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기출문제 및 예시답안

2015 가톨릭대학교 수시 논술 문제지 (간호-인문, 문과, 생활과학 미디어기술)

여기가로두스 2016. 3. 31. 23:41
2015 가톨릭대학교 수시 논술 문제지 (간호-인문, 문과, 생활과학 미디어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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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 2015학년도 수시

논술고사 문제지 논술우수자 전형(간호-인문)

지원학부(): 간호학과

이름:

수험번호:

<수험생 유의 사항>

수험생의 신원을 알리는 어떤 표시도 하지 마시오.

제목을 쓰지 말고 본문부터 시작하시오.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항 1] ()()는 서로 다른 생존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비교하여 서술하시오. (띄어쓰기 포함 200~250/ 20)

()

상호간 불신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예상되는 위협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하여 누구나 합리적 조치를 강구하게 된다. 그것은 곧 폭력이나 계략을 써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자신에 대한 위협이 되지 못하도록 무력화하는 일이다. 이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을 보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허용될 수밖에 없다. 이로써 다음과 같은 사실이 분명해진다. 인간은 그들 모두를 위압하는 공통의 권력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는 전쟁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이것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성과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땀 흘려 일할 이유가 없다. 토지의 경작이나 해상무역, 편리한 건물, 무거운 물건을 운반하는 기계, 지표(地表)에 관한 지식, 시간의 계산도 없고, 예술이나 학문도 없으며, 사회도 없다. 끊임없는 공포와 생사의 갈림길에서 인간의 삶은 고독하고, 가난하고, 험악하고, 잔인하고 그리고 짧다.

천성적으로 억압을 싫어하고 지배하기를 좋아하는 인간이 국가 체제 속에서의 구속을 스스로 부과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자기 보존에 있다. 다시 말하면 비참한 전쟁 상태로부터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다. 공통의 권력은 외적의 침입과 상호간의 권리 침해를 방지하고, 스스로의 노동과 대지의 열매로써 일용할 양식을 마련하여 쾌적한 생활을 이어가기 위하여 필요하다. 이 권력을 확립하는 유일한 길은 모든 사람의 의지를 하나의 의지로 결집하는 것, 즉 그들이 지닌 모든 권력과 힘을 한 사람혹은 하나의 합의체에 양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신들 모두의 인격을 한 사람 혹은 합의체에 부여하고, 그가 공공의 평화와 안전을 위하여 어떤 행위를 하든 혹은 백성에게 어떤 처벌을 가하든 간에, 개개인의 의지를 그의 의지에 종속시키고 개개인의 다양한 판단들을 그의 단 하나의 판단에 위임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동의 혹은 화합 이상이며, 만인이 만인과 상호 신의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모든 인간이 단 하나의 동일 인격으로 결합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리하여 위대한 리바이어던(Leviathan)이 탄생한다. 인간에게 평화와 방위를 보장하는 지상의 신(mortal god)’이 출현하는 것이다.

[문항 2] ()를 참조하여 ()의 화자가 지적하고 있는 문제점을 서술하고, ()를 바탕으로 그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논하시오. (띄어쓰기 포함 350~400/ 40)

()

다윈의 진화론은 영국의 경제학자 맬서스의 인구론에서 착안한 것으로, 이 책에서는 인구의 증가보다 식량이 매우 적게 생산되어 그 격차로 인해 기근, 질병, 전쟁 등 대재앙이 나타난다고 보았다. 다윈은 이러한 대재앙을 자연 환경에 비유하면서 환경에 잘 적응하여 생존한 개체가 자손을 남기게 된다는 자연선택설을 주장하였다. 그에 의하면 생물의 종은 다산성을 원칙으로 하는데, 이로 인해 생존경쟁이 발생한다. 이때 그 환경에 잘 적응한 변이를 갖는 개체가 생존하여 자손을 남기고 그 변이를 전하는 확률이 높게 된다. 그러므로 각각의 종은 환경에 적응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 생물의 종이 신에 의해 창조된 후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확신했던 당시 사람들에게 다윈의 진화론은 신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었다.

()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전체 시민(성인 남자)이 직접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 체제이다. 민회는 중요한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개최되었으며, 집행과 관련된 업무는 30세가 넘은 시민 500명 정도로 구성된 평의회에 의해 수행되었다. 500인 평의회는 추첨을 통해서 1년간 봉사하도록 결정되었다. 또한 윤번제를 통해서 아테네 시민들의 참여에 의한 통치, 즉 자치가 이루어졌다. 시민들은 자기 차례가 되면 자기 부족의 정무관이 되어야 하고 재판의 배심원으로 참여해야 했다. 전쟁과 관련된 정무관과 같은 특정한 직책은 선거에 의해 선출되었다. 따라서 아테네 민주주의의 활동 범위는 입법과 집행, 사법의 전 영역에 걸친 폭넓은 것이었다. 아테네의 직접 민주주의는 각 개인이 직접 정치에 참여한다는 점과 아마추어리즘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현대의 대의 민주주의와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아테네 민주주의는 중대한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 이 체제에서 시민권은 아테네 남성의 생득적 권한이었다. 여성, 노예, 외국인 거주자들은 시민권으로부터 배제되었다. 또한 시민들은 노예 제도가 만들어준 시간적 여유 덕분에 공공 문제에 전념할 수 있었고, 이 때문에 노예제를 인정했다. 둘째, 시민의 참여가 부진하여 민회 출석에 대한 보수지급 제도를 도입했는데도 적지 않은 시민이 민회 집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셋째, 아테네의 제도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많이 들고 절차가 복잡하여 실질적이지 못했다. 넷째, 자치 원칙이 언제나 명백하고 일관적인 정책을 만들지는 않았다. 영구적인 관료제의 결핍은 궁극적으로 비능률적인 통치를 낳았다.

