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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수능 국어 대비]산문 주요문제 총정리

여기가로두스 2016. 6. 3. 05:00

[고3 수능 국어 대비]산문 주요문제 총정리


고3 산문-주요문제 정리.pdf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잠자리에 누워 풀어본 석운의 아내는 기대했던 바와는 딴판 인 물건에 크게 놀랐다. 쓸모없는 돌조각이 들어 있었고, 또 가 지런히 찍어 놓은 도장은 부적(符籍)인 듯싶어 불길한 생각이 돌았다. 아무리 흉허물 없는 친구 사이라 해도 이런 물건을 선 사한다는 것이 석운의 아내에게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남편이 벼슬한 후로는 외박이 잦아, 뜬 눈으로 밤을 새우는 날이 많았 지만, 더욱 그런 생각과 겹쳐 잠을 들 수가 없었다. 남편의 외 박이 잦아도 생활이 풀린 것과, 또 듬썩듬썩 들어오는 금붙이 와 그 비슷한 것을 받아 축적하는 재미에, 나이에 어울리지 않 는 그런 생각을 누르고 살 수 있는 석운의 아내였다. 요즈음 벼슬이라야 언제 어떻게 또 물러서게 될지 모르는 판이고 보 니, 남편이 나다니는 동안에 넉넉히 벌어 두어야 하겠다는 그 것만이 부덕이요 남편에 대한 아내로서 자랑이었다. 선비 자랑 하고 궁하게 살던 석운의 아내였기에, 그런 일에 대해선 더욱 심한 편이기도 했다. “어제 동소문 강 선생이 왔다 가셨지요.” “응, 그 친구 오래간만인걸…….” “그이도 사변통에 정신이 좀 돌았는가 봅디다.” “처음부터 격이 좀 다른 사람이지…….” “격이 틀려도 이만저만해야지요.” “왜! 무슨 일이 있었어?” “별사람 다 보았지요.” “무슨?” 석운의 말끝엔 자기도 의식 못 하는 노여움이 서려 있었 다. “이게 뭐겠수? 돌조각에다 도장을 파갖고 벼슬한 기념으로 선살 한다니…….” 아내의 표정을 석운은 모르는 바 아니지만, 석운 눈에도 물 건이 들진 않았다. 그러면서도 석운은 수하인다운 점이라고 생 각했다. 그대로 인장 한 방을 받아 들고 나왔다. <중략> 오준도 수하인과 교분은 그리 두텁진 않아도 잘 알고 있는 편이었다. “천지가 변했어도 수하인은 변한 것이 없구만요…….” “그런 것 같습니다.” 석운과 오준은 도장을 가운데 놓고 서로 빙긋이 마주 웃었 다. 결재를 받으러 비서가 두세 번 드나든 다음 방 안은 조용 했다. 기름 난로의 불길이 과한지 등에 땀이 흐를 정도다. “지금 보니 석운 결재 도장이 틀렸구만요. 이왕이면 생각났 을 때 하나 새겨 두도록 합시다.” “그런 생각도 없진 않지만…….” “결재 도장이야 좀 위엄이 있어야지, 도장부터 눌려서야 됩 니까?” 그런 생각도 간절했지만 석운은 눈치가 보일까 잠자코 있었 다.“이것은 갈아 제 것이나 파구, 석운은 좀 잘생긴 것을 골라 만듭시다. 만 환 정도나 주면 제법 쓸 만한 것이 될 것입니다.” 오준은 가타부타 석운의 결정도 없이 전황석 도장 한 방을 자기가 간직해 버렸다. 석운은 좀 섭섭했지만 요즈음 의리로선 오준이 집어 넣은 것 을 도로 내놓으라곤 할 순 없었다. “수하인 격은 멋든 사람이지만 궁티가 벗질 못한 사람이거 든…….” “암, 더 말하면 입이나 아프지요.” 오준이가 맞장구를 쳐 주는 통에 석운은 수하인에 대한 미안 스럽던 생각도 풀리는 것 같았다. <중략> “오, 웬일인고? 가게를 일찍 닫았구만…….” “네…… 오늘 좀 이상스러운 물건이 들어왔기에 일찍 문을 닫고 선생님을 뵈려 왔습니다.” 젊은 친구가 내놓는 도장갑을 보고 수하인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된 연고인고?” 젊은 친구는, 오준이라는 작자가 그 도장을 갖고 와서 결재 도장으로선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던 말에서부터 낱낱이 일러바 쳤다. “자네 복일세…… 술을 좀 하련가?” 조용히 묻고 난 수하인은 술상을 청했다. 술을 들면서도 아 무런 말이 없는 것이 마음의 동요를 누르려고 애쓰는 것같이 보여, 젊은 주인은 오히려 미안스러웠다. “그것이 전황석일세, 자네 처음이지?” “네?” 젊은 주인은 전황석이라는 말에 주기가 훅 위로 오르는 것 같았다. “원정 민영익 씨가 쓰던 인장이지…… 그것이 어쩌다 거부 이모가 갖구 있던 것을 우연스레 구했기에, 석운이 벼슬을 했 어도 선사할 것이 있어야지. 그래 보냈더니 마음에 들지 않았 던 모양이구만. 자네 손에 갔으니 이제야 제 값을 불러 줄 사 람을 찾은 셈일세.” 고3 산문 [A] 2 수하인이 갖고 가라고 하지만 젊은 주인은 들고 나올 수가 없었다. 자기 솜씨라면 뻑뻑 갈아 버릴 수도 있었지만, 아무리 그 재고가 귀중한 것이라 해도 마음대로 갈아 버릴 수도 없는 물건인즉, 들고 나올 필요가 없었다. “전황석을 알고 쓸 사람이 몇 사람 있겠습니까? 