 남편의 행색에 대한 원망과 눈물과 한숨으로 세월을 보내는 자신의 애닯은 심정과 그러한 슬픔과 외로움을 거문고로 달래는 안타까운 마음을 여성다운 섬세한 필치로 그려냈다. 특히 춘하추동 사계절을 겨울과 여름, 봄과 가을로 대구법을 사용하여 외로움을 부각시킨 점은 매우 뛰어난 문학적 발상이라 할 만하다.

그리고 규원가의 결사에 해당하는 부분은 안타까이 임을 기다리며 서럽게 살아가는 자신의 기구한 운명을 한탄한 내용이다. 꿈에서조차도 만날 수 없는 그 기약 없고 무정한 임을 언제나 기다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기구한 여인의 운명이 슬픈 탄식으로 나타나 있다.

 "세상의 서러운 사람 수가 없다고 하지만 박명한 홍안이야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이것이 어찌 작중화자 한 사람의 심정이겠는가? 남성의 횡포에 시달려 온 당대 한국 여인의 공통된 운명이었을 것이다. 우리 나라 내방 가사가 폭 넓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여인의 공통된 운명을 주로 노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 나오는 '초로'는 작중 화자의 눈물을 '모운'은 연정을 비유했으며, '새'는 작중화자의 감정이 이입된 대상물로 해석함이 좋을 성싶다. 그리고 홍만종은 순오지에서 "홀로 지내는 모습을 잘 묘사했으며, 여성다운 향기와 아름다움을 내포하여 비록 옛 문인의 염체(艶體)라도 이보다 더 잘 할 수 있겠는가" 說盡空閨情境 曲有脂粉艶態 雖古今詞人 艶體何以過此也 라고 격찬하였다.

 

 

◆ 참고 자료 ◆

 

1. 규원가와 내방가사

내방가사란 일명 규방 가사라고도 하며 넓은 의미로는 양반집 부녀들이 지은 가사를 뜻하고, 좁은 의미로는 영남 지방에서 유행하던 것만을 지칭한다. 조선조 양반 부녀자들이 주로 향유했던 갈래로서 속박된 여성 생활의 고민과 정서를 호소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신분상 양반 문학이나, 내용은 평민 가사와 근접한 것이 많다. 후대로 오면서 작자층이 확대되어 개화기를 거쳐 일제시대에도 활발하게 창작되었다.(여성은 가사로 하소연해야 할 사연을 더 많이 지니고 살았으며, 길쌈 같은 것을 하면서 흥얼거리는 민요에는 글로 적으면 바로 가사가 될 수 있는 것이 많아 가사의 저층을 이루었다.) 좁은 의미의 내방가사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아직 정확한 연구가 이루어진 바가 없으나, 대개 임진란 이후부터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 '규원가'는 시기적으로나 지역적으로나 좁은 의미의 내방 가사에는 속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규원가'는 넓은 의미의 내방 가사에 속하는 것으로서, 현전하는 내방 가사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내방가사의 효시로는 중종 때의 권씨가 지은 '선반가'로 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2. 사미인곡,속미인곡과의 차이점

사미인곡이나 속미인곡은 작자의 마음을 여자에다 기탁해서 나타내면서 버림받고 헤어지게 된 것이 모두 자기 탓이라고 했지만, 여기서는 그런 설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부러 지어낸 말이나 애써 꾸민 결과도 아니니, 한탄과 원망을 감출 필요가 없었다.삶의 고난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 조선 후기 문학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었다 하겠다.  

 

3. 규원가의 작자에 관하여

허 균의 누이 허 난설헌이란 설과 허 균의 첩인 무옥이라는 두 가지 설이 있다. 무옥이라는 설의 근거는 홍 만종의 <순오지>에 怨婦辭 許均之妾 巫玉之所製<원부사 허균지첩 무옥지소제 (원부사는 허 균의 첩 무옥이 지었다)>란 말이 전하기 때문이고, 허 난설헌의 작이라는 근거는 <고금가곡>에 작자가 밝혀져 있고 허 난설헌의 오언 고시 '소년행'과 '규원가'가 그 내용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허 난설헌 작이라는 설이 정설로 취급되고 있다.