()

그 당시 제주읍을 제외하고 수난당하지 않은 마을이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내 향리인 노형 마을도 토벌대의 방화로 잿더미로 변했다. 우리 식구는 그 재앙불이 떨어지기 직전에 읍내로 피난했기 때문에 요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그 어두운 밤, 먼 데 하늘의 여기저기 구름에 번져 있던 마을들을 태우는 불빛, 총성,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는 소문이 어린 내 가슴을 짓눌러대곤 했다. 칠성통 입구에, 관덕정 마당에 목 잘린 입산자들의 머리통들이 뒹굴고, 생포된 입산자들이 군중 앞에서 습격 몇 번, 방화 몇 번, 도로 차단 몇 번, 시키는 대로 죄목을 복창하고는 트럭에 실려 형장으로 가는 것도 보았다.

폭도용공의 누명을 쓴 채 죽어간 수만의 원혼들. 그 대참사에서 용케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어쩔 수 없이 뿌리 깊은 피해의식에 눈이 멀게 되었다. 43은 결코 발설해서는 안 될 무서운 금기여서 모든 사람의 입을 얼어붙게 했고, 피해의식은 깊이 내면화되어 마치 제2천성처럼 굳어져 버렸다. 그것은 숙명적인 열패감, 자기부정 사상을 낳았고, 권력에 대한 맹목적 두려움, 중앙에 대한 맹목적인 선망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일단 43에 관심을 갖게 되자, 그것을 제쳐놓고 다른 얘기를 쓴다는 것은 죄악처럼 느껴졌다. 1978년 여름에 발표된 43을 다룬 나의 첫 소설 순이 삼촌은 뜻밖에도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순이 삼촌에 대한 독자의 자못 큰 반향에 나는 기쁘기보다는 노루 제 방귀에 놀라듯이 오히려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도전적인 글을 썼으니 무사히 넘어가지 못하리라는 불안감이었다.

결국 권력이 내 도전에 응답해왔다. 그동안 썼던 중단편들을 묶어 순이 삼촌이라는 제목으로 단행본을 내자, 그들은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듯이 나를 홱 낚아채 갔다. 합동수사본부 지하실에서 나는 한 마리 똥개나 다름없었다. 온몸을 잉크빛으로 검푸르게 멍들게 한 그 가혹한 매질을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놀란 새처럼 가슴이 조마조마해진다. 온몸의 근육 세포들이 아직도 소름끼치게 기억하고 있는 그 무서운 고통, 그 잉크빛 피멍은 보름만에 사라졌지만, 정신적 상처는 지금도 생생히 살아있어 나를 계속 피해의식의 늪 속에 가두어놓으려고 한다. 이번엔 경찰이었다. 이십여 일 전부터 나는 내가 뒷조사 당하고 있음을 알았다. 요행히 들려온 정보가 아니라, 출판사에서도 고향에서도 그 사실을 알려올정도로 반공개적이었다. 나를 잡으러 이제나 오나 저제나 오나, 그야말로 도마에 올라 칼맛을 기다리는 생선 신세였는데, 그렇게 이십여 일을 기다리다 보니 체중이 팍 줄어 걸음걸이가 휘청거릴 지경이었다.

 

[문항 3] ()()에서 부각되는 문제점을 서술하고, ()()를 참조하여 문제 해결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에 관해 논하시오. (띄어쓰기 포함 350~400/ 40)

()

지난 2005년 아프리카의 앙골라에서 마르부르크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대량 발생하여 252명의 감염자 중 227명이 사망했다. 환자는 고열에 시달렸고 내부 장기에는 출혈이 있었다. 일단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대부분 이틀 내에 사망하는데, 아직까지 현대의학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마르부르크 바이러스는 지난 1967년 독일 마르부르크대학의 한 실험실 연구원이 아프리카산 녹색원숭이의 조직을 관찰하던 중 사망하면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그 대학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19995월에는 콩고 민주 공화국 등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 집단 발병하여 약 200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마르부르크 바이러스는 주로 환자의 체액을 통해 감염되며 치사율은 약 80%에 이른다.

