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벗이 몇인가 헤아려 보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이 밝게 떠오르니 그것은 더욱 반가운 일이로다.
나머지는 그냥 두어라. 이 다섯 외에 더 있으면 무엇하겠는가?
구름의 빛깔이 깨끗하다고 하지만 자주 검어지네.
바람 소리가 맑다지만, 그칠 때가 많도다.
깨끗하고도 그칠 때가 없는 것은 물뿐인가 하노라.
꽃은 무슨 까닭에 피자마자 쉬이 져 버리고,
풀은 또 어찌하여 푸른 듯하다가 이내 누른 빛을 띠는가?
아마도 변하지 않는 것은 바위뿐인가 하노라.
따뜻해지면 꽃이 피고, 추워지면 잎이 떨어지는데,
소나무야, 너는 어찌하여 눈서리를 모르고 살아가는가?
깊은 땅 속(혹은 저승)까지 뿌리가 곧게 뻗은 것을 그것으로 하여 알겠노라.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닌 것이, 곧게 자라기는 누가 시켰으며,
또 속은 어찌하여 비어 있는가?
저렇고도사철 늘 푸르니, 나는 그것을 좋아하노라.
작은 것이 높이 떠서 온 세상을 다 바추니
한밤중에 광명이 너보다 더한 것이 또 있겠느냐?(없다)
보고도 말을 하지 않으니 나의 벗인가 하노라
요점 정리
지은이 : 윤선도
연대 : 조선 인조 때
갈래 : 평시조, 연시조
성격 : 찬미적, 예찬적
제재 : 물, 돌, 소나무, 대, 달
주제 : 오우(五友)를 찬양
내용 연구
버디 : 벗이, 친구가
몃치나 : 몇이나
반갑고야 : 반갑구나 '-고야'는 감탄형어미
두어라 : 그만두자. 아(감탄사로 보는 것이 무난함)
밧긔 : 밖에
머엇하리 : 무엇하리
조타 : 깨끗하다
자로 : 자주
소래 : 소리
하노매라 : 많구나.
그츨 : 그칠, 멈춤
뉘 : 때
고즌 : 꽃은, 곶(종성부용초성)> 곳(팔종성)>꽃(경음화)
므스 : 무슨
퓌며서 : 피면서
쉬이 : 쉽게
디고 : 지고(구개음화)
더우면 곳 퓌고 치우면 닙 디거날 : 사람들이 세상 형편에 따라 편하게 살아감
변티 : 변하지
곳기난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비었는다 : 지조가 곧고 생활이 청빈함을 뜻한 말
바회 : 바위
치우면 : 추우면
솔아 : 소나무야
구천 : 땅속, 황천
불희 : 뿌리, 불휘> 뿌리(ㅎ탈락, 경음화, 단모음화)
뎌러코 : 저러하고
이해와 감상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살려서 시조를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린 뛰어난 작품으로 고산이 56세되던 해, 영덕 배소에서 돌아와 금쇄동에서 천석을 벗삼아 지은 것으로 '산중신곡'안에 있다. '오우가'는 6수로 서시 다음에 각각 그 자연물들의 특질을 들어 자신의 자연애와 관조를 표현한 고산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오우가(五友歌)'의 서시로서, 초, 중장은 문답식으로 다섯 벗을 나열하여 자연과 벗이 된 청초하고 순결한 자연관을 우리말의 장점을 잘 다듬어 세련되게 표현하였다 '또 더하야 머엇하리'에서 작자의 동양적인 체념관(諦念觀)을 발견할 수 있다.[서사]
초장 | 네 벗 - 수석송죽 | 문답법 |
중장 | 동산의 달 | |
종장 | 오우로 자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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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영원성을 기린 노래로, 구름과 바람은 가변적(可變的)이요 순간적(瞬間的)이라 한다면, 물은 영구적(永久的)이다. 물은 구름이나 바람과 달리 깨끗하고 항시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산이 좋아하는 소재이고, 예로부터 지자는 요수라 했으니, 고산의 요수하는 심정을 담은 이 시조는 끊임없이 바라는 지적 추구의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水]
초장 | 구름 - 자주 변함 | 댓구법 |
중장 | 바람 - 자주 그침 | |
종장 | 물 - 영원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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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의 변하지 않는 생명성을 찬양한 노래로, 꽃이나 풀이 가변적이고 세속적이라 한다면, 바위는 영구적이요 철학적이다. 꽃이나 풀이 부귀 영화의 상징이라면, 바위는 초연(超然)하고 달관한 군자의 모습으로 바위는 동양미의 진수와 통하는 것이다.[石]
초장 | 꽃 - 바로 짐 | 댓구법 |
중장 | 풀 - 바로 시듦 | |
종장 | 바위 - 불변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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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의 변함없는 푸르름에서 꿋꿋한 절개를 느끼고 찬양한 노래로, 소나무는 역경에서도 불변하는 충신 열사(烈士)의 상징으로 여기며, 예로부터 소나무는 충신열사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하는 소재로 여기에서도 절의의 상징으로서의 소나무를 칭송하면서, 그 이면에는 자신의 강직한 고절(高節)을 나타내고 있다.[松]
초장 | 꽃과 잎 - 가변적 | 절개 |
중장 | 솔 - 항상 푸르름 | |
종장 | 솔뿌리의 곧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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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의 푸름을 찬양하여, 아울러 그가 상징하는 절개를 나타낸 것이다. 대나무는 사군자(四君子)의 하나로 옛 선비들의 굳은 절개를 상징하는 상징물로서 사랑을 받아온 것이다.[竹]
초장 | 대나무의 속성 | 절개 |
중장 | 대나무의 곧음 | |
종장 | 대나무의 푸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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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인간의 원형 심리에 뿌리를 둔 문학적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달(竹)을 노래한 것인데, 달이란 작은 존재로 장공(長空)에 홀로 떠서 세상만 비출 뿐 인간의 미, 추, 선, 악을 꼬집지도 헐뜯지도 않아 좋다고 했다. 이는 병자호란 때 왕을 호종(扈從)치 않았다고 해서 반대파들로부터 논척을 받고 영덕에 유배되기까지 한 고산(孤山)으로서는 말없이 장공에 떠서 보고도 말 아니하고 오직 세상만 골고루 비춰 주는 달만이 벗이라고 할 만하며, 달은 또한 정읍사나 정과정에 등장하는 절대자의 역할과 같은 것으로 자신의 깊은 심중을 알아주는 이로 등장하고 있다.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절대자적 위치에 있는 벗으로 통하고 있다.[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