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국어 대비] 평가원 및 모의고사 문학 '산문' 문제 모음
[25~3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뒷벽 중앙에 새긴 십일면관음보살은 더할 나위 없는 여성미와 육체미까지 나타내었다. 어디까지나 아름답고 의젓한 얼굴판은 그만두더라도, 곱고도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드리운 오른팔, 엄지와 장지 사이로 살며시 구슬 줄을 들었는데, 그 어여쁜 손가락이 곰실곰실 움직이는 듯. 병을 치키어 쥔 포동포동한 왼쪽 팔뚝! 종교 예술품으로 이렇게 곡선미를, 여성미를 영절스럽게도* 나타낼 수 있으랴? 그나 그뿐인가! 수없이 늘인 구슬 밑에 하늘하늘하는 옷자락은 서양 여자의 야회복을 생각나게 한다. 그 아른아른옷자락 밑으로 알맞게 볼록한 젖가슴, 좁은 듯하면서도 슬밋한 허리를 대어 둥그스름하게 떠오른 허벅지, 토실토실한 종아리가 뚜렷이 드러났다. 그는 살아 움직인다! 그의 몸엔 분명히 맥이 뛰고 피가 흐른다. 지름이라도 선뜻 벽을 떠나 지그시 감은 눈을 뜨고 빙그레 웃을 듯, 고금의 예술품을 얼마쯤 더듬어 보았지만, 이 묵묵한 돌부처처럼 나에게 감흥을 주고 법열(法悅)을 자아낸 것은 드물었다. 나는 마치 일생을 두고 ⓑ그리고 그리던 고운 님(보살님이시여! 그릇된 말씨의 모독을 용서하사이다. 보살님이 내 가슴에 붙여 주신 맑은 불길은 이런 모독쯤은 태우고야 말았습니다.)을 만난 것처럼 그 팔뚝을 만지고, 손을 쓰다듬고, 가슴을 어루만지며, 어린 듯 취한 듯, 언제까지고 차마 발길을 돌릴 수가 없었다.
―현진건, <불국사 기행>
(나)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낮, 스님도 마을 사람도 인기척이 끊어진 마당에는 오색 낙엽이 그림처럼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이 젖고 있다. 무량수전, 안양문, 조사당, 응향각 들이 마치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 서서
사무치는 고마움 |
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
무량수전은 고려 중기의 건축이지만, 우리 민족이 보존해 온 목조 건축 중에서는 가장 아름답고 오래 된 건물임이 틀림없다. 기둥 높이와 굵기, 사뿐히 고개를 든 지붕 추녀의 곡선과 그 기둥이 주는 조화, 간결하면서도 역학적이며 기능에 충실한 주심포의 아름다움, 이것은 꼭 갖출 것만을 갖춘 필요미이며, 문창살 하나 문지방 하나에도 나타나 있는 비례의 상쾌함이 이를 데가 없다. 무량수전이 지니고 있는 이러한 지체야말로 석굴암 건축이나 불국사 돌계단의 구조와 함께 우리 건축이 지니는 참 멋, 즉 조상들의
안목과 미덕 |
이 어떠하다는 실증을 보여주는 본보기라 할 수밖에 없다. 무량수전 앞 안양문에 올라 앉아 먼 산을 바라보면 산 뒤에 또 산, 그 뒤에 또 산마루, 눈길이 가는 데까지 그림보다 더 곱게 겹쳐진 능선들이 모두 이 무량수전을 향해 마련된 듯싶다. 이 대자연 속에 이렇게 아늑하고도 눈맛이 시원한 시야를 터줄 줄 아는 한국인, 높지도 얕지도 않은 이 자리를 점지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층 그윽하게 빛내 주고 부처님을 더욱 숭엄한 아름다움으로 이끌어 줄 수 있었던 안목의 소유자, 그 한국인, 지금 우리의 머리 속에 빙빙 도는 그 큰 이름은 부석사의 창건주 의상 대사이다
이 무량수전 앞에서부터 당간 지주가 서 있는 절 밖, 그 넓은 터전을 여러 층 단으로 닦으면서 그 마무리로 쌓아 놓은 긴 석축들이 각기 다른 각도에서 이뤄진 것은 아마도 먼 안산(案山)* 이 지니는 겹겹한 능선의 각도와 조화시키기 위해 풍수 사상에서 계산된 계획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석축들의 짜임새를 바라보고 있으면 신라나 고려 사람들이 지녔던 자연과 건조물의 조화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을 것 같고, 그것은
순리의 아름다움 |
이라고 이름 짓고 싶다. 크고 작은 자연석을 섞어서 높고 긴 석축을 쌓아 올리는 일은 자칫 잔재주에 기울기 마련이지만, 이 부석사 석축들을 돌아보고 있으면 이끼 낀 크고 작은 돌들의 모습이 모두 그 석축 속에서 편안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희한한 구성을 이루고 있다.
―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 서서>
*영절스럽다:아주 그럴 듯하다
*안산:집터나 묏자리의 맞은편에 있는 산
25. (가)와 (나)의 차이점을 잘못 말한 것은? [2점]
① (가)는 시선이 하나의 대상으로 초점화된 데 비해, (나)는 여러 대상으로 분산되어 있다.