인류가 처음 발견한 바이러스들은 모두 사람이 살지 않는 원시 지역의 동물로부터 전해졌다. 에이즈는 원숭이로부터, 인플루엔자는 철새로부터, AI는 야생 조류로부터 사람에게로 건너왔다. 밀림 개발로 인간과 동물의 생활공간이 부딪치면서 바이러스 공유는 늘어나고 있다.

2003년 세계를 강타한 중증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은 중국 광둥성 박쥐로부터 전염된 바이러스로 촉발되었다. 박쥐의 바이러스가 고양이에게 퍼졌고, 고양이를 식재료로 하여 조리하던 홍콩의 요리사가 다시 여기에 감염되었다. 홍콩 호텔에서 처음 환자가 발생하고 나서 사흘 뒤 캐나다에서도 환자가 발견되었으며, 이는 한 달 만에 80여 개의 나라로 퍼져 나갔다. 바이러스의 전파 경로를 살펴봤더니 정확하게 비행기 직항로가 있는 도시를 따라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발달한 항공교통이 바이러스도 함께 퍼 나른 것이다.

마르부르크 바이러스는 백신이 없다. 제약회사로서는 막대한 연구비를 들여 백신을 만들어야 할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 소수 환자들만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료계에선 이왕 질병에 걸릴 바에는 세계에서 의료시장이 가장 큰 미국 사람들이 많이 걸리는 병에 걸려야 한다고들 말한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백신 개발에는 실패했지만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된 덕분에 완치할 수 있었다. 미국에 환자가 많았기에 가능하였다.

()

다음은 2012년 국가별 1인당 의료비 지출과 평균수명의 관계를 나타낸 그래프이다.



 

 

()

현대 사회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자멸적인 위험사회로 치닫고 있다. 과학기술의 폐해가 지구상의 모든 생명들 뿐만 아니라 생명의 터전인 지구 자체마저 파괴해 버릴 위험성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현대 사회의 복잡함과 익명성에 갇힌 개인은 이에 대해 공동의 책임을 지기는커녕 오히려 무책임 속으로 함몰해 버리고 있다. 따라서 자연과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의식은 마땅히 현대인의 중요한 윤리문제로 다루어져야만 한다.

기존의 윤리는 인간 삶의 전 지구적인 조건과 먼 미래, 즉 인류의 존속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못했다. 새로운 윤리는 이미 실행된 행위에 관한 책임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관한 책임을 강조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윤리는 인류 존속에 대한 인간의 당위적 책임을 강조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우리가 함께 살아갈 공동체의 단위와 이에 대한 책임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연대성의 지평이 달라지고 인류의 미래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윤리는 생명의 본래적 가치를 확인하고 이에 근거하여 생명에 대한 외경을 당위로 제시해야 한다. 생명에 대한 책임은 부모가 자식에 대해 갖는 무조건적인, 무제한적인 책임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다.

()

지식 기반 경제에서 가장 핵심적인 상품은 지식이다. 지식이 경제 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므로 재산으로서 지식의 가치는 전통적인 상품의 가치를 능가할 수 있다. 또한 지식 창출은 높은 수준의 창조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므로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식은 물리적인 실체가 없어서 그 가치를 계량하기가 쉽지 않으며, 매우 쉽게 복제 및 유통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식 기반 경제에서는 지식을 하나의 독립된 재산권으로 보호할 필요성이 대두한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지식을 지적 재산권이라는 형태로 보호하고 있다. 지적 재산권이란 인간이 만들어 낸 무형의 지적 창조물을 개인이나 집단의 사유 재산으로 인정하고, 그 재산에 대해 일정 기간의 독점적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을 말한다. 만약 지적 재산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아무도 지식 축적과 연구 및 개발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지식사회의 경제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가톨릭대학교 2015학년도 수시

논술고사 문제지 논술우수자 전형(생활과학, 미디어기술)

지원학부():

이름:

수험번호:

<수험생 유의 사항>

수험생의 신원을 알리는 어떤 표시도 하지 마시오.

제목을 쓰지 말고 본문부터 시작하시오.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항 1] ()()는 서로 다른 생존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비교하여 서술하시오. (띄어쓰기 포함 200~250/ 20)

()

상호간 불신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예상되는 위협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하여 누구나 합리적 조치를 강구하게 된다. 그것은 곧 폭력이나 계략을 써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자신에 대한 위협이 되지 못하도록 무력화하는 일이다. 이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을 보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허용될 수밖에 없다. 이로써 다음과 같은 사실이 분명해진다. 인간은 그들 모두를 위압하는 공통의 권력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는 전쟁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이것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성과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땀 흘려 일할 이유가 없다. 토지의 경작이나 해상무역, 편리한 건물, 무거운 물건을 운반하는 기계, 지표(地表)에 관한 지식, 시간의 계산도 없고, 예술이나 학문도 없으며, 사회도 없다. 끊임없는 공포와 생사의 갈림길에서 인간의 삶은 고독하고, 가난하고, 험악하고, 잔인하고 그리고 짧다.