그럴 바에야 선생님이 보존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수하인은 몇 번 사양했지만 젊은 친구의 고집도 어지간했다. 계혈석 도장을 새겨 주기로 하고 수하인은 그것을 받아 두었 다. 버릴 수 없는 친구에게 버림을 받은 듯싶어 한없이 섭섭했 다. -정한숙, <전황당인보기> 1. 위 글의 등장인물의 성격 및 태도에 대한 토론 내용으로 적절 하지 않은 것은? ① 수하인은 작가의 주제 의식을 실현하는 인물로 장인(匠人)의 풍모를 지니고 있어. ② ‘젊은 친구’는 예술적 가치를 분별할 줄 알면서도 세속적인 일면을 보여 주고 있어. ③ 석운과 수하인은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 사이이지만 삶의 길이 다른 것 같아. ④ 석운 아내의 태도는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라는 말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아. ⑤ 도장에 담긴 친구의 뜻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석운은 외형 적 가치를 중시하는 인물로 보여. [보석밭]1)  ② [인물의 성격 추리] 이 작품은 모든 인간관계를 물질적 가 치로 환산하려는 인물들과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자기의 본래적 가치를 지니 려고 하는 인물들을 선명히 대조시킴으로서, 본래적 가치를 잃어버리고 명리 를 좇는 혼란한 세태 풍조의 한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젊은 친구(도장포 주 인)’는 자신이 입수한 도장이 귀한 전황석임을 알았으면서도 탐내지 않고 수 하인에게 돌려주는 태도로 보아, 2. [A]의 대화 상황을 잘못 파악한 것은? ① 수하인의 품격에 대해 아내와 석운은 다소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② 수하인에 대해 아내가 다시 힐난하자 석운은 그 까닭을 묻 고 있다. ③ 좀 지나치다 싶은 아내의 거듭된 발언에 석운은 노여움을 느끼고 있다. ④ 석운은 수하인의 선물에 대해 혹평하는 아내를 이해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⑤ 수하인이 다녀간 사실을 전하는 아내의 말을 석운은 덤덤하 게 받아들이고 있다. [보석밭]2)  ④ [대화의 양상 파악] 속물근성을 보이는 아내는 수하인을 못 마땅하게 여기고 있고, 석운은 옛 친구인 수하인에 대해 ‘격(품위)이 다른 사 람’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악의는 없어 보인다. 수하인이 선물한 인장을 마땅치 않게 여기는 아내의 말에 석운은 선물 자체는 마음에 들어 하 지 않으면서도 수하인의 품격은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을 뿐, 아내를 이 해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지는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편집국 안에 들어섰을 때, 그가 두려워하고 있던 예측이 이 젠 어쩔 수 없게 된 것을 최초로 그에게 느끼게 해 준 것은 국 내(局內)에서 심부름하는 계집애의 표정에서였다. 여느 때 그 계집애는 만화가를 만화 속의 인물과 똑같이 생각하고 있는 탓 인지 그를 보기만 하면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며 휭 가버리곤 하는 것이었는데, 그날은 제법 나붓이 ‘안녕하세요’를 하고 나서 미소를 띄운 채 그의 얼굴을 똑바로 올려다보는 것 이었다. 그것이 극히 잠깐 동안이었지만 신경을 곧추세우고 있던 그 에게 모든 걸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계집애가 자기를 올려다 보던 맑은 눈 속을 살짝 스치고 가던 게 어쩌면 연민이 아니었 을까 하고 생각하자 분노보다도 오히려 전신에서 맥이 빠져 나 가는 것을 그는 느끼면서 굳어진 얼굴로 문화부를 향하여 갔 다.자기들의 데스크 앞에 앉아 있던 몇 명의 기자들이 여느 때 와 달리 유별나게 반갑게 인사할 때는 그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자기도 덩달아서 지금 작별을 하듯이 정중하게 인사를 하 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잠시 동안 그는 자기가 어떻게 처신해 야 될지 알 수 없었다. 흐르던 시간이 갑자기 끊어지면서 공백 이 생기는구나 하는 생각이 알 수 없는 부끄러움과 함께 그를 엄습했다. 