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부 국어 자료/수능 국어 대비

[2016 6월 모평 기출 국어 분석]박두진 '향현'

여기가로두스 2016. 6. 4. 10:00

[2016 6월 모평 기출 국어 분석]박두진 '향현'


박두진 「향현」.hwp



향현(香峴)

 

박 두 진

 

아랫도리 다박솔 깔린 산() 너머 큰 산 그 너멋 산 안 보이어, 내 마음둥둥 구름을 타다.

우뚝 솟은 산, 묵중히 엎드린 산, 골골이 장송(長松) 들어섰고, 머루 다래넝쿨 바위 엉서리에 얽혔고, 샅샅이 떡갈나무 억새풀 우거진 데, 너구리, 여우, 사슴, 산토끼, 오소리, 도마뱀, 능구리 등 실로 무수한 짐승을 지니인.

 

, , 산들! 누거 만년(累巨萬年) 너희들 침묵이 흠뻑 지리함 직하매.

 

산이여! 장차 너희 솟아난 봉우리에, 엎드린 마루에, 확 확 치밀어 오를 화염(火焰)을 내 기다려도 좋으랴?

 

핏내를 잊은 여우 이리 등속이 사슴 토끼와 더불어, 싸릿순, 칡순을 찾아함께 즐거이 뛰는 날을 믿고 길이 기다려도 좋으랴?

 

(문장 5, 1939.6)

 

작가분석

박두진

호는 혜산(兮山)으로 1916년 경기도 안성에서 출생하였다. 1939년 정지용의 추천으로 문장에 시 향현· 묘지송등을 발표하였다.

이화여대, 연세대 교수를 역임하였고, 1998년 타개하였다. 청록집[공저](1946), 오도(1953), 거미와 성좌(1962), 인간 밀림(1963), 하얀날개(1967), 고산식물(1973), 사도행전(1973), 수석열전(1973), 야생대(1981), 포옹무한(1981) 등의 시집을 발간하였고, 1984년에는 범조사에서 박두진 전집을 간행하였다. 이외에도 수상집 생각하는 갈대(1970), 언덕에 이는 바람(1973), 그래도 해는 뜬다(1986)와 시론서 한국현대시론(1970), 현대시의 이해와 체험(1976) 등이 있다. 아시아자유문학상(1956), 서울시문화상(1962), 3 · 1문화상(1970), 예술원상(1976) 등을 수상하였다. 박목월 · 조지훈과의 공저인 청록집은 일제 말기 한국인의 겨레 인식과 저항적 자세를 주로 자연을 제재로 하여 시화하고 있다. 향현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침묵 속에 지내온 산에서 힘차게 치솟아오를 저항과 창조의 불길을 예기하는 시상을 드러내어 일제 치하의 암울함을 의기(意氣)로써 이겨내는 분노의 서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미의식은 일제에 의해 민족 주체성이 훼손되었다는 인식과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저항 의식에 기반한 것이다. 묘지송에서도 죽음의 의식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삶을 예견하는 햇빛을 노래하여 조국의 미래를 소생케하는 늠연한 기상을 종교적 의미까지 함축하면서 드러내었다. 푸른 하늘 아래에서는 부정적 힘에 대한 정면 대결의 시상을 펼쳐 보여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평화 공존을 형상화 하였다. 박두진의 초기시는 이처럼 전통적인 여성적 정한에서 벗어나 남성적인 기개(氣槪)를 시화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작품에 수용된 자연은 근원적으로 순응과 화합의 지혜를 추구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창조적 결단성이나 생성의 의미를 내장하고 있다. 해방 후에 쓰여진 는 신생 한국의 창조적 의지를 형상화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후 하얀 날개에 이르기까지 박두진은 시대의 부정적 가치를 비판하는 내용을 다루면서, 이념적으로는 절대적 가치의 추구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치 추구의 정신을 바탕으로 그의 후기 시편들에서는 세속적 삶을 순화하며 혁신하는 자세가 더욱 심화되어 갔다. 고산식물, 사도행전, 수석열전, 야생대, 포옹 무한등에 걸쳐 시대의 부조리에 맞서 싸우며 그것을 희생적으로 극복해 가는 시적자아의 의기와 함께 구도적 정신의 높은 표적을 행한 시심의 심화를 보게 된다.

 

청록파

박목월 · 조지훈 · 박두진 세 시인을 지칭하는 말이다. 1946년 세 시인이 공저한 시집 청록집이 을유문화사에서 간행되었는데, 이 시집의 이름에 의거하여 청록파라고 부르게 되었다.

세 시인이 각기 시적 지향이나 표현의 기교나 율조를 달리하고 있으나, 자연을 제재로 하고 자연의 본성을 통하여 인간적 염원과 가치를 성취시키려는 시 창작의 태도는 공통되고 있다.

서정주는 이러한 공통점에 근거하여 자연파라고 호칭한 바 있다. 이 시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광복 직전의 일제치하에서 쓰여진 것으로서 시사적으로 중요한 의의가 있다.