천성적으로 억압을 싫어하고 지배하기를 좋아하는 인간이 국가 체제 속에서의 구속을 스스로 부과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자기 보존에 있다. 다시 말하면 비참한 전쟁 상태로부터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다. 공통의 권력은 외적의 침입과 상호간의 권리 침해를 방지하고, 스스로의 노동과 대지의 열매로써 일용할 양식을 마련하여 쾌적한 생활을 이어가기 위하여 필요하다. 이 권력을 확립하는 유일한 길은 모든 사람의 의지를 하나의 의지로 결집하는 것, 즉 그들이 지닌 모든 권력과 힘을 한 사람혹은 하나의 합의체에 양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신들 모두의 인격을 한 사람 혹은 합의체에 부여하고, 그가 공공의 평화와 안전을 위하여 어떤 행위를 하든 혹은 백성에게 어떤 처벌을 가하든 간에, 개개인의 의지를 그의 의지에 종속시키고 개개인의 다양한 판단들을 그의 단 하나의 판단에 위임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동의 혹은 화합 이상이며, 만인이 만인과 상호 신의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모든 인간이 단 하나의 동일 인격으로 결합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리하여 위대한 리바이어던(Leviathan)이 탄생한다. 인간에게 평화와 방위를 보장하는 지상의 신(mortal god)’이 출현하는 것이다.

[문항 2] ()를 참조하여 ()의 화자가 지적하고 있는 문제점을 서술하고, ()를 바탕으로 그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논하시오. (띄어쓰기 포함 350~400/ 40)

()

다윈의 진화론은 영국의 경제학자 맬서스의 인구론에서 착안한 것으로, 이 책에서는 인구의 증가보다 식량이 매우 적게 생산되어 그 격차로 인해 기근, 질병, 전쟁 등 대재앙이 나타난다고 보았다. 다윈은 이러한 대재앙을 자연 환경에 비유하면서 환경에 잘 적응하여 생존한 개체가 자손을 남기게 된다는 자연선택설을 주장하였다. 그에 의하면 생물의 종은 다산성을 원칙으로 하는데, 이로 인해 생존경쟁이 발생한다. 이때 그 환경에 잘 적응한 변이를 갖는 개체가 생존하여 자손을 남기고 그 변이를 전하는 확률이 높게 된다. 그러므로 각각의 종은 환경에 적응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 생물의 종이 신에 의해 창조된 후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확신했던 당시 사람들에게 다윈의 진화론은 신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었다.

()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전체 시민(성인 남자)이 직접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 체제이다. 민회는 중요한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개최되었으며, 집행과 관련된 업무는 30세가 넘은 시민 500명 정도로 구성된 평의회에 의해 수행되었다. 500인 평의회는 추첨을 통해서 1년간 봉사하도록 결정되었다. 또한 윤번제를 통해서 아테네 시민들의 참여에 의한 통치, 즉 자치가 이루어졌다. 시민들은 자기 차례가 되면 자기 부족의 정무관이 되어야 하고 재판의 배심원으로 참여해야 했다. 전쟁과 관련된 정무관과 같은 특정한 직책은 선거에 의해 선출되었다. 따라서 아테네 민주주의의 활동 범위는 입법과 집행, 사법의 전 영역에 걸친 폭넓은 것이었다. 아테네의 직접 민주주의는 각 개인이 직접 정치에 참여한다는 점과 아마추어리즘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현대의 대의 민주주의와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아테네 민주주의는 중대한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 이 체제에서 시민권은 아테네 남성의 생득적 권한이었다. 여성, 노예, 외국인 거주자들은 시민권으로부터 배제되었다. 또한 시민들은 노예 제도가 만들어준 시간적 여유 덕분에 공공 문제에 전념할 수 있었고, 이 때문에 노예제를 인정했다. 둘째, 시민의 참여가 부진하여 민회 출석에 대한 보수지급 제도를 도입했는데도 적지 않은 시민이 민회 집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셋째, 아테네의 제도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많이 들고 절차가 복잡하여 실질적이지 못했다. 넷째, 자치 원칙이 언제나 명백하고 일관적인 정책을 만들지는 않았다. 영구적인 관료제의 결핍은 궁극적으로 비능률적인 통치를 낳았다.

()

그 당시 제주읍을 제외하고 수난당하지 않은 마을이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내 향리인 노형 마을도 토벌대의 방화로 잿더미로 변했다. 우리 식구는 그 재앙불이 떨어지기 직전에 읍내로 피난했기 때문에 요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그 어두운 밤, 먼 데 하늘의 여기저기 구름에 번져 있던 마을들을 태우는 불빛, 총성,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는 소문이 어린 내 가슴을 짓눌러대곤 했다. 칠성통 입구에, 관덕정 마당에 목 잘린 입산자들의 머리통들이 뒹굴고, 생포된 입산자들이 군중 앞에서 습격 몇 번, 방화 몇 번, 도로 차단 몇 번, 시키는 대로 죄목을 복창하고는 트럭에 실려 형장으로 가는 것도 보았다.