그러고 있는 그를 문화부장이 구해 줬다. “오늘 치 만화 좀…….” 하면서 문화부장은 손을 내밀었던 것이다. 그는 당황해졌다. 그가 짐작하고 있던 사태 속에서는 문화부장의 지금 얘기는 불 필요한 게 아닌가. 그는 옆구리에 끼고 있던 서류봉투를 살그 머니 좀 더 힘을 주어 끼면서 송글송글 땀이 맺히고 빨개진 얼 굴을 손바닥으로 닦으며 말했다. “그려 오지 않았는데요.” 말하고 나서 그는 금방 후회했다. 어쩌면 자기의 짐작이란 게 얼토당토 않은 게 아닐까…… 자기의 신경과민으로 자기는 지금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러나 문화부 장의 다음 말은 그의 그러한 희망에 찬 기대를 산산이 부숴 버 렸다. “그럼 알고 계셨군요.” 문화부장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그에게 말했다. “차나 한 잔 하러 가실까요?” 할 얘기가 있다는 암시를 그에게 주면서 문화부장은 그의 앞 장을 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주 섭섭하게 됐습니다. 퍽 오랫동안 함께 일해 왔었는 데…….” 다방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자 문화부장은 그에게 말했다. “저는 이형(李兄)을 두둔했습니다만…… 국장님도 이형의 만 화에는 항상 칭찬을 하셨댔는데…… 그…… 독자들이 자꾸 투 서를…….” “아니 사실 재미가 없었지요. 제 자신이 잘 알고 있었습니다 만.” <중략> “어디 컨디션이 좋지 않으셨던가요?” “예, 배가 좀…… 배가 퍽 아파서…….” 그러나 배앓이는 어제 새벽부터 시작했던 것이다. 3 “아, 그거 야단났군요. 클로로마이신 잡숴 보셨어요?” “뭐 이젠 다 나았습니다.” “아, 다행이군요.” 찻잔이 그들 앞에 놓였다. “자, 듭시다.” 문화부장이 말했다. 그들은 뜨거운 차를 홀짝거리면서 마셨 다. 예의상 찻잔을 탁자 위에 잠시 놓았다가 다시 들어서 마시 곤 했다. “이상하게도 이형과는 차 한 잔 같이 나눌 기회가 없었군요. 이게 아마 처음이지요?” “예, 처음인 것 같습니다.” “어떤 까닭인지 요즘 우리 신문의 기고가(寄稿家)들 컨디션 이 저조한 모양예요. 지금 연재중인 소설에 대해서도 매일 거 의 대여섯 통씩 투서를 받고 있습니다. 재미가 없으니 중단시 켜 버리라는 거지요. 우리 신문에 수난이 닥친 모양입니다.” 문화부장은 아마 그를 위로하느라고 그런 얘기를 하는 모양 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노엽게 들리었다. -김승옥, <차나 한 잔> 3. <보기>는 위 글의 작중 상황을 정리한 것이다. a~e를 유기적 으로 연관 지어 작가의 의도를 해석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a. '계집애’가 ‘그’에게 평소와 유다른 태도로 인사를 함 b. ‘기자들’이 여느 때와는 달리 유별난 태도로 반갑게 인사 함 c. 문화부장이 ‘그’에게 ‘오늘 치 만화’를 요구함 d. 문화부장이 “그럼 알고 계셨군요.”라고 말하고는 ‘차나 한 잔’ 하자고 청함 e. 문화부장이 ‘그’에게 ‘우리 신문’의 ‘수난’에 대해 언급함 ① a에 이은 b의 상황 제시를 통해, 은연중에 ‘연재 중단’ 결정 이라는 ‘그’의 불길한 직감이 터무니없지 않은 것이었음을 부 각하였군. ② a~e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긴밀하게 연관 지어 보니, 결국은 ‘그’가 처하게 된 절망적인 상황이 작가의 의도대로 자연스럽게 형상화되는 것 같아. ③ d의 상황을 파악하고 나니까, c의 상황은 문화부장이 ‘그’에 게 ‘연재 중단’을 직접적으로 말하기 민망해서 취한 태도라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설정인 것 같아. ④ 편집국에 들어설 때부터 ‘그’가 품고 있던 두려운 ‘예측’이 a, b, c의 상황 설정을 통해 순간, 순간 바뀌면서 지푸라기라 도 잡고 싶은 그의 내면 심리가 언뜻 읽혀지는군. ⑤ c에 이어 e의 상황을 알고 나니 당시의 어두운 시대적 상황 이 파악되면서, ‘그’는 문화부장이 애쓰더라도 구제하기 어려 운 시대적 희생양으로 설정된 인물임이 분명해지는군. [보석밭]3)  ⑤  “어떤 까닭인지 ~ 닥친 모양입니다.”라는 문화부장의 말 과 ‘그러나 그에게는 노엽게 들리었다.’라는 ‘그’의 심경을 연결해 보면, c는 문화부장이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연재 중단’을 알리기 민망해서 한 말임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 줄거리] 우리 가족은 고향을 떠나 도시 변두리에서 살고 있다. 아버지는 노새로 연탄 배달을 한다. 