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수능특강 문학 출제]이태준-패강랭 문제모음
[소단원_형성_평가]Ⅱ_3_(2)_01_패강랭(문제).hwp
[소단원_형성_평가]Ⅱ_3_(2)_01_패강랭(정답).hwp
※ [1~6]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현은 피우던 담배를 내어던지고 저고리 단추를 여미었다. ㉠단풍은 이제부터 익기 시작하나 날씨는 어느덧 손이 시리다.
‘조선 자연은 왜 이다지 슬퍼 보일까?’
㉡현은 부여(夫餘)에 가서 낙화암(落花巖)이며 백마강(白馬江)의 호젓함을 바라보던 생각이 난다.
현은 평양이 십여 년 만이다. 소설에서 평양 장면을 쓰게 될 때마다, 이번에는 좀 새로 가 보고 써야, 스케치를 해 와야, 하고 벼르기만 했지, 한 번도 그래서 와 보지는 못하였다. 소설을 위해서뿐 아니라 친구들도 가끔 놀러 오라는 편지가 있었다. 학창 때 사귄 벗들로, 이곳 부회 의원이요 실업가인 김(金)도 있고, 어느 고등보통학교에서 조선어와 한문을 가르치는 박(朴)도 있건만, 그들의 편지에 한 번도 용기를 내어 본 적은 없었다. 이번에 받은 박의 편지는 놀러 오라는 말이 있던 편지보다 오히려 현의 마음을 끌었다.
— 내 시간이 반이 없어진 것은 자네도 짐작할 걸세. 편안하긴 허이. 그러나 전임으론 나가 주고 시간으로나 다녀 주기를 바라는 눈칠세. 나머지 시간이라야 그리 오래 지탱돼 나갈 학과 같지는 않네. 그것마저 없어지는 날 나도 그때 아주 손을 씻어 버리려 아직은 지싯지싯 붙어 있네.
하는 사연을 읽고는 갑자기 박을 가 만나 주고 싶었다. 만나야만 할 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손이라도 한번 잡아 주고 싶어 전보만 한 장 치고 훌쩍 떠나 내려온 것이다.
(나) 정거장에 나온 박은 수염도 깎은 지 오래어 터부룩한 데다 버릇처럼 자주 찡그려지는 비웃는 웃음은 전에 못 보던 표정이었다. 그 다니는 학교에서만 지싯지싯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 전체에서 긴치 않게 여기는, 지싯지싯 붙어 있는 존재 같았다. ㉢현은 박의 그런 지싯지싯함에서 선뜻 자기를 느끼고 또 자기의 작품들을 느끼고 그만 더 울고 싶게 괴로워졌다.
한참이나 붙들고 섰던 손목을 놓고, 그들은 우선 대합실로 들어왔다. 할 말은 많은 듯하면서도 지껄여 보고 싶은 말은 골라낼 수가 없었다. 이내 다시 일어나 현은,
“나 좀 혼자 걸어 보구 싶네.”
하였다. 그래서 박은 저녁에 김을 만나 가지고 대동강가에 있는 동일관(東一館)이란 요정으로 나오기로 하고 현만이 모란봉으로 온 것이다.
오면서 자동차에서 시가도 가끔 내다보았다. ㉣전에 본 기억이 없는 새 빌딩들이 꽤 많이 늘어섰다. 그중에 한 가지 인상이 깊은 것은 어느 큰 거리 한 뿌다귀에 벽돌 공장도 아닐 테요 감옥도 아닐 터인데 시뻘건 벽돌만으로, 무슨 큰 분묘(墳墓)와 같이 된 건축이 웅크리고 있는 것이다. 현은 운전사에게 물어보니, 경찰서라고 했다.
또 한 가지 이상하다 생각한 것은, 그림자도 찾을 수 없는 여자들의 머릿수건이다. 운전사에게 물으니 그는 없어진 이유는 말하지 않고,
“거, 잘 없어졌죠. 인전 평양두 서울과 별루 지지 않습니다.”
하는 매우 자긍하는 말투였다.
현은 평양 여자들의 머릿수건이 보기 좋았었다. 단순하면서도 흰 호접과 같이 살아 보였고, 장미처럼 자연스런 무게로 한 송이 얹힌 댕기는, 그들의 악센트 명랑한 사투리와 함께 ‘피양내인’들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아름다움이었다. ㉤그런 아름다움을 그 고장에 와서도 구경하지 못하는 것은, 평양은 또 한 가지 의미에서 폐허라는 서글픔을 주는 것이었다.
<유형: 글의 내용 파악하기>
이 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은 것은?
① ‘현’은 평양에 오랫동안 와 보지 못했다.
② ‘박’은 ‘현’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③ ‘현’이 바라보는 조선의 모습에는 시대 상황이 담겨 있다.
④ ‘현’과 ‘박’은 오랜만에 만나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⑤ ‘현’은 오랜만에 평양에서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유형: 글의 서술상의 특징 파악하기>
이 글의 서술상의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작품 속의 서술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② 인물들 사이의 갈등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고 있다.
③ 인물의 행동과 심리를 객관적인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④ 배경 묘사를 통해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드러내고 있다.
⑤ 시시각각 변하는 인간들의 세태와 의구한 현실을 대조하여 나타내고 있다.
<유형: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의 의미 파악하기>
이 글에서 ‘현’과 택시 기사의 가치관의 차이를 보이는 소재를 찾아 쓰시오.
<유형: 인물의 정서 파악하기>
이 글에서 바뀐 평양의 풍경에 대해 ‘현’이 느끼는 주된 정서가 무엇인지 서술하시오.