폭도용공의 누명을 쓴 채 죽어간 수만의 원혼들. 그 대참사에서 용케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어쩔 수 없이 뿌리 깊은 피해의식에 눈이 멀게 되었다. 43은 결코 발설해서는 안 될 무서운 금기여서 모든 사람의 입을 얼어붙게 했고, 피해의식은 깊이 내면화되어 마치 제2천성처럼 굳어져 버렸다. 그것은 숙명적인 열패감, 자기부정 사상을 낳았고, 권력에 대한 맹목적 두려움, 중앙에 대한 맹목적인 선망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일단 43에 관심을 갖게 되자, 그것을 제쳐놓고 다른 얘기를 쓴다는 것은 죄악처럼 느껴졌다. 1978년 여름에 발표된 43을 다룬 나의 첫 소설 순이 삼촌은 뜻밖에도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순이 삼촌에 대한 독자의 자못 큰 반향에 나는 기쁘기보다는 노루 제 방귀에 놀라듯이 오히려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도전적인 글을 썼으니 무사히 넘어가지 못하리라는 불안감이었다.

결국 권력이 내 도전에 응답해왔다. 그동안 썼던 중단편들을 묶어 순이 삼촌이라는 제목으로 단행본을 내자, 그들은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듯이 나를 홱 낚아채 갔다. 합동수사본부 지하실에서 나는 한 마리 똥개나 다름없었다. 온몸을 잉크빛으로 검푸르게 멍들게 한 그 가혹한 매질을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놀란 새처럼 가슴이 조마조마해진다. 온몸의 근육 세포들이 아직도 소름끼치게 기억하고 있는 그 무서운 고통, 그 잉크빛 피멍은 보름만에 사라졌지만, 정신적 상처는 지금도 생생히 살아있어 나를 계속 피해의식의 늪 속에 가두어놓으려고 한다. 이번엔 경찰이었다. 이십여 일 전부터 나는 내가 뒷조사 당하고 있음을 알았다. 요행히 들려온 정보가 아니라, 출판사에서도 고향에서도 그 사실을 알려올정도로 반공개적이었다. 나를 잡으러 이제나 오나 저제나 오나, 그야말로 도마에 올라 칼맛을 기다리는 생선 신세였는데, 그렇게 이십여 일을 기다리다 보니 체중이 팍 줄어 걸음걸이가 휘청거릴 지경이었다.

 

[문항 3] 제시문 ()~()를 읽고 문제 (논제 1, 논제 2)에 답하시오. (40)

() 화성은 태양계의 4번째 행성으로서 지구와의 거리가 가까울 뿐만 아니라, 지구와 가장 비슷한 환경을 지녔기 때문에 물과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다. 201286일 화성에 착륙한 큐리오시티 탐사선(Curiosity rover)은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 위해 지금까지 외계에 보냈던 탐사선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최첨단 분석기들을 보유하고 있다. 우선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는 항시 125와트 전력을 발전하여 영하 100도의 추위에도 탐사선이 활동할 수 있게 해준다. 탑재된 화성 시료 분석장비는 화성의 흙을 레이저로 가열하여 흙에서 나오는 연기를 알파입자 X선 분광기(Alpha-particle X-ray spectrometer)로 분석해 흙이 어떤 원자로 구성되어 있는지 분석해준다. 이 분석기로 주위에 있는 흙을 퍼서 몇 번 분석했는데 메탄가스가 발견되지 않아 과학자들은 실망하고 말았다.

 

() 지구에 탄생한 최초의 생명체는 종속 영양 생물인 원시 단세포 생물이었다. 이 생명체는 오랜 생물적 진화를 거쳐 독립 영양 생물로도 진화하였고, 다세포 생물로도 진화하였다. 현재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세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포의 구조와 기능에 따라 원핵세포와 진핵세포로 구분된다. 원핵세포는 핵이 없지만, 진핵세포는 막으로 둘러싸인 핵을 가지고 있다. 원핵세포나 진핵세포는 모두 세포의 내부와 외부를 나누는 세포막을 가지고 있고, 이 세포막은 다양한 단백질과 인지질 2중층으로 구성되어 물질의 출입을 조절한다.

 

() 탄소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중요한 원소로서 대기 중에서는 기체 상태인 이산화탄소의 형태로 존재하고 암석 중에서는 흑연이나 다이아몬드, 석회암 등의 고체 상태로 존재한다. 바다에서는 산호에 들어있고, 해수에 탄산이온으로 녹아있기도 하며, 암석의 퇴적층에는 석탄이나 석유, 천연가스 등의 형태로 매장되어 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물과 함께 녹색식물로 흡수되고, 빛에너지를 이용하여 엽록체에서 탄소, 수소, 산소로 구성된 탄수화물이 된다. 탄수화물 속 탄소는 먹이사슬을 통해 다른 생물로 이동 후 일부는 호흡과정을 통해 다시 이산화탄소로 배출되거나 동물의 배설물과 사체를 통해 메탄과 같은 유기물이 되어 토양으로 이동하고, 토양 속 유기물은 미생물에 의해 이산화탄소로 분해되어 다시 대기 중으로 순환한다. 이러한 탄소성분의 이동을 탄소순환이라고 한다.