그런데 평소 거 뜬하게 올라가던 언덕에서 노새가 갑자기 멈춰 선다. 사람들은 쳐다보기만 할 뿐 도와주지 않는다. 그때 마차가 아래쪽으로 흘러내리면서 마차와 노새가 나자빠진다. 마차가 넘어지자 노 새는 달아나 버리고, 아버지와 나는 노새를 찾아 나선다. 아버지와 나는 한도 끝도 없이 걸었다. 어느새 거리는 점심 때 쯤 되었고, 눈발이 비치기 시작했다. 어느 곳을 가나 사람으 로 붐벼 있었고, 그 많은 사람들은 우리 부자더러 어디를 그리 바삐 가느냐고, 노새를 찾아다니느냐고 묻지 않았고, 아버지와 나는 아무에게도 노새를 보지 못했느냐고 묻지 않았다. 다리는 쇠사슬을 단 것처럼 무겁고, 배가 고프고 쓰렸다. 나는 그런 우 리가 옛날 얘기에 나오는 길 잃은 나그네 같다고 생각했다. 길 은 멀고 해는 저물었는데 쉬어 갈 곳이라고는 없는 그런 처지 같았다. 아무리 가도 인가는 나타나지 않고, 멀리서 깜빡깜빡 비치는 불빛도 없었다. 보이느니 거친 산과 들뿐, 사람이나 노 새는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와 내가 동물원에 들어간 것은 거 의 해가 질 무렵이었다. (중략) 그러던 아버지가 잠시 발을 멈춘 곳은 얼룩말이 있는 우리 앞이었다. 얼룩말은 두 마리였다. 아버지는 그러나 그 앞에서도 멍하니 서 있기만 하고, 얼룩말을 한번 쳐다보고 하였다. 그러 다가 아버지의 얼굴이 어쩌면 그렇게 말이나 노새와 닮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꼭 그랬다. 길게 째진, 감정이 없는 눈이며 노상 벌름벌름한 코, 하마 같은 입, 그리고 덜렁하니 큰 귀가 그랬다. 아버지가 너무 오래 말이나 노새를 다뤄 와서 그런 건지, 애당초 말이나 노새 같은 사람이 어서 그런 짐승과 평생을 같이해 온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막상 얼룩말 앞에 세워 놓은 아버지는 영락없는 말의 형상이었 다.동물원을 나왔을 때 이미 거리는 밤이었다. 이번엔 집 쪽으 로 걸었다. 그럴 수밖에 우리는 더 갈 데가 없었던 것이다. 우 리 동네가 저만치 보였을 때 아버지는 바로 눈앞에 있는 대폿 집에서 발을 멈추었다. 힐끗 나를 돌아보고 나서 다짜고짜 나 를 술집으로 끌고 들어갔다. 이런 일도 전에는 없던 일이었다. 술집 안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서 왁왁 떠들어대고 있었다. 돼 지고기를 굽는 냄새, 찌개 냄새, 김치 냄새가 집안에 가득했다. 사람들은 우리를 의아스런 눈초리로 쳐다보았으나 이내 시선을 거두고 자기들의 얘기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아버지는 소주 한 병과 안주를 시키더니 안주는 내 쪽으로 밀어주고 술만 거 푸 마셔댔다. 아버지는 술이 약한 편이어서 저러다가 어쩌나 하고 걱정이 되었다. 보 기 4 “아버지, 고만 드세요. 몸에 해로워요.” “으응.” 대답하면서도 아버지는 술잔을 놓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 까, 안주를 계속 주워 먹었으므로 어느 정도 시장기를 면한 나 는 비로소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이제부터 내가 노새다. 이제부터 내가 노새가 되어야지 별 수 있니? 그놈이 도망쳤으니까 이제 내가 노새가 되는 거지.” 기분 좋게 취한 듯한 아버지는 놀라는 나를 보고 히힝 한번 웃었다. 나는 어쩐지 그런 아버지가 무섭지만은 않았다. 그러면 형들이나 나는 노새 새끼고, 어머니는 암노새고, 할머니는 어미 노새가 되는 것일까? 나도 아버지를 따라 히히힝 웃었다. 어른 들은 이래서 술집에 오는 모양이었다. 나는 안주만 집어 먹었 는데도 술 취한 사람마냥 턱없이 즐거웠다. 노새 가족-노새 가 족은 우리말고는 이 세상에 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아버지와 내가 집에 당도했을 때 무참 히 깨어지고 말았다. 우리를 본 어머니가 허둥지둥 달려 나와 매달렸다. “이걸 어쩌우. 글쎄 경찰서에서 당신을 오래요. 그놈의 노새 가 사람을 다치고 가게 물건들을 박살을 냈대요. 이걸 어쩌지.” “노새를 찾았대?” “찾고나 그러면 괜찮게요 - 노새는 간데온데없고 사람들만 다치고 하니까, 누구네 노새가 그랬는지 수소문 끝에 우리 집 으로 순경이 찾아왔지 뭐요.” 오늘 낮에 지서에서 나온 사람이 우리 노새가 튀는 바람에 여기저기서 많은 피해를 입었으니 도로 무슨 법이라나 하는 법 으로 아버지를 잡아넣어야겠다고 이르고 갔다는 것이었다. 아 버지는 술이 확 깨는 듯 그 자리에 선 채 한동안 눈만 뒤룩뒤 룩 굴리고 서 있더니 힝 하고 코를 풀었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스적스적 문밖으로 걸어 나갔다. 나는 ‘아버지.’ 