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부 국어 자료/고2 국어(출판사별)

[2017 수능특강 문학 출제]김유정-만무방 문제모음

여기가로두스 2016. 7. 13. 16:30

[2017 수능특강 문학 출제]김유정-만무방 문제모음


만무방 김유정 문제.hwp


김유정 만무방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 매팔자란 응칠이의 팔자이겠다.

그는 버젓이 게트림으로 길을 걸어야 걸릴 것은 하나도 없다. 논맬 걱정도, 호포(戶布) 바칠 걱정도, 빚 갚을 걱정, 아내 걱정, 또는 굶을 걱정도. 호동가란히 털고 났으니 팔자 중에는 아주 상팔자다. 먹고만 싶으면 도야지구, 닭이구, 개구, 언제나 옆을 떠날 새 없겠지. 그리고 돈, 돈도…….

 

() 그것은 작년 응오와 같이 지주 문전에서 타작을 하던 친구라면 묻지는 않으리라. 한 해 동안 애를 졸이며 홑자식 모양으로 알뜰히 가꾸던 그 벼를 거둬들임은 기쁨에 틀림없었다. 꼭두새벽부터 엣 엣 하며 괴로움을 모른다. 그러나 캄캄하도록 털고 나서 지주에게 도지를 제하고, 장리쌀을 제하고, 색조를 제하고 보니, 남는 것은 등줄기를 흐르는 식은땀이 있을 따름. 그것은 슬프다 하기보다 끝없이 부끄러웠다. 같이 털어 주던 동무들이 뻔히 보고 섰는데 빈 지게로 덜렁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건 진정 열없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다. 참다 참다 응오는 눈에 눈물이 흘렀던 것이다. (중략)

울 밖 밭머리에 잿간은 놓였다. 머리가 눌릴 만치 납작한 갑갑한 굴속이다. 게다 거미줄은 예제없이 엉키었다. 부출돌 위에 내려놓으니 아내는 벽을 의지하여 웅크리고 앉는다. 그리고 남편은 눈을 멀뚱멀뚱 뜨고 지키고 섰는 것이다.

 

() 응칠이는 그 속으로 들어서며 무서운 눈으로 좌중을 한번 훑어보았다.

그런데 재성이도 그 틈에 끼어 있는 것이 아닌가? 사날 전만 해도 응칠이더러 먹을 양식이 없으니 돈 좀 취하라던 놈이. 의심이 부썩 일었다. 도적이란 흔히 이런 노름판에서 씨가 퍼진다. 그 옆으로 기호도 앉았다. 이놈은 며칠 전 제 계집을 팔았다. 그 돈으로 영동 가서 장사를 하겠다던 놈이 노름을 왔다. 제 깐 주제에 딸 듯싶은가. 하나는 용구. 농사엔 힘 안 쓰고 노름에 몸이 달았다. 시키는 부역(賦役)도 안 나온다고 동리에서 손도(損徒)를 맞은 놈이다. 그리고 남의 집 머슴 녀석, 뽐을 내고 멋없이 점잔을 피우는 중늙은이 상투쟁이. 이 물건은 어서 날아왔는지 보도 못하던 놈이다. , 이것들이 뭘 한다구……. (중략)

여보게, 자네에게 청이 있네.”

재성이 목이 말라서 바득바득 따라온다. 그 청이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저에게 돈을 다 빼앗기곤 구문(口文)이겠지. 시치미를 딱 떼고 나갈 길만 걷는다.

여보게 응칠이, 아 내 말 좀 들어!”

그제서는 팔을 잡아낚으며 살려 달라 한다. 돈을 좀 늘릴까 하고 벼 열 말을 팔아 해 보았더니 다 잃었다고. 당장 먹을 게 없어 죽을 지경이니 노름 밑천이나 하게 몇 푼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벼를 털었으면 거저 먹을 것이지 어쭙잖게 노름은…….

그런 걸 왜 너보고 하랬어?”

하고 돌아서며 소리를 삑 지르다가 가만히 보니 눈에 눈물이 글썽하다. 잠자코 돈 2원을 꺼내 주었다.

 

() 응칠이는 돌에 앉아서 팔짱을 끼고 덜덜 떨고 있다. 사방은 뺑 돌리어 나무에 둘러싸였다. 거무투툭한 그 형상이 헐없이 무슨 도깨비 같다. 바람이 불 적마다 쏴 하고 쏴 하고 음충맞게 건들거린다. 어느 때에는 짹짹 하고 목을 따는지 비명도 울린다.

그는 가끔 뒤를 돌아보았다. 별일은 없을 줄 아나 혹 뭐가 덤벼들지도 모른다. 서낭당은 바로 등 뒤다. 족제비인지 뭔지, 요동 통에 돌이 무너지며 바시락바시락한다. 그 소리가 묘하게도 등줄기를 쪼옥 긋는다. 어두운 꿈속이다. 하늘에서 이슬은 내려 옷깃을 축인다. 공포도 공포려니와 냉기로 하여 좀체로 견딜 수가 없었다.

산골은 산신까지도 주렸스렷다. 아들 낳아 달라고 떡 갖다 바칠 이 없을 테니까.

 

() 한 식경쯤 지났을까, 도적은 다시 나타난다. 논둑에 머리만 내놓고 사면을 두리번거리더니 그제야 기어 나온다. 얼굴에는 눈만 내놓고 수건인지 뭔지 헝겊이 가리었다. 봇짐을 등에 짊어 메고는 허리를 구붓이 뺑손을 놓는다. 그러자 응칠이가 날쌔게 달려들며,

이 자식, 남우 벼를 훔쳐 가니!”