② (가)는 현재의 시각에서 기술하고 있는 데 비해, (나)는 과거를 회상하면서 기술하고 있다.
③ (가)는 주관적 감흥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데 비해, (나)는 객관적 지식을 토대로 하고 있다.
④ (가)는 대상과의 거리가 밀착되어 있는 데 비해, (나)는 대상과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⑤ (가)는 대상을 동적(動的) 이미지로 파악하고 있는 데 비해, (나)는 대상을 정적(靜的) 이미지로 파악하고 있다.
정답 ②
26. (가)를 ‘한국미의 순례’라는 영상물로 제작하려고 한다. (가)의 내용에 더 추가된 것은?
① 옥피리를 불며 승천하는 관음보살을 환상적으로 처리해 본다.
② 고풍스러운 음악과 함께 관음상의 전신(前身)을 두루 비추게 한다.
③ 관음보살이 웃음 지으며 움직이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표현해 본다.
④ 화자가 관음상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쓰다듬는 모습을 보여 준다.
⑤ 화자가 관음상을 바라보며 자신의 심경을 감동적인 어조로 말하게 한다.
정답 ①
27. 다음은 ‘석굴암 관음상을 보고’라는 제목으로 창작을 하기 위한 구상들이다. (가)에 나타난 필자의 느낌과 유사한 것은?
① 관음상은 종교적 대상이 아닐 수 없어. 엄숙함과 경건함이 잘 드러나도록 그림을 그리려고 해.
②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이 관음보살께 자기의 심정을 하소연하는 내용으로 편지를 쓰려고 해.
③ 관음상을 만든 석공은 위대한 장인임이 분명해. 그의 일대기를 소재로 한 소설을 쓰고 싶어.
④ 관음상은 단순한 돌덩이가 아니야. 차가운 돌에 뜨거운 생명을 불어넣는 내용을 담은 시를 쓰고 싶어.
⑤ 관음상은 선인들의 얼이 담겨 있는 고귀한 문화재이잖아. 여러 곳에 있는 관음상을 탐방하는 내용의 기행문을 쓰려고 해.
정답 ④
28.<보기>는 예술품의 창작과 수용 관계를 나타낸 그림이다. (나)의
|
안의 말들을 ㉠~㉢에 바르게 대응시킨 것은?
㉠ ㉡ ㉢
① 안목과 미덕 순리의 아름다움 사무치는 고마움
② 안목과 미덕 사무치는 고마움 순리의 아름다움
③ 순리의 아름다움 안목과 미덕 사무치는 고마움
④ 순리의 아름다움 사무치는 고마움 안목과 미덕
⑤ 사무치는 고마움 순리의 아름다움 안목과 미덕
정답 ①
29. (나)에서 필자가 주목한 대상을 그려 보았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2점]
정답 ③
30. <보기>는 (가)의 ⓐ, ⓑ와 관련한 사전 풀이이다. 설명이 그른 것은? [2점]
그리다1(타) (어떤 대상을) 애틋한 감정으로 간절히 바라거나 생각하다. ¶고국을 ~. 그ː리다2(타) ⓛ(연필∙붓 등으로 모습이나 형태를 )이루어 나타내다. ¶풍경을 ~. ②글 따위로 나타내다. ¶인간의 고뇌를 그린 소설. ③마음으로 상상하거나 떠올리다. ¶미래의 내 모습을 ~. ④(물체의 형태나 움직임이) 어떤 모습을 만들어 내다. ¶손가락으로 V자를 ~. |
① 그리다1와 그ː리다2는 서로 다른 낱말이다.
② 그ː리다2의 첫 음절 ‘그’는 길게 발음한다.
③ 그리다1와 그ː리다2는 모두 목적어가 필요한 동사이다.
④ ⓐ는 그ː리다2의 ④에 해당하며, ⓑ는 그리다1에 해당한다.
⑤ “마음 속으로 그 사람의 얼굴을 그려 보았다.”라고 할 때의 ‘그려’는 그리다1의 뜻이다.
정답 ⑤
[50~5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각설 이 때 한림[유연수]이 물가를 따라 점점 가며 탄식하되,
“내 당초에 혼미하고 용렬(庸劣)하여 요사한 말을 귀담아 들어 현인(賢人)을 방출하고, 위로 조상 제사를 받들지 못하고 아래로 처자의 성명을 보전치 못하고 또 신세 만 리에 떠돌고 문호(門戶) 하루 아침에 몰락하니, 이 또한 만고의 우부(愚夫)요 천지간 죄인이라. 부부의 정이 사씨에게 멀어지고 부자의 정이 인아(鱗兒)에게 단절하니 살아 무엇하리오.”
무수히 탄식하며 악주(岳州)*에 이르러 강가에서 방황하며 어부를 만나면 문득 사씨의 소식을 탐문하되 종적이 막연하고 소식이 묘연하니 한림이 더욱 원통하고 울적함을 이기지 못하여 강촌에 가 곳곳에 묻더니 촌사람이 말하되,
“그 때 사씨 회사정(懷沙亭)으로 향한다 하더니다.”
