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국어 대비 교재]현대시 소재별 모음-바다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公主)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 「여성」 (1939. 3)
∙ 성격 : 감각적(시각적), 묘사적, 주지적
∙ 표현 : 선명한 심상의 제시와 냉정한 어조로 시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킴. 서글픔과 애처로움이 뒤섞인 관조적 미의식
∙ 특징 :
① 구체적인 소재를 통해 추상적 관념을 표현하는 상징이 두드러짐.
② 푸른색과 흰색이 선명한 대비를 이룸.
③ 대상에 대한 주관적 해석과 판단을 배제한 채 서술함.
④ 문명 비판적 성격이 나타남.
∙ 구성 :
① 1연 -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
② 2연 - 새로운 세계에 대한 모험과 시련
③ 3연 - 새로운 세계에 대한 좌절감
∙ 제재 : 바다와 나비
∙ 주제 :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과 좌절
순진한 낭만적 꿈의 좌절과 냉혹한 현실 인식
1930년대 모더니즘 이론의 대표로 불리는 김기림의 이론적 바탕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1930년대 한국 모더니즘 계열 시에서는 시각적 이미지를 중시한 회화적 특성과 문명 비판적 내용이 두드러졌는데, 그런 특성이 <바다와 나비>에 뚜렷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1920년대 낭만주의의 병적 감상성과 경향파의 정치적 관념을 부정한 이른바 모더니즘 운동의 대표작이다. 초기시에서 자주 보이던 낯선 외래어의 사용이나 경박함이 배제되고, 선명한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다. 연약한 나비와 광활한 바다와의 대비를 통해 근대라는 엄청난 물결 앞에 자신의 무력함을 자각할 수밖에 없었던 30년대 후반 한국 모더니스트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듯한 작품이다. ‘근대’라는 엄청난 위력 앞에 절망할 수밖에 없었던 1930년대 후반 한국 모더니스트의 자화상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여기서 ‘나비’는 시인의 감정이 이입된 존재로 ‘낭만적인 꿈과 정열’을, ‘바다’는 가혹한 현실을 각각 의미한다. ‘나비’의 들뜬 낭만적 정열은 물론 바다를 건너는 모험을 감행하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바다’의 수심도 모르면서, 또 자신의 역량도 모르면서 바다를 건너는 일의 무모함은 물결에 날개를 적신 채 지쳐서 돌아오는 ‘나비’의 모습을 통해 암시된다. 그래서 ‘나비’의 연약한 모습을 흰색의 색채 이미지를 통해서, 세상 물정 모르는 ‘나비’의 모습을 공주에 빗대어서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이 시에서는 바다와 나비의 시각적 심상만이 나타나고 있을 뿐 그에 대한 시인의 주관적인 가치 판단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점이 모더니즘, 특히 이미지즘 계열시의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 [참고] : 1930년대 모더니즘의 특징
① 19세기적인 주정주의에 반기를 들고 지성을 중요시하는 20세기 문학 운동
② 병든 문명이 빚어낸 현대의 위기는 지성으로 구해내는 도리밖에 없다는 주장
③ 사상과 정서보다는 지성(이성)의 우세를 강조함.
④ 현대 도시 문명에 대한 적극적 비판성
⑤ 이미지 특히 시각적 이미지의 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