 

4. 고금가곡(古今歌曲)

조선시대의 시가집. 송계연월옹(松桂烟月翁) 편찬. 이 책 가운데 수록된 그의 시조 14수를 상고하여 보면 초년에는 출세를 한 듯하지만 중년 이후에는 세사(世事)를 버리고 산간에 은둔하여 시가로 자적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을 뿐, 확실한 인적 사항을 알 수 없다. 편찬 연대는 권말(卷末)에 갑신춘(甲申春)이라 하였는데, 이 갑신은 영조 40년이나 순조 24년일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고금가곡》이란 책 명칭은 애초에 원본의 표제의 자형(字形)이 떨어져 나가고 없어 원명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서 권말에 수록된 자작 시조 중의 “늙어지니 벗이 없고 눈 어두니 글 못 볼/고금가곡을 모도다 쓰는 뜻은/여기나 흥(興)을 부쳐 소일(消日)코져 하노라”에서 ‘고금가곡’을 따서 가칭(假稱)하였다고 한다. 권두(卷頭)에 《귀거래사(歸去來辭)》 《채련곡(采蓮曲)》 《양양가(襄陽歌)》 《풍아별곡(風雅別曲)》 《겸가삼장(三章)》 등 중국의 사(辭)·부(賦)·가곡을 부록하였으며, 그 다음에 이현보(李賢輔)의 《어부사(漁父詞)》, 상진(尙震)의 《감군은(感君恩)》, 퇴계(退溪)의 《상저가(相杵歌)》, 정철(鄭澈)의 《관동별곡(關東別曲)》 《사미인곡(思美人曲)》 《속미인곡(續美人曲)》 《성산별곡(星山別曲)》 《장진주사(將進酒辭)》, 차천로(車天輅)의 《강촌별곡(江村別曲)》, 허난설헌(許蘭雪軒)의 《춘면곡(春眠曲)》 등의 가사(歌辭)와 294수의 시조가 수록되어 있다.

따라서 이 가집(歌集)의 시조는 《겸가삼장》에 있는 2수와 《풍아별곡》에 있는 6수를 합하여 모두 302수인데, 그 중 권말에 자작 시조 14수가 포함되어 있다. 시조는 다시 인륜(人倫)·권계(勸戒)·송축(頌祝)·정조(貞操)·연군(戀君)·개세(慨世)·우풍(寓風)·회고(懷古)·탄로(歎老)·절서(節序)·심방(尋訪)·은둔(隱遁)·한적(閑適)·연유(游)·취흥(醉興)·감물(感物)·염정(艶情)·규원(閨怨)·이별(離別)·별한(別恨)·만횡청류(蔓橫淸流), 그리고 자작 시조 등의 22항목으로 분류·편찬하였다. 이 가집(歌集)에는 기존 가집인 《청구영언(靑丘永言)》이나 《해동가요(海東歌謠)》 그리고 《가곡원류(歌曲源流)》 등에 수록되어 있지 않은 시조가 120수 이상이나 실려 있어 시가문학상 큰 의의를 가지고 있다. 원본은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에 소장되어 있으며, 이를 전사(傳寫)한 도남본(陶南本)과 가람본이 있다. (동아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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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원가 기출문제>

정답은 맨 아래쪽에 


2015 09 평가원 A

[42~46]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가시리 가시리잇고 나

     리고 가시리잇고 나

     위 증즐가 대평셩(大平盛大)

  

     날러는 엇디 살라 고

     리고 가시리잇고 나

     위 증즐가 대평셩(大平盛大)

  

     잡와 두어리마

     (       ㉠        )

     위 증즐가 대평셩(大平盛大)

  

     셜온 님 보내노니 나

     가시  도셔 오쇼셔 나

     위 증즐가 대평셩(大平盛大)

                                      

  - 작자 미상,「가시리」

  

 (나)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에게

     자시는 창(窓) 밖에 심어 두고 보소서

     밤비는 새잎 나거든 나인가도 여기소서

                                     