 

() 생명체는 DNA에 자신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 DNA의 기본단위는 뉴클레오타이드이고 4종류의 뉴클레오타이드가 결합하여 긴 사슬을 형성한다. DNA는 히스톤 단백질을 감싼 후 꼬여서 염색사를 형성한다. 세포가 분열할 때는 염색사가 응축되어 염색체가 되고, 동일한 염색체가 두 개의 딸세포로 전해진다. 생명체의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각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염색체의 수도 다르다. 이렇게 DNA에 저장된 정보는 DNA와 유사한 물질인 RNA로 옮겨지고, RNA로 옮겨진 정보로부터 아미노산의 서열이 결정되어 단백질이 합성된다.

 

논제 1. (20) 제시문 ()~()에서 나타나는 생명의 특징을 과학적 관점에서 정의하고, 화성에 메탄가스가 존재하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논술하시오.

 

논제 2. (20) 제시문 ()에서 설명된 기능을 나타내는 DNA의 구조적 특징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생명체가 유전물질로서 RNA나 단백질 대신 DNA를 사용하는 이유를 기능적 관점에서 논술하시오.



가톨릭대학교 2015학년도 수시

논술고사 문제지 논술우수자 전형(문과)

지원학부():

이름:

수험번호:

<수험생 유의 사항>

수험생의 신원을 알리는 어떤 표시도 하지 마시오.

제목을 쓰지 말고 본문부터 시작하시오.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항 1] ()()는 서로 다른 생존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비교하여 서술하시오. (띄어쓰기 포함 200~250/ 20)

()

상호간 불신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예상되는 위협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하여 누구나 합리적 조치를 강구하게 된다. 그것은 곧 폭력이나 계략을 써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자신에 대한 위협이 되지 못하도록 무력화하는 일이다. 이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을 보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허용될 수밖에 없다. 이로써 다음과 같은 사실이 분명해진다. 인간은 그들 모두를 위압하는 공통의 권력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는 전쟁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이것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성과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땀 흘려 일할 이유가 없다. 토지의 경작이나 해상무역, 편리한 건물, 무거운 물건을 운반하는 기계, 지표(地表)에 관한 지식, 시간의 계산도 없고, 예술이나 학문도 없으며, 사회도 없다. 끊임없는 공포와 생사의 갈림길에서 인간의 삶은 고독하고, 가난하고, 험악하고, 잔인하고 그리고 짧다.

천성적으로 억압을 싫어하고 지배하기를 좋아하는 인간이 국가 체제 속에서의 구속을 스스로 부과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자기 보존에 있다. 다시 말하면 비참한 전쟁 상태로부터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다. 공통의 권력은 외적의 침입과 상호간의 권리 침해를 방지하고, 스스로의 노동과 대지의 열매로써 일용할 양식을 마련하여 쾌적한 생활을 이어가기 위하여 필요하다. 이 권력을 확립하는 유일한 길은 모든 사람의 의지를 하나의 의지로 결집하는 것, 즉 그들이 지닌 모든 권력과 힘을 한 사람혹은 하나의 합의체에 양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신들 모두의 인격을 한 사람 혹은 합의체에 부여하고, 그가 공공의 평화와 안전을 위하여 어떤 행위를 하든 혹은 백성에게 어떤 처벌을 가하든 간에, 개개인의 의지를 그의 의지에 종속시키고 개개인의 다양한 판단들을 그의 단 하나의 판단에 위임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동의 혹은 화합 이상이며, 만인이 만인과 상호 신의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모든 인간이 단 하나의 동일 인격으로 결합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리하여 위대한 리바이어던(Leviathan)이 탄생한다. 인간에게 평화와 방위를 보장하는 지상의 신(mortal god)’이 출현하는 것이다.

[문항 2] ()를 참조하여 ()의 화자가 지적하고 있는 문제점을 서술하고, ()를 바탕으로 그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논하시오. (띄어쓰기 포함 350~400/ 40)

()

다윈의 진화론은 영국의 경제학자 맬서스의 인구론에서 착안한 것으로, 이 책에서는 인구의 증가보다 식량이 매우 적게 생산되어 그 격차로 인해 기근, 질병, 전쟁 등 대재앙이 나타난다고 보았다. 다윈은 이러한 대재앙을 자연 환경에 비유하면서 환경에 잘 적응하여 생존한 개체가 자손을 남기게 된다는 자연선택설을 주장하였다. 그에 의하면 생물의 종은 다산성을 원칙으로 하는데, 이로 인해 생존경쟁이 발생한다. 이때 그 환경에 잘 적응한 변이를 갖는 개체가 생존하여 자손을 남기고 그 변이를 전하는 확률이 높게 된다. 그러므로 각각의 종은 환경에 적응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 생물의 종이 신에 의해 창조된 후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확신했던 당시 사람들에게 다윈의 진화론은 신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었다.