하고 대포처럼 고함을 지르니 논둑으로 그대로 데굴데굴 굴러서 떨어진다. 얼결에 호되게 놀란 모양이다.

응칠이는 덤벼들어 우선 허리께를 내려조겼다. 어이쿠쿠 쿠 하고 처참한 비명이다. 이 소리에 귀가 번쩍 띄어 그 고개를 들고 필()부터 벗겨 보았다. 그러나 너무나 어이가 없었음인지 시선을 치켜뜨며 그 자리에 우두망찰한다.

그것은 무서운 침묵이었다. 살뚱맞은 바람만 공중에서 북새를 논다.

한참을 신음하다 도적은 일어나더니,

성님까지 이렇게 못살게 굴기유?”

제법 눈을 부라리며 몸을 홱 돌린다. 그리고 느끼며 울음이 복받친다. 봇짐도 내버린 채,

내 것 내가 먹는데 누가 뭐래?”

하고 데퉁스레 내뱉고는 비틀비틀 논 저쪽으로 없어진다.

형은 너무 꿈속 같아서 멍하니 섰을 뿐이다.

그러다 얼마 지나서 한 손으로 그 봇짐을 들어 본다. 가뿐하니 끽 말가웃이나 될는지. 이까짓 걸 요렇게까지 해 가려는 그 심정은 실로 알 수 없다. 벼를 논에다 도로 털어 버렸다. 그리고 아내의 치마이겠지, 검은 보자기를 척척 개서 들었다. 내 걸 내가 먹는다……. 그야 이를 말이랴, 허나 내 걸 내가 훔쳐야 할 그 운명도 얄궂거니와 형을 배반하고 이 짓을 벌인 아우도 아우이렷다. 에이 고현 놈 할 제 볼을 적시는 것은 눈물이다. 그는 주먹으로 눈물을 쓱 비비고 머리에 번쩍 떠오르는 것이 있으니 둘레둘레한 황소의 눈깔. 시오 리를 남쪽 산속으로 들어가면 어느 집 바깥뜰에 밤마다 늘 매어 있는 투실투실한 그 황소. 아무렇게 따지든 70원은 갈 데 없으리라. 그는 부리나케 아우의 뒤를 밟았다.

공동묘지까지 거반 왔을 때에야 가까스로 만났다. 아우의 등을 탁 치며,

, 좋은 수 있다. 네 원대로 돈을 해 줄게 나하구 잠깐 다녀오자.”

씩씩한 어조로 기쁘도록 달랬다. 그러나 아우는 입 하나 열리지 않고 그대로 실쭉하였다. 뿐만 아니라, 어깨 위에 올려놓은 형의 손을 부질없다는 듯이 몸으로 털어 버린다. 그리고 삐익 달아난다. 이걸 보니 하 엄청나고 기가 콱 막혔다.

이눔아!”

하고 악에 받치어,

명색이 성이라며?”

대뜸 몽둥이는 들어가 그 볼기짝을 후려갈겼다. 아우는 모로 몸을 꺾더니 시나브로 찌그러진다. 뒤미처 앞정강이를 때렸다. 등을 팼다. 일어나지 못할 만큼 매는 내렸다. 체면을 불구하고 땅에 엎드려 엉엉 울도록 매는 내렸다.

홧김에 하긴 했으되 그 꼴을 보니 또한 마음이 편할 수 없다. 침을 퉤 뱉어 던지곤 팔자 드센 놈이 그저 그렇지 별수 있나. 쓰러진 아우를 일으켜 등에 업고 일어섰다. 언제나 철이 날는지 딱한 일이었다. 속 썩는 한숨을 후 하고 내뿜는다. 그리고 어청어청 고개를 묵묵히 내려온다.

 

 

zb 이 글의 서사적 특징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간결한 문체를 통해 빠른 속도로 사건을 전개시키고 있다.

향토색 짙은 방언의 사용으로 작품의 사실성을 높여주고 있다.

시간적공간적 배경이 사건 전개에 중요한 요소로 기능하고 있다.

주로 특정인물의 시각에서 서술하여 그 인물의 내면을 자세히 드러내고 있다.

인물들을 동정하면서도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거리를 둠으로써 생겨나는 해학성이 두드러진다.

 

 

 

zb ()에서 나타나는 응오의 현실 인식 및 태도와 가장 유사한 정서가 드러나는 것은?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 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밤새도록 닦아도 닦이지 않는 창문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창문,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두꺼워지는

큰 공의 잠, 나는 늘 창문을 닦으며 지는 곳,

그 높은 곳에서 나는 당신들의 창문을 닦으며 삽니다.

- 김혜순, ‘고층 빌딩 유리창닦이의 편지

눈과 얼음에 덮인 대지의 하루를 넘어서는 해질 무렵

천장에서 왕거미가 내리고

구석에서 귀또리가 어정어정 기어 나온다.

어느 날 목 없는 아침이 또 왈칵 달려들면

이런 친구들에게 눈짓 한 번 못하고

친구들의 손 한 번 바로 잡지도 못하고 가리라.

- 김광섭, ‘겨울날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면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 곽재구, ‘사평역에서

노을 앞에서 바람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