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 국어 현대시 맥락잡기] 윤동주 간 문제 및 해설
肝(간)
윤 동 주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우에
습한 肝(간)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사쓰 산중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며 肝(간)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든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찌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푸로메디어쓰 불쌍한 푸로메디어쓰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하는 푸로메디어쓰.
[따져 읽기]
01. 말하는 이는 누굴까?
02. 말하는 이는 무얼 하고 있을까?
03. 나의 간을 노리는 자는 누굴까?
04. 거북이에게 말하는 이는 뭐라고 말하고 있지?
05. 그것을 근거로 이 장면 이전의 상황을 짐작해 본다면?
06. 간을 빼앗기면 어떻게 될까?
07. 그렇다면 간은 무얼 의미하지?
08. 이 시의 시적 정황이 사실적인 사건은 아닐 듯한데, 그렇다면 ‘간’을 육체적 의미에서의 생명이라고 보기에는 좀 그렇다. 그렇다면 정신적인 의미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는데, 그렇게 되면 반드시 지켜야할 ‘간’은 무엇을 의미할까?
09. 말하는 이의 간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
10. 그렇다면 화자는 지금 어떤 처지에 놓여 있다고 말할 수 있나?
11. 그런데 지금까지의 분석으로 보아서 이 시는 어떤 옛날 이야기와 관련이 있지?
12. 거기에 나오는 소재들을 시적 화자는 자신의 처지에서 변용해 다른 의미들을 부여해 놓고 있지. 정리해보면?
화자가 곧 시인은 아니지만 이 시에서는 시인 자신이라고 볼 수도 있겠는데, 시인이 살았던 시대적 상황을 감안해 ‘간’의 의미를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자.
13. 일제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던 젊은 지식 청년에게 지켜야 할 존엄성과 양심은 어떤 것이었을까?
14. 그런데 이 시는 또 다른 설화(신화)를 차용하고 있는데 무엇인지 알겠니?
15. 그 이야기 내용을 알고 있니?
16. 두 개의 설화가 동시에 차용되고 있는데, 두 설화가 함께 얽혀 돌아갈 수 있는 연결 고리는?
17. 공통점이 있긴 한데, 간의 상실을 둘러싼 상황이 좀 다르지. 무엇이 다르지?
18. 그런데 프로메테우스 설화도 구토설화처럼 약간씩 변용되고 있다. 실제 설화와 다른 부분을 찾아보자.
19. 어떻게 다르지?
20. 그런데 ‘독수리’의 의미가 아리송한데……. 독수리가 간을 쪼아먹는다면 그 사람은 어떨까?
21. 말하는 이는 애써 지킨 간을 독수리에게 쪼아먹으라고 하고 있다. 왜 그럴까?
22. 이 역시 사실적인 상황은 아니다.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면서 당하는 화자의 고통은 어떤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23. 그렇다면 이 독수리를 어떤 의미를 가진 존재인가?
24. 그런데 이 독수리가 지금 어떻다고?
25. 그 의미는?
26. 그러면 그 독수리를 살찌운다는 것은?
27. 그럼, 애써 되찾은 간을 지켜서 독수리를 살찌운다는 이 이야기의 의미를 정리해 보자.
28. 자신을 끊임없이 일깨우는 독수리는 어디서 생겨난 것인가?
29. 내가 오래 길러왔다고? 도대체 독수리의 정체가 뭘까?
30. 이렇게 되면 이 시의 토끼(시적 화자)는 ‘구토설화’의 토끼와는 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지? 어떻게 다른지?
31. 그렇다면 토끼(시적 화자)는 누구와 같은 삶을 지향한다고 할 수 있나?
32. 화자와 프로메테우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정답은 아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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肝(간)
윤 동 주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우에
습한 肝(간)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사쓰 산중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며 肝(간)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든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찌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푸로메디어쓰 불쌍한 푸로메디어쓰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하는 푸로메디어쓰.
[따져 읽기]
01. 말하는 이는 누굴까? 나
02. 말하는 이는 무얼 하고 있을까?
습한 간을 말리고 뺏기지 않기 위해 지키고 있다.(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고 있다.)
03. 나의 간을 노리는 자는 누굴까? 거북이
04. 거북이에게 말하는 이는 뭐라고 말하고 있지?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05. 그것을 근거로 이 장면 이전의 상황을 짐작해 본다면?
말하는 이가 거북이의 꾐에 빠져 용궁에 가서 간을 빼앗길 뻔한 적이 있다.
06. 간을 빼앗기면 어떻게 될까? 죽는다.
07. 그렇다면 간은 무얼 의미하지? 생명, 생명의 정수․원천
08. 이 시의 시적 정황이 사실적인 사건은 아닐 듯한데, 그렇다면 ‘간’을 육체적 의미에서의 생명이라고 보기에는 좀 그렇다. 그렇다면 정신적인 의미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는데, 그렇게 되면 반드시 지켜야할 ‘간’은 무엇을 의미할까?
양심, 자존심, 인간 존엄성……
09. 말하는 이의 간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 습하다. 쪼그라들어 있다.
