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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수능특강 국어 문학>김소진 '쥐잡기'해설

여기가로두스 2016. 3. 18. 00:25
<2017 수능특강 국어 문학>김소진 '쥐잡기'해설


쥐잡기 - 김소진

 

 

본문 학습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막상 영정에 쓸 사진을 한장도 구할 수 없어 몹시 당혹스러웠다. 육십하고도 세 해를 넘겨 살았던 삶이건만 아버지는 그 흔한 사진 한 장 이 땅에 남기지 않았던 것이다.

 

(중략)

 

바람에 떠밀려 길바닥을 할퀴고 지나가는 비닐봉지나 휴지나부랭이의 가르랑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두 귀를 곤두세우고 비죽이 오므려 붙인 입술로 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던 철원네는 긴장이 풀리는지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혼자 소리를 내었다.

["으응, 난 또 꼭 야폭(야간 폭격) 나온 삐이십구 소리 같길래. 원 녠장할."

"아니 엄마는, 이 밤중에 난데없이 무슨 비행기야요, 비행기가. 전쟁이 벌어진 것도 아닌데요."

철원네는 실밥을 끊어 내느라 앞니를 누르스름하게 드러내고는 민홍을 히뜩 쳐다보았다.

", 전쟁이라고? 저렇게 모르는 소리라니. 너두 한번 생각 좀 해 봐라. 전쟁통에 서로 피칠갑을 하고는 죽고 살기루다 뒤넘이를 쳤던 종자들이 대를 이어 이쪽 저쪽 새끼를 치고는 똬리를 틀고 독을 쓰는 형국인데, 그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터질 줄 알겠니."

"시쳇말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잖아요."

"끌끌, 저런 아둔패기 같으니라고. 머릿속이 일단 물들고 나면 고것이 피보다 더 진하다니깐 그 지경이야." ]

민홍은 딱히 대꾸할 말이 궁해져 책갈피로 눈길을 묻었다. 결정적인 유도신문을 성공시킨 수사관처럼 고개를 고개를 뻣뻣이 치켜세운 철원네는 어느새 그 부유스름한 백태가 걷히고 초롱초롱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눈동자로 민홍을 쏘아본다.

"개 칠 몽둥이도 없는 집구석에서 무슨 넘나게스리 나라일에 간섭을 하고 찡기고 한다는 건지....... 털도 없는 강아지 풍성풍성한 격이야."

아아, 저 유려한 풍자! 민홍은 고개를 외로 꼬았다. 틉틉한 된장국 냄새가 습기처럼 피어올랐다.

 

<중략 줄거리> 돌아가신 아버지는 전쟁 포로 출신이다. 민홍은 포로 시절 부모처자가 있는 북한 대신에 흰쥐를 좇아 남한을 선택한 아버지의 옛 이야기를 떠올린다.

 

그 안(포로 수용소)에서 아버지는 우연히 흰쥐 한 마리를 길들에게 되었다. 하루는 베고 있던 륙색이 좀 이상하길래 퍼뜩 열어 보니 웬 흰쥐가 들어 있는데 어디선가 된통 물어뜯겨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어느 집단에서건 별쭝난 건 환영을 못 받는 거라는 생각이 들자 불쌍한 마음이 들어 음식 부스러기를 주근주근 던져 주자 맛을 들였는지 겁도 없이 찾아와서는 재롱까지 떨곤 했다. 그런데 그 흰쥐는 거제도 폭동의 와중에서 아버지를 죽음의 고비에서 구해준 당사자가 되었다.

기러니까 내레 있던 침실에서두 좌익애덜이 들먹들먹하던 대이지. 어디 한번 발 뻣고 제대로 잘 수가 있나. 거저 워카를 신은 채 노루잠을 자는 게지. 자다 보니 누가 워카 위를 슬슬 갈아먹고 있잖겠니. 기눔이었어. 픽 웃곤 다시 자려니깐 일어난 김에 소피나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드러서리 밖으로 나왔지. , 그러니깐 저쪽에선 발써 좌일애덜이 악악거리는 소리가 아수쿠러하게 들려오지 않겠니? 낭중에 숨어 있다가 막사로 되돌아와 보니 아, 이만한 돌덩이가 내 자리에 날아와 뚝 떨어져 있지 뭐겠니. 내 양 옆의 사람들은, 기러니깐 하는 일 없이 우익으루다 소문이 난 사람들인데 날아온 돌에 치여 머리가 처참하게…….”

