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부 국어 자료/수능 기출문제

[1998-2010 수능 국어 기출 분석] 현대소설 모음

여기가로두스 2016. 6. 9. 22:04

[1998-2010 수능 국어 기출 분석] 현대소설 모음 


기출분석-현대소설.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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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 : 현대소설 기출분석

현대 문학

이름

 

 

[3538]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일찍이 윤 직원 영감은 그의 소싯적에, 자기 부친 윤용구가 화적의 손에 무참히 맞아죽은 시체 옆에 서서, 노적이 불타느라고 화광이 충천한 하늘을 우러러,

이 놈의 세상, 언제나 망하려느냐?”

우리만 빼놓고 어서 망해라!”

하고 부르짖은 적이 있겠다요.

이미 반세기 전, 그리고 그것은 당시의 나한테 불리한 세상에 대한 격분된 저주요, 겸하여 위대한 투쟁의 선언이었습니다.

해서 윤 직원 영감은 과연 승리를 했겠다요. 그런데.

식구들은 시아버지 윤 직원 영감이 보기가 싫은 건넌방 고씨만 빼놓고, 서울 아씨, 태식이, 뒤채의 두 동서, 모두 안방에 모여 종수를 맞이하는 예를 표하고, 그들의 옹위 아래 윤 직원 영감과 종수는 각기 아랫목과 뒷벽 앞으로 갈라 앉았습니다. 방금 점심 밥상을 받을 참입니다.

너 경손 애비, 부디 청신채리라……!”

윤 직원 영감이 종수더러 곰곰이 훈계를 하던 것입니다. 안식구가 있는 데라 점잖게 경손 애비지요.

……정신을 채리야 헐 것이 늬가 암만히여두 네 아우 종학이만 못히여! 종학이는 그 놈이 재주두 있고 착실히여서, 너치름 허랑허지두 않고 그럴뿐더러 내년 내후년이머넌 대학교를 졸업허잖냐? 내후년이지?”

.”

그렇지? , 그래, 내후년이면 대학교 졸업을 허구나와서, 삼 년이나 다직* 사 년만 찌들어 나머넌 그놈은 지가 목적헌, 요새 그 목적이란 소리 잘 쓰더구나, ? 목적……목적헌 경부가 되야 갖구서, 경찰서장이 된담 말이다! ? 알겄어.”

.”

그러닝개루 너두 정신을 바싹 채리 갖구서, 어서 어서 군수가 되어야 않겠냐……? , 동생놈은 버젓한 경찰서장인디, 형놈은 게우 군서기를 댕기구 있담! 남 부끄러서 어쩔 티여? ……? 아 글씨, 군수 되구 경찰서장 되구 허머넌, 느덜 좋구 느덜 호강이지 머, 그 호강 날 주냐? 내가 이렇게 아등아등 잔소리 허넌 것두 다 느덜 위히여서 그러지, 나는 파리 족통만치두 상관읎어야! 알아듣냐?”

.”

마침 이 때, 마당에서 헴헴, 점잖은 밭은기침 소리가 납니다. 창식이 윤 주사가 조금 아까야 일어나서, 간밤에 동경서 온 전보

때문에 억지로 억지로 큰댁 행보를 하던 것입니다.

해가 서쪽으로 뜨겄구나?”

윤 직원 영감은 아들의 이렇듯 부르지도 않은 걸음을, 더욱이나 안방에까지 들어온 것을, 이상타고 꼬집는 소립니다.

……멋하러 오냐? 돈 달라러 오지?”

동경서 전보가 왔는데요…….”

지체를 바꾸어 윤 주사를 점잖고 너그러운 아버지로, 윤 직원 영감을 속 사납고 경망스런 어린 아들로 둘러 놓았으면 꼬옥 맞겠습니다.

동경서? 전보?”

종학이 놈이 경시청에 붙잽혔다구요!”

으엉?”

외치는 소리도 컸거니와 엉덩이를 꿍- 찧는 바람에, 하마 방구들이 내려앉을 뻔했습니다. 모여선 온식구가 제가끔 정도에 따라 제각기 놀란 것은 물론이구요.