하고 뒤 를 따랐으나 아버지는 돌아보지도 않고 어두운 골목길을 나가 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 또 한 마리의 노새가 집을 나가는 것 같은 착 각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무엇인가가 뒤통수를 때리는 것을 느 꼈다. 아, 우리 같은 노새는 어차피 이렇게 비행기가 붕붕거리 고, 헬리콥터가 앵앵거리고, 자동차가 빵빵거리고, 자전거가 쌩 쌩거리는 대처에서는 발붙이기 어려운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었다. 언젠가 남편이 택시 운전사인 칠수 어머니가 하던 말, ‘최소한도 자동차는 굴려야지 지금이 어느 땐데 노새를 부려.’ 했다는 ⓐ말이 생각 났다. 그러나 그것은 잠깐 동안이고 나는 금방 아버지를 쫓았다. 또 한마리의 노새를 찾아 캄캄한 골목 길을 마구 뛰었다. - 최일남, <노새 두 마리> 4.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만을 <보기>에서 모두 골라 묶은 것은? ㄱ. 빈번한 장면 전환을 통해 인물들 사이의 긴장감을 고 조시키고 있다. ㄴ. 비유적 표현으로 인물의 생각과 처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ㄷ. 특정한 인물의 시선을 통해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ㄹ. 사건을 체험한 주체가 여러 각도에서 사건의 의미를 분석하고 있다. ① ㄱ, ㄴ ② ㄱ, ㄷ ③ ㄴ, ㄷ ④ ㄴ, ㄹ ⑤ ㄷ, ㄹ [보석밭]4)  ③ [서술상의 특징 파악] ‘나’ 와 아버지가 거리로 노새를 찾아 나서는 장면에서 ‘쇠사슬을 단 것처럼’, ‘길 잃은 나그네 같다’ 와 같은 비유 적 표현을 사용하여 자신의 처지와 심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ㄴ). 또 한 ‘나’ 라는 특정한 등장인물의 관찰자적 시선을 이용하여 사건을 전달하고 있다(ㄷ).  ㄱ. 공간적 배경 5. 공간의 이동에 따른 인물의 심리 전개 과정을 <보기>와 같이 도식화할 때,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나 ① ㉮ : 아버지와 나에게 무관심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단절감을 느낀다. ② ㉯ : 노새와 닮은 아버지의 초라한 형상을 보고 세월의 무상 함을 느낀다. ③ ㉰ : 중요한 생계 수단이었던 노새를 잃어버린 상실감을 달 래고 있다. ④ ㉱ : 예상치 못한 일을 저지른 노새 소식을 듣고 한동안 망 연자실해 한다. ⑤ ㉲ : 시대에 뒤진 우리 가족이 도시에 정착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깨닫는다. [보석밭]5)  ② [등장인물의 심리 파악] ‘나’ 는 동물원에서 아버지라는 존 재와 그 면모를 새로이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노새와 닮은 아버지의 모습에 서 세월의 덧없음(무상함)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니다.  ① ‘나’는 자신과 아버지에게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 도시인들의 메마른 인정을 경험하고 있다. ③ ‘노새’는 연탄배달을 하는 ‘아버지’에게 중요한 생계 수단이었고 대폿집에 서 ‘아버지’ 는 그 노새를 잃어버린 6. 위 글을 읽고 <보기>의 시가 떠올랐다고 할 때, 그 연상의 고 리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밤새워 소주를 마셔도 당신은 젖지 않는다 이미 세상의 빗물에 취해 버린 이마와 가슴, 봉창을 닮았다 아니 밤새 헤아려 놓은 희망으로 얼룩진 새벽 봉창이다 보 기 보 기 보 기 5 문지방엔 당신이 밟아 넘어뜨린 근심이 더께졌다. 삼킨 울음은 뭉그러진 못대가리로 박혀 빛난다 벗은 영혼은 못쓰 는 타자기처럼 뻑뻑하지만 글쇠 몇 개 언제나 굳건히 일어 선다 그런 당신의 옹이에 나는 옷을 건다 무거운 코트를 제일 먼저 건다 진통제처럼 떠 있는 새벽달을 먹고 당신은 기침을 쏟는다 기침마다 헐은 아침이 묻어나온다 헌 구두짝에 담긴 하루를 신고 당신이 걷는 길은 손등에서 쇳빛 혈관으로 툭툭 불거 지는데 당신의 방 앞에서 매일 꽃피는 붉은 엉겅퀴 - 김수우, <엉겅퀴꽃 아버지> ① 고달프게 살아가는 아버지의 삶의 모습이 나타나 있는 점 ② 아버지의 이미지와 연계되는 다른 대상이 등장하고 있는 점 ③ 아버지에 대한 화자의 연민이 잔잔하게 형상화 되어 있는 점 ④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점 ⑤ 아버지와 화자가 서로 정서를 공유하는 모습이 담겨 있는 점 [보석밭]6)  ⑤ [다른 작품과 비교 감상] 이 글에서 주막에서 ‘아버지’가 ‘내가 노새가 되어야지.’ 