아버지는 목덜미를 가볍게 쓸어 내리며 고개를 천천히 내저었다.

휴전 협상이 한창 진행되던 어느 날 아침 식사 뒤 열외 한 명 없이 모두 퀀셋 안에 대기하고 있으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 날 아침 따라 유별나게 어린아이 주먹만한 고깃덩이들이 걸려서는 모두들 포식을 한 다음 담벼락 밑에 옹기종기 모여 해바라기를 하며 담배를 한 대씩 돌려 피고 나서야 퀀셋 안으로 들어갔다. 당시 수용소 안에서는 술이니 담배니 할 것 없이 다 뒷거래가 되고 있었다.

내려온 명령의 내용을 듣고는 모두들 기가 턱 막혔다. 이쪽에 그대로 남을 사람 저쪽으로 되돌아갈 사람을 가르는데 호각 소리 하나로 판가름을 한다는 것이었다. 호각 소리에 따라 복도 하나 사이에 두고 이북 갈 사람은 저쪽에 앉고 이남에 남을 사람은 이쪽에 앉으라는 소리였다.

물론 최종적으루야 뺑코잽이 애덜이 내린 거이지 뭐. 국방군이야 기때 뭐 힘을 썼갔나. 창문 밖에서는 리건이라는 백인 싸즌 하나가 싯누런 이빠디를 드러낸 채 빙글빙글 웃고 있었지. 갸네들은 우리네 속사정을 잘 모르니까니 기따우 발상이 나왔을 거야. 바로 기거야. 기거이 바로 미군애덜이 두루 써먹는 사고 방식이지. 속셈을 튕겨 보다가 안 되겠걸랑 거저 일도양단식으로 적당히 가르는 거야. 좌우익을 한데 모아 노니까니 제네바 협정이니 뭐니 자꾸 말썽이 생겨서리 여론이 안 좋거들랑. 기런데 거기이 메야? 저쪽으로 가갔다는 사람이 꼭 사상이 벌게서인가 아니믄 이쪽에 남갔다는 사람이 꼭 사상이 허예서인가 말이다. 기거이 아니었단 말이디 내 말은.

벌게진 아버지의 입에서는 깨물다 만 우둘우둘한 메밀묵 덩어리가 민홍의 얼굴로 퉁겨 나왔다. 그러나 민홍은 손을 들어 닦아 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문 앞의 감찰 완장들 중 한 명이 앞으로 한 걸음 내달리며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딱 십 분을 주갔으니 잘 생각들 해서 정하우다. 뒷짐에서 풀려나 천천히 입으로 올라가는 손가락 사이에는 태를 먹어 금방이라도 산산이 부서져 내릴 듯한 허연 호루라기가 들려 있었다. 앙칼지게 불어 제치는 호각 소리에 모두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처음엔 이것이 무슨 꿍꿍이속인가 싶어 숨들을 죽이고 있었는데 한 오 분쯤 지나자 몇 사람이 후다닥 양쪽으로 오고 갔다. 그러자 서로 기다렸다는 듯 이쪽 저쪽으로 뒤죽박죽 오가는데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버지가 처음 앉았던 자리는 북으로 가는 자리였다. 머릿속이 휑뎅그렁하게 비어 버려 망창히(茫蒼) 앉아 있던 아버지에게는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이 그저 너무 좋다는 생각만 한심하게 다가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수용소 안에서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이 모두 이남 자리로 넘어가서는 아버지보고 그쪽에 남으면 죽으니 날래 넘어오라구 난리를 쳤다. 갑자기 겁이 더럭 올라붙은 아버지는 시적시적 이남 자리로 옮겨갔다. 그러나 개인적 안위를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스쳤다. 잔뼈가 굵은 고향이 있었고 거기에 살고 있을 부모 처자 - 아버지는 이미 전쟁 전에 장가를 들었다 - 모습이 눈앞에 밟혔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끌고 이북 자리로 넘어갔다. 그러나 자리에 앉고 보니 불현듯 물밑 쪽 같은 신세 이제 고향에 돌아가믄 뭘 하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만 하는 소리와 함께 호각이 삑 울렸다. 아버지는 둔기로 뒷머리를 엊어맞은 사람처럼 온몸이 굳어져 왔다. 저 복도는 이미 단순한 복도가 아니라 삼팔선 바로 그것이었다. 아 이를 어쩐단 말이냐. 그 때 아버지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차오르는 숨을 가누지 못해 고개를 쳐든 아버지의 눈동자에는 퀀셋 들보 위를 살금살금 걸어가는 희끄무레한 물체가 들어왔다. 폭동의 와중에서 우연히 아버지를 깨우는 바람에 목숨을 건지게 해 준 그 흰쥐가 꼬랑지를 살랑살랑 흔들며 이남 쪽으로 걸음을 떼고 있었다. 아버지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복도 사이로는 감찰 완장들이 저벅저벅 걸어 들어오는 판국이었다. 아버지는 얼른 복도로 내려섰다. 너무 서두르는 통에 발목을 접질려 비틀거리자 지나가던 감찰 완장 하나가 이눔아 하며 엉덩이를 걷어찼다.