종학, 사상 관계로, 경시청에 피검……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다냐?”

종학이가 사상 관계로 경시청에 붙쨉혔다는 뜻일테지요!”

사상 관계라니?”

그 놈이 사회주의에 참예를…….”

으엉?”

(중 략)

윤 직원 영감은 팔을 부르걷은 주먹으로 방바닥을 땅치면서 성난 황소가 영각*을 하듯 고함을 지릅니다.

화적패가 있너냐야? 부랑당 같은 수령(守令)들이 있더냐……? 재산이 있대야 도적놈의 것이요, 목숨은 파리 목숨 같던 말세넌 다 지내가고오……. 자 부아라, 거리 거리 순사요, 골골마다 공명헌 정사(政事), 오죽이나 좋은 세상이여……. 남은 수십만 명 동병(動兵)을 히여서, 우리 조선놈 보호히여 주니, 오죽이나 고마운 세상이여? 으응……? 제것 지니고 앉아서 편안허게 살 태평세상, 이걸 태평천하라구 허는 것이여, 태평천하……! 그런디 이런 태평천하라구 허는 것이여, 태평천하……! 그런디 이런 태평천하에 태어난 부자놈의 자식이, 더군다나 외지가 떵떵거리구 펀안허게 살 것이지, 어찌서 지가 세상망쳐 놀 부랑당패에 참섭*을 헌단 말이여, 으응?”

채만식의 태평천하(太平天下)에서

* 다직기껏

* 영각황소가 길게 뽑아 우는 소리

* 참섭남의 일에 참견하여 간섭하는 것

 

35. 윗글에서 전보의 기능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작품의 분위기를 전환시킨다.

② 주인공의 운명을 암시해 준다.

③ 서술 시점이 바뀌는 장치로 작용한다.

④ 갈등 구조가 급전(急傳)하는 계기가 된다.

⑤ 두 사건을 연결하여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36.‘윤 직원에 대한 서술자의 태도를 바르게 지적한 것은?

① 적대감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② 사건의 전개에 따라 태도가 변하고 있다.

③ 일관되게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④ 중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비판적이다.

⑤ 대체로 냉정한 편이지만 때로는 동정하기도 한다.

 

 

<보 기>

37. <보기>와 같은 노래의 시적 화자는 윤 직원의 어떤 점을 비판하겠는가? [2]

무산자 누구냐 탄식마라.

부귀와 빈천은 돌고 돈다.

감발을 하고서 주먹을 쥐고

용감하게도 넘어간다.

밭 잃고 집 잃은 동무들아

어데로 가야만 좋을까 보냐.

괴나리 봇짐을 짊어지고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일제 강점기의 민요 신아리랑에서

① 왜곡된 현실관 ② 비타협적인 태도

③ 소극적인 인생관 ④ 빗나간 자식 사랑

⑤ 체신머리 없는 행동

 

 

 

38. <보기>는 윗글에 대한 감상문의 일부이다. 밑줄 친 부분에 들어갈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2]

소설 작품을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즐거움에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즐거움, 형상화된 세계에 자신을 비추어 봄으로써 자기 자신을 깨닫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채만식의 태평천하의 경우에는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접근해 가면서 이 두 가지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우선 당대의 현실과 관련된 새로운 사실들을 알 수 있었다. 이 작품을 읽기 전에는 일제 강점기를 살아간 사람들은 궁핍한 삶을 영위하고 있었고, 식민지로부터의 해방을 열망하고 있었다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실상이 그렇지만은 않았음을 말해 주고 있다. 시류에 영합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그것을 만끽하며 살아가는 윤직원 영감 같은 인물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음을 이 작품은 실감나게 전해 주고 있다. 그리고 일제에 대항한 인물들은 무척이나 힘겨운 상황 속에 놓여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이 작품에 내 자신을 비추어 봄으로써 몇 가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 깨달음은 이런 것들이다.

<보 기>

① 윤 직원의 헛된 욕망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인간이 추구하는 욕망의 끝은 어디일까 생각해 보았다.