10. 그렇다면 화자는 지금 어떤 처지에 놓여 있다고 말할 수 있나?
정신적 생명인 인간 존엄성과 양심을 훼손당한 후, 다시 회복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11. 그런데 지금까지의 분석으로 보아서 이 시는 어떤 옛날 이야기와 관련이 있지?
구토설화(또는 수궁가)
12. 거기에 나오는 소재들을 시적 화자는 자신의 처지에서 변용해 다른 의미들을 부여해 놓고 있지. 정리해보면?
간 : 정신적 생명. 인간의 존엄과 양심.
토끼 : 존엄과 양심을 지키려고 애쓰는 존재. 시적 화자 자신.
용궁 : 현실적인 안락함이 보장되는 공간.
거북이 : 존엄성과 양심을 버리고 현실적 안락함을 누리라고 유혹하는 존재.
화자가 곧 시인은 아니지만 이 시에서는 시인 자신이라고 볼 수도 있겠는데, 시인이 살았던 시대적 상황을 감안해 ‘간’의 의미를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자.
13. 일제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던 젊은 지식 청년에게 지켜야 할 존엄성과 양심은 어떤 것이었을까? 민족적 양심, 당당한 자기 주체성, 굴복하지 않는 민족정신.
14. 그런데 이 시는 또 다른 설화(신화)를 차용하고 있는데 무엇인지 알겠니?
프로메테우스 설화(신화)
15. 그 이야기 내용을 알고 있니?
16. 두 개의 설화가 동시에 차용되고 있는데, 두 설화가 함께 얽혀 돌아갈 수 있는 연결 고리는? 간, 간의 상실
17. 공통점이 있긴 한데, 간의 상실을 둘러싼 상황이 좀 다르지. 무엇이 다르지?
구토설화 : 토끼가 부귀영화에 눈이 멀어 죽을 줄도 모르고 용궁에 갔다가 간을 뺏길 뻔함.
프로메테우스설화 : 위험한 일인줄 알면서도 대의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고 죽음과도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됨.
18. 그런데 프로메테우스 설화도 구토설화처럼 약간씩 변용되고 있다. 실제 설화와 다른 부분을 찾아보자. 3연
19. 어떻게 다르지? 내가 기른 독수리에게 스스로 간을 쪼아 먹히고 있음.
20. 그런데 ‘독수리’의 의미가 아리송한데……. 독수리가 간을 쪼아먹는다면 그 사람은 어떨까? 몹시 고통스러울 것이다.(☞ 눈에 불이 번쩍)
21. 말하는 이는 애써 지킨 간을 독수리에게 쪼아먹으라고 하고 있다. 왜 그럴까?
독수리를 살찌우기 위해. 독수리가 무척 야위어 있으니까.
22. 이 역시 사실적인 상황은 아니다.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면서 당하는 화자의 고통은 어떤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정신적 각성(☜ 눈에 불이 번쩍)
23. 그렇다면 이 독수리를 어떤 의미를 가진 존재인가? 정신적 각성을 주는 존재
24. 그런데 이 독수리가 지금 어떻다고? 무척 야위어 있다.
25. 그 의미는? 정신적 각성의 힘이 약하다.
26. 그러면 그 독수리를 살찌운다는 것은? 정신적 각성의 힘을 강화시킨다.
27. 그럼, 애써 되찾은 간을 지켜서 독수리를 살찌운다는 이 이야기의 의미를 정리해 보자.
애써 되찾은 민족적 양심과 인간 존엄의 정신으로 미약해진 정신적 각성의 힘을 되살린다.
28. 자신을 끊임없이 일깨우는 독수리는 어디서 생겨난 것인가?
내가 오래 길러 온 것이다.
29. 내가 오래 길러왔다고? 도대체 독수리의 정체가 뭘까?
☞ 인간은 흔히 두 개의 자아를 가지고 있다. 실제의 삶을 살아가는 겉으로 드러난 ‘현실적 자아’와 그가 내면에 간직한 자신의 이상화된 모습, 즉 ‘내면적 자아’, ‘정신적 자아’가 바로 그것이다. 이 시에서 독수리는 바로 나와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내가 오랫동안 나의 내면에 길러온 ‘정신적․내면적 자아’이다. 이 ‘정신적․내면적 자아’는 자신의 이상과 거리가 멀어진 ‘현실적 자아’를 끊임없이 질책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내면적 자아’가 야위었다는 말은 ‘현실적 자아’가 지나치게 비대해져 자신의 이상과는 다른, 추하고 악한 모습을 띠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니까 간을 쪼아 먹힌다는 건 간을 빼앗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지키는 행위가 되는 거지.
30. 이렇게 되면 이 시의 토끼(시적 화자)는 ‘구토설화’의 토끼와는 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지? 어떻게 다른지? 자기 반성과 삶의 각오를 분명히 보여주는 존재.
31. 그렇다면 토끼(시적 화자)는 누구와 같은 삶을 지향한다고 할 수 있나? 프로메테우스
32. 화자와 프로메테우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죄 아닌 죄, 옳은 길을 걷는 것 때문에 고통 받으나 굴하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