  -홍랑

  

 (다) 바람도 쉬어 넘는 ㉡고개 구름이라도 쉬어 넘는 고개

     산(山)진이 수(水)진이 해동청(海東靑) 보라매 쉬어 넘는

     고봉(高峰) 장성령(長城領) 고개

        그 너머 님이 왔다 하면 나는 아니 한 번도 쉬어 넘어가기라   

       - 작자 미상

  

    (라) 천상(天上)의 견우 직녀(牽牛織女) ⓐ은하수(銀河水) 막혔어도,

        칠월 칠석(七月七夕) 일년 일도(一年一度) 실기(失期)치 아니커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약수(弱手)* 가렸관데,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그쳤는고?

    ⓑ난간(欄干)에 비겨 서서 님 가신 데 바라보니,

    초로(草露)는 맺혀 있고 ⓒ모운(暮雲)이 지나갈 제,

    ⓓ죽림(竹林) 푸른 곳에 새 소리 더욱 섧다.

    세상(世上)에 설운 사람 수없다 하려니와,

    박명(薄命)한 ⓔ홍안(紅顔)이야 날 같은 이 또 있을까?

    아마도 이 님의 탓으로 살동 말동 하여라.

                    - 허난설헌, 「규원가」

 

 *약수(弱水) : 도저히 건널 수 없다는 전설상의 강 이름

 

42. (가)~(라)의 공통점을 바르게 지적한 것은?

    ① 이별에 따른 정서를 노래하고 있다.

    ② 상대방의 덕을 송축(頌祝)하고 있다

    ③ 민중의 적극적인 생활 의지를 담고 있다.

    ④ 안빈낙도(安貧樂道)하는 삶을 추구하고 있다.

    ⑤ 자연물에 의탁해 자신의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43. (가)와 (라)가 동일한 화자의 노래라고 가정할 경우, (가)에서 (라)로 상황이 변한 데 따른 심정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은?

 

    ① 애초에는 망설였으나, 역시 보내 주길 잘한 것 같다.

    ② 임을 떠나보내고 처음에는 그리웠지만, 이제는 괜찮아졌다.

    ③ 처음에는 내가 임을 버렸는데, 이제는 임이 나를 버리는구나.

    ④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헤어질 때 왜 그렇게 애달파했을까?

    ⑤ 붙잡고 싶었던 임을 보내 주었는데, 어찌하여 소식조차 없을까?

 
 

44. ㉠에 들어갈 알맞은 구절은?

    ① 살어리 살어리랏다        

    ② 선하면 아니 올셰라

    ③ 어마님가티 괴시리 업세라

    ④ 괴시란대 우러곰 좃니노이다

    ⑤ 유덕하신 님 여하아와지이다

 
 
 
 
 

45. (나)의 시어 가운데 <보기>의 밑줄 친 구절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보 기> 
  
안녕 친구야.

네가  전학 간 지도 일 년이 지났구나. 그 곳에서 좋은 친구들 만나 잘 지내는지 모르겠다. 너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내 기억 속에 오롯이 남아 있단다. 보고 싶구나, 친구야. 내 마음을 편지와 함께 이 테이프에 담아 보낸다. 테이프에 녹음한 노래를 들으면서 나를 떠올릴 수 있도록 말이지. 다가오는 겨울 방학에는 너를 만나러 갈 계획이다. 너를 다시 만날 날이 무척 기다려지는구나

 

    ① 묏버들     ② 님     ③ 창(窓)    

    ④ 밖         ⑤ 밤비

 
 
 
 

46. ⓐ~ⓔ 중, ㉡의 함축적 의미와 유사한 시어는?

① ⓐ     ② ⓑ     ③ ⓒ     ④ ⓓ      ⑤ ⓔ

 
 
 
 
 
 
 
 
 
 
 
 
 
 
 
 
 
 
 
 
 
 
 
 
 
 
 
 
 
 
 
 
 
 
 
 
 
 
 
 
 
 
 
 
 
 
 
 
 
 
 
 
 

정답 : 1 / 5 / 2 / 1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