② 지금의 내 성격으로 보아 내가 당대에 태어났다면 종학과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③ 종학같이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일제에 맞서 대항한 인물들이 상당수 있었음을 다른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④ 윤 직원의 소위 태평천하론을 접하면서 역사 의식이란 피상적인 이해만으로는 형성될 수 없는 것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⑤ 나는 과연 윤 직원이라는 인물과는 달리 나 자신의 이익이나 사회의 이익을 더 중시하고 있는가 반문해 보았다.

 

 

 

 

 

 

 

 

 

 

[40-4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너 아범은 내가 어서 죽었으면 시원할 것이다. 너도 못 오게 하느라고 저희끼리 짜고 전보까지 새에서 못 치게 한 게 아니냐.”

조부가 이런 소리를 할 제 덕기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고 하기는 하였지마는 덕기도 의아는 하였다. 부친이 설마 그렇게까지 하랴 싶으나 창훈 아저씨라든지 최참봉이 부친에게 되돌아 붙어서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 그도 모를 일이라고 의심이 난다. 그러나 아무래도 수원집과 부친이 악수를 할 리는 없고 창훈이와 부친의 새가 금시로 풀렸을 리도 없으니 십중팔구는 수원집이 중심이 되어서 무슨 농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제 아무리 그래야 밥이나 안 굶게 하여 주지, 그 외에는 막무가내하다.”

조부는 이런 소리도 하였다.

왜 그런 말씀을 하셔요. 그까짓 재산이 무업니까. 그런 걱정은 모두 병환 중이시니까 신경이 피로하셔서 안 하실 걱정을 하십니다. 얼마 있으면 꼭 일어나십니다.”

덕기는 조부를 안위시키려고 애썼다.

네 말대로 되었으면 작히나 좋으랴만 다시 일어난대도 나는 폐인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어쨌든 이 금고 열쇠를 맡아라. 어떤 놈이 무어라고 하든지 소용없다. 이 열쇠 하나를 네게 맡기려고 그렇게 급히 부른 것이다. 이것만 맡겨 놓으면 인제는 나도 마음놓고 눈을 감겠다. 그러나 내가 죽기까지는 네 마음대로 한만히 열어 보아서는 아니 된다. 금고 속에는 네 도장까지 있다마는 내가 눈을 감기 전에는 네 도장이라도 네 손으로 써서는 아니 된다. 이 열쇠는 맡아 두었다가 내가 천행으로 일어나면 그대로 내게 다시 다오.”

조부는 수원집까지 내보내 놓고 머리맡의 조그만 손금고를 열라고 하여 열쇠 꾸러미를 꺼내 맡기고 이렇게 일러 놓았다.

아직 제가 맡을 것이야 있습니까? 저는 할아버지 병환만 웬만하시면 곧 다시 갈 텐데요! 그리고 아범을 제쳐 놓고 제가 어떻게 맡습니까?”

덕기로서는 도리로 보아도 그렇지만 공부를 집어치우고 살림꾼으로 들어앉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다시 간다고? 못 간다. 내가 살아난대도 다시는 못 간다. 잔소리 말고 나 하라는 대로 할 뿐이다.”

하고 조부는 절대 엄명이었다.

하던 공부를 그만둘 수야 있습니까. 불과 한 달이면 졸업인데요.”

공부가 중하냐? 집안 일이 중하냐? 그것도 네가 없어도 상관없는 일이면 모르겠지만 나만 눈 감으면 이 집 속이 어떻게 될지 너도 아무리 어린애다만 생각해 봐라. 졸업이고 무엇이고 다 단념하고 그 열쇠를 맡아야 한다. 그 열쇠 하나에 네 평생의 운명이 달렸고 이 집안 가운이 달렸다. 너는 그 열쇠를 붙들고 사당을 지켜야 한다. 네게 맡기고 가는 것은 사당과 그 열쇠 두 가지뿐이다. 그 외에는 유언이고 뭐고 다 쓸데없다. 이때까지 공부를 시킨 것도 그 두 가지를 잘 모시고 지키게 하자는 것이니까 그 두 가지를 버리고도 공부를 한다면 그것은 송장 내놓고 장사 지내는 것이다. 또 공부도 그만큼 했으면 지금 세상에 행세도 넉넉히 할 게 아니냐.”

