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부 국어 자료/고2 국어 (작품별)

[고등 국어 현대시]박노해 <노동의 새벽> 정리

여기가로두스 2016. 12. 13. 19:12

[고등 국어 현대시]박노해 <노동의 새벽> 정리 


노동의 새벽(박노해).hwp



노동의 새벽

 

- 박노해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이러다간 오래 못가지

이러다간 끝내 못가지

 

설은 세 그릇 짬밥으로

기름투성이 체력전을

전력을 다 짜내어 바둥치는

이 전쟁 같은 노동일을

오래 못 가도

끝내 못 가도

어쩔 수 없지

 

탈출할 수만 있다면

진이 빠져, 허깨비 같은

스물아홉의 내 운명을 날아 빠질 수만 있다면

아 그러나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지

죽음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

이 질긴 목숨을,

가난의 멍에를,

이 운명을 어쩔 수 없지

 

늘어쳐진 육신에

또다시 다가올 내일의 노동을 위하여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소주보다 독한 깡다구를 오기를

분노와 슬픔을 붓는다

 

어쩔 수 없는 이 절망의 벽을

기어코 깨뜨려 솟구칠

거치른 땀방울, 피눈물 속에

새근새근 숨쉬며 자라는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분노

우리들의 희망과 단결을 위해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잔

돌리며 돌리며 붓는다

노동자의 햇새벽이

솟아오를 때까지.

 

[구성]

540행으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의미상으로는 네 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단락은 1연으로 노동이 끝난 후에 피곤함을 달래기 위해 소주를 마시며 이러다간 오래 못갈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끼는 부분이다.

둘째 단락은 2연과 3연으로 현실에 대한 체념과 현실을 벗어나려는 욕망과 현실 사이의 갈등이라는 화자의 상반된 자세가 나타난다.

셋째 단락은 4연으로 현실에 대한 체념을 넘어 그 분노가 확산된다.

넷째 단락인 5연은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묘사된 부분으로 햇새벽이 솟아오를 때까지희망과 단결의 의지를 다지는 화자의 모습이 나타난다.

주제 : 비참한 노동 현실과 그 극복 의지

제목의 의미

- 노동의 새벽은 고통과 절망을 뜻하는 노동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가지려는 의지를 뜻하는 새벽이라는 상반된 단어가 나열된 노동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제목이다.

 

[이해와 감상]

1980년대 노동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전체 5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힘든 야간작업을 마친 노동자들의 지친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의 시적 화자는 노동자인 시인의 분신으로서 자신의 직접적인 노동의 체험을 바탕으로 노동 현장에서 겪는 고통과 서러움을 매우 격한 어조로 노래하고 있다. 1연에서는 가난 속에 살아가야 하는 운명과 질긴 목숨 때문에 마치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쟁 같은 노동일을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다고 노동자의 처지를 비판적인 어조로 토로한다.

어두운 밤의 고통을 넘어서서 분노를 삭이고 희망을 붙잡기 위해 소주로 가슴을 달랜다. 억압을 뚫고 나아갈 수 있는 새날을 기다리면서 노동자가 참된 주인이 되는 해방의 세상을 위한 투쟁의 단결을 위해 하가운 소주를 돌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뜨거운 열망이 술기운으로 녹아들면서 새로운 태양이 분노와 희망에 취한 노동자들의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이다. 노동의 혹독한 현실과 그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비장한 결의가 이 시에 담겨 있다고 할 것이다.

 

[작품의 의의]

노동의 새벽은 박노해가 선린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섬유·화학·금속·정비 등의 산업 현장으로 뛰어들어 자신의 일상적인 노동 체험을 시적 언어로 형상화한 것이다. 군사 정부의 아래에서 40여 년간 무권리 상태로 침묵하던 1000만 노동자를 각성시키고, 젊은 대학생들에게는 불씨가 되어 시의 힘을 현실로 보여준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