박목월의 향토적 서정에는 한국인의 전통적인 삶의 의식이 살아 있으며, 이를 통하여 일제 말기 한국인의 정신적 동질성을 통합하려고 한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 그의 민요풍의 시형식도 그러한 민족적 전통에 근거하고 있다.

조지훈의 전아한 고전적 취미도 한국인의 역사적 · 문화적 인식을 일깨우는 뜻이 있으며, 민족의 문화적 동질성을 환기시킴으로써 일제치하의 민족의 굴욕을 극복하려 한 의미를 지닌다. 그의 시에서 저항적 요소가 보이고 있음도 그러한 정신적 자세와 연결되고 있다.

박두진에 있어서 자연인식은 원시적 건강성과 함께 강렬한 의지의 상징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그의 기독교적 신앙에서 빚어진 의연하고 당당한 의로움의 생활신념과 관계되고 있다. 향현에서 보이는 침묵의 산에서 불길이 치솟는 심상을 표현한 것은 바로 그러한 신앙에 근거하여 일제시대의 민족적 수치를 극복하려는 기세를 읊은 것이라고 평가된다.

박목월은 향토적 서정으로 한국인의 전통적인 삶의 의식을 민요풍으로 노래하였고, 조지훈은 고전미에 문화적 동질성을 담아 일제에 저항하는 시를 썼고, 박두진은 자연에 대한 친화와 사랑을 그리스도교적 신앙을 바탕으로 읊었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말에 등단하여 한글로 작품을 발표하였고, 자연을 소재로 자연 속에 인간의 심성을 담은 시를 썼고, 광복 후에도 시의 순수성을 잃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일제말기의 단말마적인 국어말살정책의 상황 하에서 우리말로써 펴낸 이 시집은, 민족의 역사적 · 문화적 동질성을 드높인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 『청록집

박목월 · 조지훈 · 박두진의 3인의 시집으로 19466월 을유문화사에서 간행되었다. 박목월 편에 · 청노루· 나그네15, 조지훈 편에 봉황수· 고풍의상· 승무12, 박두진 편에 향현· 묘지송· 도봉12편으로 모두 39편이 수록되었다.

청록집이라는 제명은 박목월의 시 청노루에서 딴 것으로 이것이 계기가 되어 이들 세 시인은 청록파라 부르게 되었다. 일제 말기에 문장지를 통해 정지용의 추천으로 함께 문단에 데뷔한 이들 세 시인은 해방의 감격 속에서 그들의 초기의 시들을 모아 세상에 내놓음으로써 당시 판을 치던 좌익시인들의 딱딱하고 생경한 구호시의 홍수 속에, 자연을 소재로 한 자연예찬의 서정시로 도전하였다.

향토적 서정을 노래한 박목월의 시, 민족정서와 전통에의 향수를 담은 조지훈의 시, 시대적인 수난과 절망을 불멸의 생명욕으로 초극하려는 강인한 의지가 자연과 융합하는 데에서 그 표현을 얻은 박두진의 시, 이들의 시는 각기 독특한 개성을 지닌 가운데 공통된 시풍을 보여 주었다. 이 시집을 내놓음으로써 이들 세 시인은 8 · 15광복 후부터 6 · 25전쟁까지의 한 시기를 대표하는 한국시단의 전통을 이룩하였다.

 

작품분석

핵심정리

· 성격 : 자연 친화적, 평화 지향적

· 심상 : 역동적

· 어조 : 남성적 열정의 어조

· 특징 : 상징법을 사용하여 의미를 암시적으로 드러냄, 반복과 영탄으로 힘찬 율동감을 자아냄

· 제재 : (사회현실)

· 주제 : 화합과 평화의 세계에 대한 갈망(희원)

 

구성 선경후정식 구성

· 1: 암담한 현실 인식

· 2 ~ 3: 대립과 갈등의 현상

· 4: 암담한 현상 타개의 기원(祈願)

· 5: 화합과 평화의 세계 갈망

 

시어 및 시구 풀이

· 큰 산 그 넘어 산 안 보이어 : 미래에 대한 어두운 전망

· 내 마음 둥둥 구름을 타다 : 시야를 막고 있는 앞의 모습을 보기 위하여

· 2: 구름 위에 올라가서 내려다 본 산의 모습. 온갖 동식물들이 뒤엉켜 살벌한 살육을 벌이고 있는 산의 모습. 당시 피압박 민족으로서의 어지러운 조국의 모습, 폭발 직전의 고요한 침묵의 상태

· 사슴, 산토끼 : 일제 말기 우리 민족을 우의적으로 표현한 말

· 누거만년 : 오랜 세월, 피압박의 악평온의 세월

· 지리함즉 하매 : 지리할 대로 지리할 것 같으므로

· 확확 치밀어 오를 화염 : 식민지하의 암담한 현실을 타개할 만한 혁명과 대변혁, 강자에 의한 폭력과 불의를 사르는 정의의 불꽃

· 4: 답답한 세월과 침묵의 세월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혁명과 대동란이 화산 터지듯 일어나기를 갈망. 혁명을 염원하는 완곡한 표현. 무기력과 감상에서 벗어나 의욕적이고 대담한 자세를 보여줌