 

조부는 이만큼 이야기하기에도 기운이 폭 빠졌다. 이마에는 기름땀이 쭉 솟고 숨이 차서 가슴을 헤치려고 한다.

살림은 아직 아범더러 맡으라고 하시지요.”

덕기는 그래도 간하여 보았다.

쓸데없는 소리 마라! 싫거든 이리 다오. 너 아니면 맡길 사람이 없겠니. 그 대신 내일부터 문전 걸식을 하든 어쩌든 나는 모른다.”

조부는 이렇게 화는 내면서도 그 열쇠를 다시 넣어 버리려고는 아니하였다.

덕기는 병인을 거슬려서는 아니 되겠기에 추후로 다시 어떻게 하든지 아직은 순종하리라고 가만히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으려니까 밖에서 부석부석 옷 스치는 소리가 나더니 수원집이 얼굴이 발개서 들어온다. 이때까지 영창 밑에 바짝 붙어 앉아서 방 안의 수작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엿듣고 앉았던 것이다.

덕기는 수원집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앞에 놓인 열쇠를 얼른 집어 들고 일어서 버렸다.

애 아범, 잠깐 거기 앉게.”

수원집의 얼굴에는 살기가 돌면서 나가려는 덕기를 붙든다.

수원집은 열쇠가 놓였으면 우선 그것부터 집어 놓고서 따지려는 것이라서 덕기가 성큼 넣어 버리는 것을 보니 인제는 절망이다. 영감이 좀더 혼돈 천지로 앓거나 덕기가 이 집에서 초혼 부르는 소리가 난 뒤에 오거나 하였더라면 머리맡 철궤 안의 열쇠를 한 번은 만져 볼 수가 있었을 것이다. 금고 열쇠를 한 번만 만져 볼 틈을 타면 일은 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틈을 탈 새가 없이 이 집에 사자가 다녀 나가기 전에 덕기가 먼저 온 것이다. 덕기의 옴이 빨랐던지 사자의 옴이 늦었던지? 저희들의 일 꾸밈이 어설프고 굼뜬 탓이었던지? 어쨌든 인제는 만사 휴의(萬事休矣)!

염상섭, 삼대

 

40.‘열쇠가 덕기에게 뜻하는 바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2]

 

집안의 재산을 물려받는 것을 의미한다.

학업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권한은 없으면서 책임만 지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으로서 집안을 유지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는 족쇄를 의미한다.

 

 

41. 조부가 덕기에게 말하는 방식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덕기의 욕심을 자극하여 회유하고 있다.

위중한 병세를 내세워 감정에 호소하고 있다.

덕기에 대한 신뢰감을 내비치며 설득하고 있다.

복잡한 집안 사정을 들어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단정적으로 말하고 있다.

 

 

42. 윗글에서 수원집이 처한 상황을 잘 드러낸 것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더니.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43. 윗글에 나타난 조부의 성격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가문을 중시하는 것으로 보아 가부장적 인물이다.

손자의 뜻을 받아 주는 것으로 보아 자상한 인물이다.

덕기 아버지에 대한 태도로 보아 이기적인 인물이다.

집안 일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보아 우유부단한 인물이다.

재산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보아 돈에 결벽증이 있는 인물이다.

 

 

44. 윗글을 제대로 감상하는 효과적인 태도와 거리가 것은? [2]

조부의 심리 상태를 추측해 본다.

덕기의 취미 생활에 대해 생각해 본다.

방안의 분위기가 어떠할지 생각해 본다.

전보가 왜 덕기에게 전달되지 않았는지 추리해 본다.

덕기 아버지가 열쇠를 받지 못하는 이유를 추리해 본다.