내이가 왜 그랬겠니? 여기 한 번 나와 있으니까니 못 가갔드란 말이야. 어딜 간들 하는 생각 때문에 도루 못 가갓드란 말이야. 기거이 바로 사람이야. 웬 쥐였냐고? 글쎄 모르지. 기러다 보니 맹탕 헷것이 눈에 끼었는지두. 언젠가 돌아가갔지 하며 살다보니…… 암만 생각해 봐두 꿈 같기두 하구…… 기리고 이젠 모르갔어…… 정짜루다 돌아가고 싶은 겐지 그럴 맘이 없는 겐지…… 늙으니까니 암만해두.

짓물러진 눈자위를 손가락으로 지그시 누르고 있는 아버지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민홍은 뱃속에서 울컥 하는 감정덩어리가 솟구침을 느꼈다. 비껴 앉은 아버지의 야윈 잔등을 보면서 민홍은 박물관에서 본 적이 있는 고생대의 한 화석을 떠올렸다. 그 화석에 대한 일차적 기억은 앙상함이었고 그리고 가슴답답한 세월의 무게였다.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그 다음 날이었다.

흐흥, 새벽녘에 기러케 몸태질을 하드이만 이러케 출두를 하셨어.”

사람이 다가서도 움쭉달싹 못하고 겁먹은 눈동자만 굴리는 쥐를 바라보며 아버지는 코 먹은 소리를 냈다. 입가엔 득의만만한 미소가 번졌다. 아버지는 녀석의 약점을 진작에 간파해 내고 있었다. 녀석이 꾸준히 입질을 하던 쫀드기 과자에 소금물까지 묻혀 놨으니 제아무리 발악을 한다 해도 물을 못 먹곤 앞으로 이틀을 버티지 못하리라는 게 아버지의 계산이었다.

아버지는 날이 추워지자 철원네가 가게 진열장 밑에 들여놓은 선인장 화분을 주목했다. 그 선인장은 쥐가 허겁지겁 쏠아 먹은 흉측한 밑동을 지니고 있었다. 선인장을 치우고 난 자리에 육교 위에서 구입한 끈끈한 아교를 두텁게 바른 곽딱지를 놓고 그 한가운데다 물을 넉넉히 축인 빵죽을 떨궈 놓았다.

녀석은 그 덫에 여지없이 걸려든 것이다. 아교 주변에는 회색털이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어 간밤의 소리 없던 필사적 몸부림을 짐작케 해 줬다.

이걸 어드러케 처치하믄 화끈하게 쥑이겠나 이걸.”

<중략>

에유, 어찌 된 애가 응, 기름병을 들고 불구뎅이 속으로까지 뛰어들었다는가 그래 그깟 쥐 한 마리를 못잡는데서야 말이 되니? 기가 멕혀서. 이젠 그눔이 새끼까지 치고 아예 눌러 앉으려는지 배가 이리 불룩하고 이만하게 늙은 놈이 등허리는 비루가 먹었는지 털이 훌떡 벗겨져서는…….

민홍은 조금 입을 벌렸다. 기름병을 들고 불구뎅이 속으로 뛰어들었다는 애가. 정수리 끝까지 뻗쳐 오른 쭈뼛한 기운 때문에 미세한 오한에 휩싸였다. 녀석은 민홍을 슬쩍 쳐다보았으나 느린 동작에는 변함이 없었다. 저 정도면 잡을 수 있다. 녀석에게서 눈길을 떼지 않은 채 손을 가만히 내려 냉장고 옆에 세워 둔 연탄집게를 들어올렸다. 이거면 족하다. 민홍은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사정거리권 안으로 다가서는 민홍의 손아귀에서는 찐득한 땀이 배어 나왔다. 녀석이 버거운 뱃구레를 추스르며 문턱에 오르는 순간을 일격의 시기로 잡았다. 그래 서두를 건 없어. 민홍은 손아귀에서 힘을 빼고는 일부러 딴 데를 쳐다보는 여유를 부렸다.