라고 말하며 ‘히힝’ 하고 웃자 그런 아버지를 정겹게 느낀 ‘나’도 ‘히힝’ 하고 따라 웃는 것에서 부자가 서로 정서를 공유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런 <보기>에서는 화자가 생각하는 아버지에게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뿐, 아버지가 화자가 서로 접촉하면서 느낌을 공유하고 있는 모습은 발견할 수 없다. 7. 발화자의 의도를 고려할 때, ‘말’의 성격이 ⓐ와 가장 유사한 것은? ① 그녀는 나에게 내년에는 합격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 주었 다. ② 항간에 조만간 물가가 폭등할 거라는 말이 있는데 사실입니 까? ③ 그는 부장에게 해고만은 하지 말아 달라는 말을 수차례 전 했다. ④ 나는 친구들에게 대학생이 그 정도밖에 못하느냐는 말을 들 었다. ⑤ 점원은 안 어울리는 옷을 어울린다고 말해서 매상을 올리곤 했다. [보석밭]7)  ④ [어휘의 이해와 활용] 문맥상 ⓐ의 ‘말’ 은 ‘비아냥거리는 말’ 이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④의 ‘말’ 또한 상대방을 비아냥거리는 의 미로 쓰이고 있다. ①은 위로, ②는 소문, ③은 부탁, ⑤는 빈말에 해당한 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17, 8년 전,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술버릇이 점점 사나워 져 가던 형이 전답을 팔고 선산을 팔고, 마침내는 그 아버지 때부터 살아온 집까지 마지막으로 팔아 넘겼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K시에서 겨울 방학을 보내고 있던 나는 도대체 일이 어 떻게 되어 가는지 알아보고 싶어 옛 살던 마을을 찾아가 보았 다. 집을 팔아 버렸으니 식구들을 만나게 될 기대는 없었지만, 그래도 달리 소식을 알아볼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스름을 기다려 살던 집 골목을 들어서니 사정은 역시 K시에서 듣고 온 대로였다. 집은 텅텅 비어진 채였고 식구들은 어디론지 간 곳이 없었다. 나는 다시 골목 안에 살고 있던 먼 친척 간 누님 을 찾아갔다. 그런데 그 누님의 말을 들으니, 노인이 뜻밖에 아 직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중략> 그 날 밤 노인은 옛날과 똑같이 저녁을 지어 내왔고, 거기서 하룻밤을 함께 지냈다. 그리고 이튿날 새벽 일찍 K시로 나를 다시 되돌려 보냈다.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노인은 거기서 마 지막으로 내게 저녁밥 한 끼를 지어 먹이고 당신과 하룻밤을 재워 보내고 싶어, 새 주인의 양해를 얻어 그렇게 혼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언젠가 내가 다녀갈 때까지는 내 게 하룻밤만이라도 옛집의 모습과 옛날의 분위기 속에 자고 가 게 해 주고 싶어서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문간을 들어설 때부 터 집안 분위기는 이사를 나간 빈 집이 분명했었다. 한데도 노 인은 그 때까지 매일같이 그 빈 집을 드나들며 먼지를 털고 걸 레질을 해 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 때 노인은 아직 집을 지켜 온 흔적으로 안방 한쪽에다 이불 한 채와 옷궤 하나를 예대로 그냥 남겨 두고 있었다. 이튿날 새벽 K시로 다시 길을 나설 때에야 비로소 집이 팔 린 사실을 시인해 온 노인의 심정으로는 그 날 밤 그 옷궤 한 가지나마 옛집 살림살이의 흔적으로 남겨서 나의 괴로운 잠자 리를 위로하고 싶었음이 분명했던 것이다. 그러한 내력이 숨겨 져 온 옷궤였다. <중략> 노인의 이야기는 이제 거의 끝이 나 가고 있는 것 같았다. 아내는 이제 할 말을 잊은 듯 입을 조용히 다물고 있었다. “그런디 그 서두를 것도 없는 길이라 그렁저렁 시름없이 걸 어온 발걸음이 그래도 어느 참에 동네 뒷산을 당도해 있었구 나. 하지만 나는 그 길로는 차마 동네를 바로 들어설 수가 없 어 잿등 위에 눈을 쓸고 아직도 한참이나 시간을 기다리고 앉 아 있었더니라…….” “어머님도 이젠 돌아가실 거처가 없으셨던 거지요.” 한동안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아내가 이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진 듯 갑자기 노인을 추궁하고 나섰다. 