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에서는 구자명 씨의 일상과 희생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여성들이 겪는 이중 노동 문제와 그로 인한 고단함을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시적 화자는 구자명 씨를 연민하는 동시에 그녀의 희생이 단순한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구조의 문제임을 지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여성의 역할과 노동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 우리 동네 구자명 씨
일곱 달 된 아기 엄마 구자명 씨는
출근 버스에 오르기가 무섭게
아침 햇살 속에서 졸기 시작한다
경기도 안산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경적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옆으로 앞으로 꾸벅꾸벅 존다
차창 밖으론 사계절이 흐르고
진달래 피고 밤꽃 흐드러져도 꼭
부처님처럼 졸고 있는 구자명 씨
그래 저 십 분은
간밤 아기에게 젖 물린 시간이고
또 저 십 분은
간밤 시어머니 약시중 든 시간이고
그래그래 저 십 분은
새벽녘 만취해서 돌아온 남편을 위하여 버린 시간일 거야
고단한 하루의 시작과 끝에서
잠 속에 흔들리는 팬지꽃 아픔
식탁에 놓인 안개꽃 멍에
그러나 부엌문이 여닫히는 지붕마다
여자가 받쳐 든 한 식구의 안식이
아무도 모르게
죽음의 잠을 향하여
거부의 화살을 당기고 있다
- 고정희, 「우리 동네 구자명 씨」
1. 시적 화자와 대상의 관계: 화자는 구자명 씨를 바라보면서 연민의 감정을 느끼고 있으며, 그녀가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는 사회적 현실을 비판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표현을 통해 구자명 씨의 일상이 단순한 희생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 시상 전개 방식: 시상은 구자명 씨가 출근길 버스에서 잠에 빠지는 모습에서 시작하여, 그녀의 일상 속에서 반복되는 희생과 고단함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마지막으로 그러한 희생 속에서 유지되는 가정의 평화와 이를 강요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집니다. 이는 구자명 씨의 일상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확장해가는 전개 방식입니다.
3. 비유적 표현과 상징: '부처님처럼 졸고 있는'은 구자명 씨의 인내와 묵묵함을 나타내며, '팬지꽃 아픔'은 그녀의 생기를 잃어가는 상태를 상징합니다. 이러한 비유적 표현들은 그녀의 고통과 희생을 시각적으로 드러내어 독자에게 전달하는 효과를 줍니다.
반복적 표현의 효과: '저 십 분은'이라는 반복은 구자명 씨의 희생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계속 반복되는 것임을 강조하며, 그녀의 삶의 고단함을 구체화합니다. 이를 통해 화자는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여성의 희생과 그를 강요하는 사회적 구조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4.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희생: 시는 여성의 이중 노동 문제를 비판하며, 가사 노동과 직장 일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여성의 어려움을 드러냅니다. 이를 통해 사회적 인식 변화와 노동 분담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여성의 희생이 당연시되는 현실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죽음의 잠'이라는 표현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강화하는 상징적 표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