그래 죽여라 죽여. 이러고 살믈 뭐 하니? 너 죽고 나 죽자.”

민홍의 눈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아아, 나의 어리석음이여!

민홍은 낮은 신음을 흘리며 황급히 뒤쫓아 나갔지만 허사였다.

<중략>

민홍은 그 자리에 망부석처럼 우두망찰 서서 소리 없이 웃고 있는 어둠 속을 노려 보았다.

모르지 맹탕 헷것이 눈에 보였는지두.

아버지의 늘쩡한 목소리가 귓전에 와 달라붙었다.

 

<뒷부분의 줄거리>

아버지는 쥐를 그냥 죽이지 않았고, 달군 연탄집게로 지지면서 서서히 죽였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이제 쥐잡기는 민홍의 몫인데, 민홍은 쥐가 도망친 골목의 어둠을 바라보며 망부석처럼 서서 아버지를 떠올리고 왠지 모를 느꺼운 감정을 느낀다.

핵심 정리

김소진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주제 : 개인의 내면에 투영된 전쟁과 분단의 아픔과 상처

등장인물

아버지 : 함경도 출신으로 반공포로로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다 남하했지만 그는 아무런 사상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군수물자 요원이 되고 포로가 되었다. 그렇다고 의지력이 강한 사람이지도 못하였다. 북쪽에 부모와 처자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쪽으로 오게 된 이유가 흰 쥐 때문이라고 말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 경제적인 무능력으로 인해 아내와 아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무기력한 존재이고 주관이 강하지 못하며 우유부단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하찮은 쥐잡기에 몰두하고 번번이 잡지도 못하면서도 그 일을 그만두지 않는 고지식함과 강한 고집스러움도 가지고 있다. 결국 폐암으로 인해 63세의 나이로 죽는다.

민홍(아들) :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인물로 학생이며 아버지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다. 무능력하고 답답한 행동을 하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 가족에 대해 정이 있지 않은 인물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에 대해 연민과 송구함을 느끼며 그를 이해하는 면모를 보인다.

철원네 : 민홍의 어머니이며 구멍가게를 운영하며 삯바느질도 한다. 말이 거칠고 무능력한 남편을 극도로 싫어하며 그에 대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하지만 자식을 사랑하고 남의 부부싸움을 말리고 아프신 할머니를 위하는 등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구성 :

발단 : 민영은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보며 지난날을 회상한다.

전개 : 전쟁포로 출신으로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아버지는 쥐잡기에 집착하는데 번번히 실패한다.

위기 : 민홍은 시위에 참가했다가 화상을 입는데, 화가 난 철원네는 민홍이 애지중지하는 기타줄을 잘라 버린다.

절정 : 어느 겨울 메밀묵을 앞에 두고 아버지는 민홍에게 포로 시절 북한 대신에 흰쥐를 좇아 남한을 선택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결말 : 민홍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게에 다시 나타난 쥐를 잡으려 하다 실패하는데, 이때 문득 무엇인가 자신을 옭아매던 어떤 것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특징 :

섬세한 묘사와 회상 기법을 통해 당대의 삶과 역사 의식을 잘 드러내고 있다.

소담스런 민중어와 개성적인 묘사

사투리를 사용하여 인물의 특징을 무각함으로써 인물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현재와 과거 회상이 중요한 소재를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서술자의 주관적 진술이 사건 전개의 이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를 통해 매개되는 사건들

포로수용소 시절의 쥐

가게에 피해를 입히는 쥐

가게에 피해를 입히는 쥐

아버지가 남한 행을 결정하게 됨

아버지가 쥐잡기에 집착함

아들 민홍도 아버지처럼 쥐잡기를 함

- 아버지에게 있어 쥐잡기는 쥐로 인해 촉발된 실향민으로서의 회한과 응어리를 표출하는 수단이며, 전쟁으로 인해 사회 부적응자가 되어 버린 자신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시위에 참가하여 화상을 입은 후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민홍 역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쥐잡기를 통해 증명해 보이고 싶어 한다. 민홍은 쥐잡기를 하면서 아버지의 삶의 무게를 느끼고 아버지의 삶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