그녀의 목소 리는 이제 울먹임 때문에 떨리고 있었다. 나 역시도 이젠 더 이상 노인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제나마 노인을 가로막고 싶 었다. 아내의 추궁에 대한 그 노인의 대꾸가 너무도 두려웠다. 노인의 대답을 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역시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아직도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불빛 아래 눈을 뜨고 일 어날 수가 없었다. 사지가 마비된 듯 가라앉아 있는 때문만이 6 아니었다. 졸음기가 아직 아쉬워서도 아니었다. 눈꺼풀 밑으로 뜨겁게 차오르는 것을 아내와 노인 앞에 보일 수가 없었다. 그 것이 너무도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 아내는 이번에도 그러는 나를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여보, 이젠 좀 일어나 보세요. 일어나서 당신도 말을 좀 해 보세요.” 그녀가 느닷없이 나를 세차게 흔들어 깨웠다. 그녀의 음성은 이제 거의 울부짖음에 가까웠다. - 이청준, <눈길> 8. 위 글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만을 있는 대로 고른 것은? ㄱ. ‘아내’는 ‘노인’의 삶에 대하여 연민을 느끼고 있다. ㄴ. ‘나’의 집안이 몰락한 것은 ‘형’과 ‘노인’의 갈등 때문 이다. ㄷ. ‘나’와 ‘아내’는 늘상 노인 문제로 인하여 갈등을 겪고 있다. ㄹ. ‘아내’는 ‘노인’의 삶의 내력을 ‘나’보다 더 자세히 알 고 있다. ㅁ. ‘나’는 한 많은 삶을 살아온 노인에 대해 죄스러움을 느끼고 있다. ① ㄱ, ㄴ ② ㄱ, ㅁ ③ ㄷ, ㅁ ④ ㄱ, ㄴ, ㄹ ⑤ ㄱ, ㄷ, ㅁ [보석밭]8)  ② [작중 상황의 파악] ㄱ.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울먹임 때문 에 떨리고 있었다.’ 등에서, 시어머니의 비통한 사연을 들으면서 가슴 아파 하 는 ‘아내’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ㅁ. 자는 척하며 누워서 어머니(‘노인’)의 기구하고 서러운 과거의 삶의 내력을 듣는 ‘나’는 자신에 대한 노인의 절절한 사랑을 뒤늦게 깨닫고 있다. ‘눈꺼풀 밑으로 뜨겁게 차오르는 것을 아내와 노 인 앞에 보일 수가 9. 위 글의 이야기 구성을 <보기>와 같이 정리한다고 할 때, 이 와 관련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이야기 Ⅰ (과거) 이야기 Ⅱ (과거) 이야기 Ⅲ (현재) ‘형’의 행적이 드러남 ➡ ‘나’가 옛 살 던 마을을 찾 음 ➡ ‘아내’와 ‘어 머니’가 이야 기를 나눔 ① 이야기 Ⅰ, 이야기 Ⅱ, 이야기 Ⅲ은 모두 동일한 공간에 얽 힌 사연을 제시함으로써 구성의 긴밀함을 보여 주고 있다. ② 이야기 Ⅰ, 이야기 Ⅱ, 이야기 Ⅲ의 시간적 배경을 달리함으 로써 작중 상황이 어떻게 변화되어 갔는지 알 수 있게 하였 다. ③ ‘나’는 모든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서술자로서, 이야기 Ⅰ, 이야기 Ⅱ, 이야기 Ⅲ의 사건 모두에 등장하여 중심적 역할 을 하였다. ④ 이야기 Ⅱ에서 ‘나’는 ‘친척 누님’을 통해 ‘형’의 행실로 인하 여 야기된 이야기 Ⅰ 이후의 어머니 소식을 전해 듣는다. ⑤ 이야기 Ⅲ에서 ‘아내’는 ‘어머니’를 통해 이야기 Ⅰ, 이야기 Ⅱ, 이야기 Ⅲ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에 대하여 상세히 전 해 듣고 있다. [보석밭]9)  ③ [이야기 구조의 파악] 이 글에서 이야기 Ⅰ은 ‘17,8년 전, (서술자 ‘나’가) 고등학교 1학년 때’ ‘형’의 술버릇으로 인하여 집안이 파산을 겪던 상황을 말한다. 이야기 Ⅱ는 이야기 Ⅰ의 상황을 전해들은 ‘나’가 얼마의 시간이 경과한 후 무작정 옛 살던 마을을 찾아가 집이 팔린 상황을 직접 확인 하고, 친척 누님을 통해 ‘어머니’의 소식을 알게 되는 상황(④)이다. 이 글의 첫 번째 <중략> 이후의 보 기 보 기 7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삼각형인 것이었다. 물론 이 집도 정확하게 말하면 사진에 있는 그 개집처럼 오각형이었다. 지면에서 약 세 뼘가량 흙으 로 벽을 쌓아서 그 위에 삐쭉하게 지붕을 얹었으니 말이다. 그 러나, 얼른 보면 이것도 역시 그 개집처럼 삼각형으로 보였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지붕이었다. 