()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전체 시민(성인 남자)이 직접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 체제이다. 민회는 중요한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개최되었으며, 집행과 관련된 업무는 30세가 넘은 시민 500명 정도로 구성된 평의회에 의해 수행되었다. 500인 평의회는 추첨을 통해서 1년간 봉사하도록 결정되었다. 또한 윤번제를 통해서 아테네 시민들의 참여에 의한 통치, 즉 자치가 이루어졌다. 시민들은 자기 차례가 되면 자기 부족의 정무관이 되어야 하고 재판의 배심원으로 참여해야 했다. 전쟁과 관련된 정무관과 같은 특정한 직책은 선거에 의해 선출되었다. 따라서 아테네 민주주의의 활동 범위는 입법과 집행, 사법의 전 영역에 걸친 폭넓은 것이었다. 아테네의 직접 민주주의는 각 개인이 직접 정치에 참여한다는 점과 아마추어리즘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현대의 대의 민주주의와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아테네 민주주의는 중대한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 이 체제에서 시민권은 아테네 남성의 생득적 권한이었다. 여성, 노예, 외국인 거주자들은 시민권으로부터 배제되었다. 또한 시민들은 노예 제도가 만들어준 시간적 여유 덕분에 공공 문제에 전념할 수 있었고, 이 때문에 노예제를 인정했다. 둘째, 시민의 참여가 부진하여 민회 출석에 대한 보수지급 제도를 도입했는데도 적지 않은 시민이 민회 집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셋째, 아테네의 제도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많이 들고 절차가 복잡하여 실질적이지 못했다. 넷째, 자치 원칙이 언제나 명백하고 일관적인 정책을 만들지는 않았다. 영구적인 관료제의 결핍은 궁극적으로 비능률적인 통치를 낳았다.

()

그 당시 제주읍을 제외하고 수난당하지 않은 마을이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내 향리인 노형 마을도 토벌대의 방화로 잿더미로 변했다. 우리 식구는 그 재앙불이 떨어지기 직전에 읍내로 피난했기 때문에 요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그 어두운 밤, 먼 데 하늘의 여기저기 구름에 번져 있던 마을들을 태우는 불빛, 총성,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는 소문이 어린 내 가슴을 짓눌러대곤 했다. 칠성통 입구에, 관덕정 마당에 목 잘린 입산자들의 머리통들이 뒹굴고, 생포된 입산자들이 군중 앞에서 습격 몇 번, 방화 몇 번, 도로 차단 몇 번, 시키는 대로 죄목을 복창하고는 트럭에 실려 형장으로 가는 것도 보았다.

폭도용공의 누명을 쓴 채 죽어간 수만의 원혼들. 그 대참사에서 용케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어쩔 수 없이 뿌리 깊은 피해의식에 눈이 멀게 되었다. 43은 결코 발설해서는 안 될 무서운 금기여서 모든 사람의 입을 얼어붙게 했고, 피해의식은 깊이 내면화되어 마치 제2천성처럼 굳어져 버렸다. 그것은 숙명적인 열패감, 자기부정 사상을 낳았고, 권력에 대한 맹목적 두려움, 중앙에 대한 맹목적인 선망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일단 43에 관심을 갖게 되자, 그것을 제쳐놓고 다른 얘기를 쓴다는 것은 죄악처럼 느껴졌다. 1978년 여름에 발표된 43을 다룬 나의 첫 소설 순이 삼촌은 뜻밖에도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순이 삼촌에 대한 독자의 자못 큰 반향에 나는 기쁘기보다는 노루 제 방귀에 놀라듯이 오히려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도전적인 글을 썼으니 무사히 넘어가지 못하리라는 불안감이었다.

결국 권력이 내 도전에 응답해왔다. 그동안 썼던 중단편들을 묶어 순이 삼촌이라는 제목으로 단행본을 내자, 그들은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듯이 나를 홱 낚아채 갔다. 합동수사본부 지하실에서 나는 한 마리 똥개나 다름없었다. 온몸을 잉크빛으로 검푸르게 멍들게 한 그 가혹한 매질을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놀란 새처럼 가슴이 조마조마해진다. 온몸의 근육 세포들이 아직도 소름끼치게 기억하고 있는 그 무서운 고통, 그 잉크빛 피멍은 보름만에 사라졌지만, 정신적 상처는 지금도 생생히 살아있어 나를 계속 피해의식의 늪 속에 가두어놓으려고 한다. 이번엔 경찰이었다. 이십여 일 전부터 나는 내가 뒷조사 당하고 있음을 알았다. 요행히 들려온 정보가 아니라, 출판사에서도 고향에서도 그 사실을 알려올정도로 반공개적이었다. 나를 잡으러 이제나 오나 저제나 오나, 그야말로 도마에 올라 칼맛을 기다리는 생선 신세였는데, 그렇게 이십여 일을 기다리다 보니 체중이 팍 줄어 걸음걸이가 휘청거릴 지경이었다.