 

우리가 이 마을에 처음 들어와 집이 없어서 곤란으로 지낼 제, 집터를 빌리고 그 위에 집을 또 짓도록 마련해 준 것도 점순네의 호의였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농사 때 양식이 딸리면 점순네한테 가서 부지런히 꾸어다 먹으면서, 인품 그런 집은 다시 없으리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곤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열일곱씩이나 된 것들이 수군수군하고 붙어 다니면 동리의 소문이 사납다고 주의 를 시켜 준 것도 또 어머니였다. 왜냐 하면, 내가 점순이하고 일을 저질렀다가는 점순네가 노할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땅도 떨어지고 집도 내 쫓기고 하지 않으 면 안 되는 까닭이었다.

 

[556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 나흘 전 감자 쪼간만 하더라도, 나는 저에게 조금도 잘못한 것은 없다.

계집애가 나물을 캐러 가면 갔지 남 울타리 엮는데 쌩 이질을 하는 것은 다 뭐냐. 그것도 발소리를 죽여 가지고 등 뒤로 살며시 와서

! 너 혼자만 일하니?”

하고 긴치 않은 수작을 하는 것이었다.

어제까지도 저와 나는 이야기도 잘 않고 서로 만나도 본척만척하고 이렇게 점잖게 지내던 터이련만, 오늘로 갑작스레 대견해졌음은 웬일인가. 항차 망아지만한 계집애가 남 일하는 놈 보구…….

그럼 혼자 하지 떼루 하디?”

내가 이렇게 내배앝는 소리를 하니까

, 일하기 좋니?”

또는

한여름이나 되거든 하지 벌써 울타리를 하니?”

잔소리를 두루 늘어놓다가 남이 들을까 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그 속에서 깔깔대인다. 별로 우스울 것도 없는데, 날씨가 풀리더니 이놈의 계집애가 미쳤나 하고 의심하였다. 게다가 조금 뒤에는 제 집께를 할끔할끔 돌아보더니 행주치마의 속으로 꼈던 바른손을 뽑아서 나의 턱밑으로 불쑥 내미는 것이다. 언제 구웠는지 아직도 더운 김이 홱 끼치는 굵은 감자 세 개가 손에 뿌듯이 쥐였다.

느 집엔 이거 없지?”

하고 생색 있는 큰소리를 하고는, 제가 준 것을 남이 알면 큰일날 테니 여기서 얼른 먹어 버리란다. 그리고 또 하는 소리가

, 봄감자가 맛있단다.”

난 감자 안 먹는다, 니나 먹어라.”

나는 고개도 돌리려지 않고 일하던 손으로 그 감자를 도로 어깨너머로 쑥 밀어 버렸다.

그랬더니 그래도 가는 기색이 없고, 뿐만 아니라 쌔근쌔근하고 심상치 않게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이건 또 뭐야 싶어서 그 때에야 비로소 돌아다보니 나는 참으로 놀랐다. 우리가 이 동리에 들어온 것은 근 삼 년째 되어 오지만, 여지껏 가무잡잡한 점순이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법이 없었다. 게다 눈에 독을 올리고 한참 나를 요렇게 쏘아보더니 나중에는 눈물까지 어리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바구니를 다시 집어들더니 이를 꼭 악물고는 엎어질 듯 자빠질 듯 논둑으로 힝하게 달아나는 것이다.

어쩌다 동리 어른이

, 얼른 시집 가야지?”

하고 웃으면

염려 마세유. 갈 때 되면 어련히 갈라구…….”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받는 점순이었다. 본시 부끄러움을 타는 계집애도 아니거니와 또한 분하다고 눈에 눈물을 보일 얼병이도 아니다. 분하면 차라리 나의 등어리를 바구니로 한번 모지게 후러 때리고 달아날지언정.

그런데 고약한 그 꼴을 하고 가더니 그 뒤로는 나를 보면 잡아먹으려고 기를 복복 쓰는 것이다.

 

() 설혹 주는 감자를 안 받아먹은 것이 실례라 하면 주면 그냥 주었지 느 집엔 이거 없지?”는 다 뭐냐. 그렇잖아도 저희는 마름이고 우리는 그 손에서 배재를 얻어 땅을 부치므로 일상 굽실거린다.

 

 

 

 

 

 

 

 

 

 

 

그런데 이놈의 계집애가 까닭 없이 기를 복복 쓰며 나를 말려 죽이려고 드는 것이다.