천막 조각과 시꺼먼 유지 (油紙) 조각으로 이어 맞추다가 모자라서 그랬는지, 혹은 빗물 이 새서 그랬는지. 군데군데 ⓐ레이션 박스1) 조각으로 땜질을 해놓았다. 꼭 시골 가난한 아낙네의 치마를 연상케 했다. 검정 바탕에 흰 헝겊조각으로 덕지덕지 기워 놓은 그런 치마 말이 다. 그리고 레이션 박스 조각에는 아직도 글자들이 그대로 선 명하게 남아 있었다. “흠―” 나는 괜히 고개를 자꾸 끄덕거렸다. 알제리의 소년이 머리에 떠올랐던 것이다. 불란서 문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는 깡통을 들고 담벼락에 기대 서 있는, 영일이가 ‘야 이 자식 깡통하고 꽃하고 들고 있다’ 했던 그 소년 말이다. 그러고 있는데, 부스스 기어 나온 것은 처남 종두였다. 그리 고 처남댁도 기어 나왔다. 옥희라는 애와 또 몇몇 꼬마들도 얼 굴을 내밀었다. “어, 어서 오게. 어서 오게. 그러잖아도 한번 올 줄 알았지.” 종두는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반겼다. 처남댁도, “아유, 어서 오세요. 참 오래간만이군요. 우린 이 런 데서 삽니다.” 하고 웃었다. 그 두 눈 구석에는 어느덧 물기가 약간 어려 있었다. 나는 좀 멋쩍었으나, “왜요, 참 좋습니다. 공기도 좋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사방을 한번 둘러보았다. [중간 줄거리] 종두는 방 안에서 꿩을 기르고 있다. 장차 집 주변의 솔밭에 꿩을 놓아기른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먹이를 줄 때마다 자신의 트럼펫 소리를 들려주어 꿩을 길들이면 된다 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달리 얼마 후 내가 종두의 집을 다시 방문했을 때 종두의 무허가 판잣집이 마구 헐리고 있고, 꿩들을 불러 모을 요량인 종두의 트럼펫 소리만 처량하 게 들려온다. 해마다 나는 남들보다 일찍 오버를 입는다. 유달리 추위를 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감기도 또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그래서 아내는 나를 보고 순 밥통이라고 한다. 그런지도 모른 다. 어떤 친구는 아직 내의도 안 입고 다니는데, 나는 벌써 오 버를 꺼내 걸쳤다. 그리고 하루는 교정 볼 일이 좀 있어서 인 쇄소엘 나갔다. 인쇄소의 교정실에 앉아서 교정이 나오기를 기 다리면서 나는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신문 나부랭 이를 손에 닿는 대로 아무거나 한 장 집어 들었다. 손에 잡힌 것은 ‘복음주보’라는 기독교 계통에서 발행하는 이 면짜리 주간 신문이었다. 별 흥미가 없었으나, 그냥 들고 큼직 한 제목만 건성으로 훑어보았다. 그러다가, 뒷면 상단에 크게 자리잡고 있는 교회 사진에 눈이 멎었다. 사진이 아니라, 새로 건립할 ⓑ교회의 입체투시도였다. 그것을 보는 순간 어찌 된 까닭인지 나는 뜯겨 버린 종두네 그 삼각형의 집이 머리에 떠 올랐다. 교회의 지붕이 뾰족하게 위로 솟구쳐 있기 때문에 얼 른 보면 삼각형의 집처럼 보이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사진 곁에 있는 제목을 보자, 어떤 예측이 번쩍 머리를 스 쳤다. ‘가난한 자에게 하나님의 은혜를’ 하고 큰 고딕 활자로 박아 놓고, 그 곁에 부제를 ‘미아리에 새 교회 건립 확실시’하 고 해놓은 것이었다. 나는 얼른 그 기사를 읽어 보았다. 예측이 딱 들어맞았다. 무허가 판잣집을 철거해 낸 대지 천오백 평을 불하받기로 거의 확정이 되었다는 것이다. 거기에 새 교회를 세워서 변두리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은혜를 골고루 베풀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 하근찬, <삼각의 집> [어휘 풀이] 1) 레이션 박스 : 주로 전시에 식품․연료 등을 담아 배급한 비상식량 상자. 6․25 전 쟁 때 미군에 의해 알려짐. 10. ㉠ 부분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배경 묘사를 해 보라는 서술형 문제의 답안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길섶을 따라 피어난 코스모스 향기가 싱그러운 아침이다. 길 양편으로 무더기무더기 피어난 들국화의 노란 빛깔이 쨍한 햇볕 속에서 마냥 선명하다. ② 때때로 낮닭이 목청을 돋우어 길게 우는 오후였다. 버들가지 밑에서 개구쟁이 아이들이 부는 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