<유형: 글에 나타난 시대적 특징 파악하기>
‘현’의 마음을 끌었던 '박'의 편지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시대 상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일제의 정책에 저항하는 지식인들이 많았다.
② 일제가 조선에 있는 학교에 일본인만 채용하였다.
③ 일제가 조선의 문화와 민족정신을 말살시키려고 했다.
④ 일제가 남자들을 중일 전쟁에 참전시키느라 지적인 직업을 잃게 했다.
⑤ 일제의 우민화 정책으로 조선인들은 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
<유형: 글의 내용 파악하기>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현이 평양을 찾은 계절적인 배경을 알려 준다.
② ㉡: 역사적 의미가 유사한 공간을 사용하여 시대적 상황의 슬픔을 드러내고 있다.
③ ㉢: 자신과는 다른 상대의 모습에서 이질감을 느끼고 있다.
④ ㉣: 근대화의 영향으로 달라진 평양의 모습을 낯설어 하고 있다.
⑤ ㉤: 대상에 대한 인물의 느낌과 인상이 직접적으로 나타나 있다.
※ [7~1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자네, 나 모르겠나?”
현이 담배를 끄며 묻는다.
“어서 잔이나 드시라우요.”
잔을 드는 현과 눈이 마주치자 영월은 술이 넘는 것도 모르고 얼굴을 붉힌다.
“자네도 세상살이가 고단한 걸세그려?”
“피차일반인가 봅니다. 언제 오셌나요?”
하고 현이 마시고 주는 잔에 가득히 붓는 대로 영월도 사양하지 않고 받아 마신다.
“전엔 하-얀 나비 같은 수건을 썼더니…….”
“참, 수건이 도루 쓰고퍼요.”
“또 평양말을 더 또렷또렷하게 잘했었는데…….”
“손님들이 요샌 서울말을 해야 좋아한답니다.”
“그깟 놈들…… 그런데 박 군? 어째 평양 와 수건 쓴 걸 볼 수 없나?”
“건 이 김 부회 의원 영감께 여쭤 볼 문젤세. 이런 경세가(經世家)들이 금령을 내렸다네.”
“그렇다드군 참!”
“누가 아나 빌어먹을 자식들…….”
“이 자식들아, 너이야말루 빌어먹을 자식들인 게…… 그까짓 수건 쓴 게 보기 좋을 건 뭬며 이 평양 부내만 해두 일 년에 그 수건값허구 당기값이 얼만지 알기나 허나들?”
하고 김이 당당히 허리를 펴고 나앉는다.
“백만 원이면? 문화 가치를 모르는 자식들…….”
“그러니까 너이 글 쓰는 녀석들은 세상을 모르구 산단 말이야.”
“주제넘은 자식…… 조선 여자들이 뭘 남용을 해? 예펜네들 모양 좀 내기루? 예펜넨 좀 고와야지.”
“돈이 드는걸…….”
“흥! 그래 집안에서 죽두룩 일해, 새끼 나 길러, 사내 뒤치개질해…… 그리구 일년에 당기 한 감 사 매는 게 과하다? 아서라, 사내들 술값, 담뱃값은 얼만지 아나? 생활 개선, 그래 예펜네들 수건값이나 당기값이나 졸여 먹구? 요 푼푼치 못한 경세가들아? 저인 남용할 것 다 허구…….”
“망할 자식, 말버릇 좀 고쳐라…… 이 자식아, 술이란 실사회선 얼마나 필요한 건지 아니?”
“안다. 술만 필요허냐? 고유한 문환 필요치 않구? 돼지 같은 자식들…… 너이가 진줄 알 수 있니…… 허…….”
“히도오 바가니 수르나 고노야로(사람 우습게 보지 마라 이 자식)…….”
“너이 따윈 좀 바가니시데모 이이나(깔봐도 좋다)…….”
“나니(뭐라구)?”
“나닌 다 뭐 말라빠진 거냐? 네 술 좀 먹기루 이 자식, 내 헐 말 못 헐 놈 아니다. 허긴 너헌테나 분풀이다만…….”
하고 현은 트림을 한다.
“이 사람들 고걸 먹구 벌써 취했네그려.”
박이 이쑤시개를 놓고 다시 잔을 현에게 내민다. 김은 잠자코 안주를 집는 체한다.
오래 해 먹어서 손님들 기분에 눈치 빠른 영월은 보이를 부르더니 장구를 가져오게 하였다. 척 장구채를 뽑아 잡고 저쪽 손으로 먼저 장구 전두리를 뚱땅 울려 보더니,
“어-따 조오쿠나 이십-오-현 탄-야월…….”
하고 불러 내기 시작한다. 현은 물끄러미 영월의 핏줄 일어선 목을 건너다보며 조끼 단추를 끌렀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상머리를 뚜드려 본다. 그러나 자기에겐 가락이 생기지 않는다.
“에-헹-에- 헤이야-하 어-라 우겨-라 방아로구나…….”
하고 받는 사람은 김뿐이다. 현은 더욱 가슴속에서만 끓는다. 이런 땐 소리라도 한마디 불러 내었으면 얼마나 속이 시원하랴 싶어진다. 기생들도 다른 기생들은 잠잠히 앉아 영월의 입만 쳐다본다. 소리가 끝나자 박은,
“수고했네.”
하고 영월에게 술 한잔을 권하더니 가사를 하나 부르라 청한다. 영월은 사양치 않고 밀어 놓았던 장구를 다시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