오래 듣다가 황망히 행하여 회사정 아래 이르니, 고목의 잎이 누렇게 떨어진 가운데 인적이 끊어지고 여러 짐승들이 좌오루 울되, 다만 눈앞에 보이는 바는 동정호(洞庭湖)*구의산(九疑山)*과 소상(瀟湘)*의 저물 무렵의 구름이라.
한림이 방황하며 탄식하더니 홍연 벽 위의 글을 보니 크게 썼으되, ‘모년 모월 모일에 사씨 정옥은 물에 빠져 죽노라.’ 하였거늘 한림이 크게 놀라 대성통곡 왈,
“무죄한 부인을 이 지경에 이르게 하였으니, 슬프다, 나의 용렬함이여. 비록 후회한들 어찌 부인을 위로하리오. 내 이미 황천에 가지 못하고 물에 몸을 던지지 못하니 이 죄를 어찌 면하리오. 슬프고 슬프다. 보인이 무슨 죄로 만경창파(萬頃蒼波)에 죽었느뇨?”
굽어보며 방성대곡(放聲大哭)하니 물결이 흐느끼고 천지가 참담하더라. 이 때 해는 서산에 지고 안개는 동정호에 일어나니 한림의 무한한 비회(悲懷)와 부인의 구천(九泉)에 사무치는 애원(哀怨)이 전후(前後)가 똑같더라.
(나) 한림이 이에 원혼을 위로하고자 하여 강촌에 내려가 술상을 갖추고 등불 밑에 앉아 제문을 지으며 슬픈 감회 가슴에 가득하여 피눈물 흘러 지필(遲筆)을 적시니 밤늦도록 지으나 한 자도 이루지 못하고 앉아 탄식만 하더니, 문득 함성 소리 진동하거늘 한림이 대경하여 창을 열고 보니, 한떼 도적이 창검을 가지고 들어오며 크게 소리하여 왈,
“유연수는 가지 말라.”
하거늘 한림이 크게 놀라 북쪽 창을 열고 나와 급히 도망하여 동서를 분별치 못하고 달아나니, 황급한 말을 어찌 다 기록하리오. 겨우 백여 걸음 가다가 뒤를 보니 불빛이 점점 가까워 오고 함성이 더욱 진동하니 한림이 당황하여 초목 사이로 살
기를 바라 달리더니 의관이 다 부서지더라. 급히 가매 수풀이
다하고 큰 강이 닥치니 몸에 날개 없으니 어찌 능히 달아나리오. 적당(賊黨)이 외쳐 왈,
“유연수 비록 살고자 한, 팔랑개비라 하늘로 오르며 두더지라 땅으로 들랴?”
하며 급히 쫓아오거늘 한림이 하늘을 보고 탄식 왈,
“내 어찌 이 곳에서 죽을 줄을 알았으리오. 차라리 강게 던져 부인의 혼백을 의지하리라.”
하고 강을 향하고 달리더니, 홀연 바람결에 사람 소리 들리거늘 한림이 생각하되 이곳에 혹 어선인가 하고 황망히, 달리더니 달빛은 희미하고 적적한데 멀리 바라보니 조각배 하나 떠오고 푸른 옷을 입은 여동(女童)이 뱃머리에 의지하여 손으로 물결을 희롱하며 낭랑한 소리를 시를 읊고 있거늘,
(……중략……)
한림이 급히 불러 왈,
“여동은 인명을 구하라.”
하거늘 이 때 묘화와 부인이 배의 창문을 반쯤 열고 여동을 명하여 가로되,
“급히 배를 대어 저 상공을 구하라.”
하니 여동이 급히 배를 저어 언덕에 대니 한림이 급히 오르며 왈,
“뒤에 강도들이 급히 따라오니 바삐 행하여 수중의 어육(魚肉)을 면하게 하라.”
말을 마치지 못하여 조적 등이 이미 강가에 이르러 대성 왈,
“여동은 바삐 배를 대라. 그 배 안의 행인이 살인한 도적이매 계림 태수께서 우리를 보내어 급히 잡아 오라 하여 왔으니 만일 놓치면 너희 등이 그 도적과 같이 죽을 죄를 당하리라. 바삐 배를 대라.”
하니 한림이 비로소 동청(董靑)의 적당인 줄 알고 더욱 두려워하여 여동에게 왈,
“나는 경성의 유한림이요, 저 놈들은 다 도적이니 급히 배를 건너 화를 면하게 하라.”
하니 여동이 적당에게 이르되,
“너희 무리 지어 죄 없는 군자를 해코자 하니 우리 어찌 군자를 구치 아니 하리오.”
모든 도적이 왈,
“감히 관청의 명령을 어기니 장차 어디로 가리오.”
여동이 크게 웃고 배의 창문을 의지하고 돛대를 쳐 노래하며 돛을 달아 배를 저어가니 적당이 하릴없이 돌아가더라.
―김만중,<사씨남정기>
*악주, 동정호, 구의산, 소상:중국의 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