 

()

사진이란 사물의 형태 속에 숨어 있어서 보이지 않는 어떤 의미를 구체적인 형태로 시각화하는 작업을 말한다. 문학에서 작가의 내면적 이미지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형상화 작업이라고 한다면, 사진에서는 이 같은 작업을 영상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영상화 작업이란 의미의 가시화 작업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진이란 사물과 사물 사이의 관계나 사물 자체의 존재 이유, 즉 사물의 의미를 시각화하는 작업이다.

이러한 사물의 관계나 존재 의미는 사진가에 의해 규정된다. 사진가란 카메라를 통해서 그 관계나 존재의 의미를 파악해 영상화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그 존재 의미가 파악되었을 때 작가는 셔터를 누른다. 이렇게 셔터를 누를 때 비로소 사진을 찍는다고 하는 것이다. 셔터를 누름과 동시에 사물의 움직임은 고정되고, 고정된 사물은 하나의 의미로 영상화된다. 사진에 드러난 작가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같을 때 공감하는 것이고,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을 일깨워 줄 때 감동하는 것이며,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새삼스럽게 인식시켜줄 때 실망하는 것이고, 본 것을 또 보여 줄 때 지루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사진을 찍을 때 반드시 초점을 정확히 맞춰야 할 필요가 없다. 사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면 그것은 복사재현을 목적으로 사진을 찍을 때이다. 그러나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사물이 아니기 때문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곳이 따로 없다.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초점을 정확히 맞출 경우, 그 사물의 존재감이 개념의 세계를 잠식할 우려가 있다. 구체적 사물의 외형이 그 외형을 통해 표현하려 한 작가의 생각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초점이 안 맞은 것도, 일부러 흔들어 찍은 것도, 그리고 소위 구도를 무시한 사진도 등장하게 된다. 작가가 드러내는 관념의 세계가 감상자의 기대치와 차이를 만들 때 감상자는 혼돈에 빠지고 만다.

현대 사진의 난해성은 여기에서 출발하고 있다. 구체적 사물을 정확히 재현한 과거의 사진에만 익숙해진 감상자들의 눈에 흔들리고 떨린 사진이 이해될 리 없다. 과거의 문법으로는 도저히 읽어낼 수 없는 새로운 구문 형태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사진은 과거의 순진한 관람객들에게는 불친절하게 비칠 수 있다. 현대 사진 작가들의 외침은 과거의 문법을 넘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감각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

서구 근대성의 기획이 무엇보다도 시각에 대한 우선권이 확립됨으로써 가능해졌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르네상스의 과학혁명과 함께 시작된 서구 근대성은 그 본질적인 성격에 있어서 시각 중심적이었다. 시각은 대상을 하나의 좌표로 고정시켜 그 현상을 하나의 시점으로써 관찰하고, 이를 토대로 그 대상의 속성을 파악하고자 하는 근대 과학정신의 모태를 마련하였다. 근대성의 정수에 해당하는 계몽의 정신은 빛을 쬐어 어둠을 몰아내고 세계를 밝히는 일이었다. 신화와 종교가 믿음의 산물이라면, 과학은 앎과 이해의 산물이다. 그리고 이러한 앎과 이해의 토대가 된 것이 바로 시각, 본다는 행위였다. 근대정신에서 시각은 객관적인 현상을 기록하는 순수지각의 기초이며, 사물을 투명하게 받아들이는 순수한 눈의 광학적 기능으로 이해된다. 그런 의미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 즉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것만이 인식의 재료가 된다고 보았다. 이에 따르면 우리는 단지 볼 수 있는 것만을 믿을 수 있다. 이러한 개념에 대한 철학적 결정체는 바로 근대 과학정신의 모태가 된 경험주의이다. 사물에 대한 인식과 지식이 인간의 경험에 그 토대를 두어야 하며 그 경험의 원천은 감각으로부터 나온다는 경험주의 철학에서 시각은 다른 감각에 앞서 보다 특별한 지위를 지닌다.

그러나 현대의 시각 이론은 근대성과 시각 중심주의의 본질에 깔려있는 순수한 눈이라는 근대적 이데올로기의 허상을 폭로한다.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본다는 것은 순수 지각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소유, 욕망 및 권력과의 함수관계로 파악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즉 본다는 것은 하나의 주어진 대상으로서 외부세계에 존재하는 사물을 지각하고 기술하는 현상이 아니라, 어떤 특별한 선택이나 목적 혹은 관점을 기초로 이 세계를 만들어 가고 해석해 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시각 이론가 미첼은 목적을 수반하지 않는 시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젱스 또한 세계는 눈에 의해 보이기를 기다리며 미리 형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며, 이 바깥 세상에 원래 그대로 형성되어 존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자면 이는 우리가 그 무엇을 본다는 것은 그것을 그대로 보는것이 아니라, ‘그 무엇으로 본다는 의미가 된다.

[문항 3] ()()를 읽고 ()의 밑줄 친 현대 사진의 난해성을 설명하고, 그 난해성의 발생 원인에 대하여 논하시오. (띄어쓰기 포함 350~400/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