· 5: 선과 악, 약육강식, 힘과 힘의 투쟁의 원리 등을 부정하고 영원한 평화와 공존, 화해와 이상을 표현함(주제연). 대담한 혁명을 갈망하면서도 강자와 약자가 공존공생하는 절대적 이상향을 추구함

 

제목()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는 인간 세계 비유, 다양한 존재들을 포용하고 있는 거대한 공동체의 세계

 

이해와 감상

이 시는 1930년대 후반 우리의 사회현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는 일제가 대륙 침략의 야욕으로 만주사변, 지나사변을 일으킨 것과 함께 우리 민족에게 탄압이 심하게 가해지던 암흑기에 해당한다.

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을 파악하고, 시의 화자가 저항하는 세계가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이 시는 당시 시대적 제약 때문에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각 시어들이 상징하는 의미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 시는 1939년 정지용에 의해 문장지에 추천된 작품으로 해방 후 발표된 의 원형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에 비해 갈등의 양상이 분명한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1연에서 막연하게나마 화자가 현실의 암담함을 인식하고 있음이 드러나 있다. ‘산 너머 큰 산 너머 산이 안 보인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전망이 그만큼 흐리다는 뜻이겠다.

2 ~ 3연에서는 화자가 현실을 암담하게 느끼는 근거가 나타나 있다. 산과 산, 나무와 나무, 짐승과 짐승들이 서로 얽혀서 갈등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그 갈등은 아직은 폭발 직전의 고요함과 같은 침묵속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긴장된 침묵 속에서 암담한 현실을 타개할 어떤 폭발적인 기세를 기다리고 있음이 4연의 치밀어 오를 화염이라는 구절에 나타나 있다. ‘화염은 암흑과도 같은 현실을 타개할 새로운 사상이나 원리로 파악된다.

마지막 연에 이르러 화자는 여우 이리 등속이 사슴 토끼와 더불어 싸릿순, 칡순을 찾아 함께 즐거이 뛰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화자가 그리는 이상세계가 조국 해방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넘어 크리스트교적 낙원의 모습까지 환기한다.

이 시는 시어의 반복과 열거, 그리고 의문형의 표현과 강렬한 어조를 통하여 이상세계에 대한 시적화자의 강한 소망을 제시하고 있다. 시적화자가 소망하는 이상세계인 은 그 안에 모든 식물과 동물이 얽혀서 함께 살아가는 하나의 거대한 세계이다. 나아가 모든 대립적 요소를 포용하는, 즉 여우와 이리로 대표되는 강자가 로 상징되는 약육강식의 생존을 포기하고, 사슴과 토끼로 대표되는 약자와 더불어 조화롭게 살아가는 세계이다. 현실의 비극을 침묵으로 외면하지 않고, ‘화염으로 정화시켜 웅대하고 평화스러운 미래상이 도래하기를 강하게 소망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는 일제 말기의 극한 상황을 인종(忍從)으로 초극하며, 새로운 세계의 도래(到來)를 기다리는 뜨거운 열망이 표백(表白)된 작품으로 와 시상전개 방식이 매우 유사하다. ‘여우, 이리등으로 대표되는 ’(악마 파괴)의 표상과 사슴, 토끼등으로 대표되는 ’(천사 평화)의 표상이 함께 등장하는 은 바로 선 · 악이 함께 뒤엉켜 존재하는 인간 세계이자 역사 발전의 장애요인의 이미지로서 당시의 현실 상황을 상징한다.

화자는 숨 막히는 일제의 폭압 아래서, 첩첩한 산 너머 존재하는 광명의 세계를 보기 위하여 둥둥 구름을 탄다. 그가 구름 위에서 내려다 본 산에서는 온갖 동식물이 뒤엉켜 생존을 위한 살벌한 살육을 벌이고 있는데, 바로 이것이 당시 조국의 어지러운 현실 모습인 것이다. 그 피비린내 나는 광경을 개벽 이래 오랜 세월 동안 그저 침묵하며 바라보고만 있는 산들은 아마도 지리할 대로 지리할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산마루에서 대변혁’ - 혁명을 상징하는 확 확 치밀어 오를 화염이 일어나기를 갈망하게 된다. 그리하여 죄다 불타 버린 그 산에 다시 풀나무와 짐승들이 하나 둘 모여 살게 되었을 때, 비로소 선과 악, 약육강식, 힘과 파괴로 얼룩진 투쟁의 역사가 모두 사라지고, ‘핏내 잊은 여우 이리가 사슴 토끼와 더불어 싸릿순 칡순을 찾아 함께 즐거이 뛰는평화와 공존, 화해와 복락(福樂)의 종교적 이상 낙원이 달성될 것임을 확신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