 

감상의 길잡이

 

작가의 문단 데뷔작이면서 199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인 <쥐잡기>는 도시 주변 변두리의 서민 밀집 지역에서 쥐잡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한 번의 해프닝을 소재로 하고 있다. '''민홍''아버지'의 삶에 개입하여 그것을 흔들어 놓는 존재로 그려진다. 아버지의 ''에 대한 내력과 개인사가 전쟁과 분단의 아픔과 상처와 결합되면서, 분단 후 계속되고 있는 아버지의 내면적 고통이 잘 형상화되어 있다. 이러한 고통 때문에 무능력하게 살아온 아버지의 인생은, 시위 사건으로 화상을 통해 소설책이나 뒤적이거나 억척스런 어머니에게 핍박을 받는 민홍의 일상사와 유사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 민홍은 민주화 투쟁을 경험했으며 90년대를 살고 있다. 한 장의 사진과 쥐 때문에 ''는 아버지가 경험했던 6.25 전쟁에 얽힌 이야기를 회상하고 다시 경험한다. 거제도 포로 수용소에서 남쪽을 선택했던 아버지의 회상을 통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한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의 '아버지'는 이데올로기란 선택을 가장한 정치적 억압에 불과하며 이데올로기에 유린당한 상태에서의 선택이란 언어도단일 뿐임을 보여 주고 있다. '흰쥐'가 헛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아버지의 자조는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잔인하게 민중들의 삶 속에 스며들어가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이 작품은 아버지께 부치는 제문(祭文)’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작품이다. 반공 포로 출신으로 남한을 선택했지만 일생동안 가난을 짊어졌던 아버지에 대해 작가는 철없는 한때 아버지의 무능력이라는 게 일종의 재앙으로 까지 여겨졌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쥐잡기>를 비롯한 김소진 소설의 밑바탕에는 문학을 통해 아버지를 이해하고 화해하려는 작가의 애틋한 심정이 깔려 있다. 아버지에 대한 작가의 연민은 개인적 차원에 그치지 않고 아버지처럼 역사의 폭풍에 휩쓸려 주변부로 밀려난 민중의 고단한 현실을 형상화하는 차원으로 승화됐다.

제목이기도 하면서 줄거리 전개에 중요한 소재가 되고 있는 '쥐잡기'는 다수의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외면적으로 드러난 의미는 아버지가 가게의 물건들을 엉망으로 만드는 쥐를 잡기 위한 계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아버지는 고양이를 이용하기도 하고, 쥐약을 놓아보기도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결국 면밀한 관찰 끝에 쥐를 잡는데 성공하지만, 아무리 잔인한 방법으로 죽인다 해도 그동안 쥐로 인해서 입은 피해는 보상받을 길이 없다. 이런 겉으로 드러난 쥐잡기 양상도 있지만, 소설 속에 숨겨져 있는 '쥐잡기'도 있다. 그것은 주인공인 '민홍'이 시위를 하는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다.

'쥐잡기'에 등장하는 쥐는 세 마리이다. 현재의 민홍이 대결하고 있는 쥐가 있고, 지금은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구멍가게를 지키기 위해 싸움을 벌이던 쥐가 있고, 또 그 이전에는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아버지로 하여금 남쪽을 선택하게 했던 쥐가 있다. "쥐새끼"같은 놈들에게 휘둘리며 ""처럼 옹색한 삶을 영위하는 소시민들은 결국 ""를 잡지 못한다.

김소진 소설은 이념이나 계급의 입장을 반영한 관념의 언어가 아니라 구체적 생활 현장에서 우러나오는 육체의 언어로 짜여져 있다. 그래서 김소진 소설의 매력에 대해 속담스런 민중어와 개성적인 묘사를 동시에 구현하고 있다’(평론가 김윤식)는 말이 나왔다. ‘조붓한 공간 속에 갇혀 경성드뭇한 대머리를 인 채 움펑 꺼져 대꾼한 눈자위로 방 안을 내려다보고 있는 아버지라거나 노름이라면 이골이 났다는 노름방의 도꼭지격인 짝눈도 육통이 터질 노릇이라며등등 활달한 토박이말 구사로 인해 김소진은 채만식, 김유정, 박경리, 김주영, 이문구, 최명희 등과 함께 토박이말 사전 편찬자들이 높이 평가했던 작가들 중의 하나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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