 

() 눈물을 흘리고 간 그 담날 저녁 나절이었다. 나무를 한짐 잔뜩 지고 산을 내려오려니까 어디서 닭이 죽는 소리를 친다. 이거 뉘 집에서 닭을 잡나 하고 점순네 울 뒤로 돌아오다가 나는 고만 두 눈이 뚱그래졌다. 점순이가 저희 집 봉당에 홀로 걸터앉았는데. 아 이게 치마 앞에다 우리 씨암탉을 꼭 붙들어 놓고는

이놈의 닭! 죽어라, 죽어라.”

요렇게 암팡스레 패 주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대가리나 치면 모른다마는 아주 알도 못 낳으라고 그 볼기짝께를 주먹으로 콕콕 쥐어박는 것이다.

나는 눈에 쌍심지가 오르고 사지가 부르르 떨렸으나, 사방을 한번 휘 돌아보고야 그제서 점순이 집에 아무도 없음을 알았다.

잡은 참 지게막대기를 들어 울타리의 중턱을 후려치며

이놈의 계집애! 남의 닭 알 못 낳으라구 그러니?”

하고 소리를 뻑 질렀다.

그러나 점순이는 조금도 놀라는 기색이 없고, 그대로 의젓이 앉아서 제 닭 가지고 하듯이 또 죽어라, 죽어라 하고 패는 것이다.이걸 보면 내가 산에서 내려올 때를 겨냥해 가지고 미리부터 닭을 잡아 가지고 있다가 너 보란 듯이 내 앞에 줴지르고 있음이 확실하다.

그러나 나는 그렇다고 남의 집에 튀어들어가 계집애하고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형편이 썩 불리함을 알았다. 그래 닭이 맞을 적마다 지게 막대기로 울타리를 후려칠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왜냐하면, 울타리를 치면 칠수록 울섶이 물러앉으며 뼈대만 남기 때문이다. 허나, 아무리 생각하여도 나만 밑지는 노릇이다.

김유정,<동백꽃>

 

55. , 울타리에 대한 해석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2]

① ⓐ는 화자와 점순네의 심리적 거리감을 상징한다.

② ⓐ는 화자의 생활 공간이 고립되어 있음을 말한다.

③ ⓐ의 역할과 의미는 동일하다.

④ ⓑ와 감자는 동일한 감정을 매개하고 있다.

⑤ ⓑ는 화자의 행동을 제약하는 심리적 금기와도 같다.

 

 

56. 쌩이질을 하는 것과 가장 유사한 것은?

① 토라지는 것 ② 이죽거리는 것

③ 역성을 드는 것 ④ 귀찮게 구는 것

⑤ 거들먹거리는 것

 

 

57.‘(화자)’가 점순의 마음을 안다고 가정할 때, 바로 뒤에 들어갈 수 있는 의 생각으로 어울리지 않는 것은?

① 내가 무관심한 척하니까 곰같이 미련하다고 생각하겠지.

② 내가 전혀 못 알아듣는 척하니까 벽창호라고 생각하겠지.

 내가 자기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으니까 목석 같다고 생각하겠지.

④ 내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니까 너구리처럼 의뭉스럽다고 생각하겠지.

⑤ 내가 자꾸 거절하니까 겨울 다람쥐처럼 모아둔 게 많다고 생각하겠지.

 

 

58. ()에서 유추할 수 있는 점순의 심정과 가장 유사한 것은?

① 잎이 푸르러 가시던 님이

백설이 흩날려도 아니 오시네

② 아주까리 동백아 피지를 마라

산골의 큰애기 봄바람 난다

③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 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④ 산천의 초목은 달이 달달 번해도

우리들 먹은 마음 변치를 말자

⑤ 춘산에 지는 꽃이 지고 싶어 지느냐

사세가 부득하여 지는 꽃이로구나

 

 

59. ()

 

<보기>로 바꾸었을 때 독자가 얻을 수 있는 효과로 적절한 것은? [2]

그의 부모가 이 마을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아무 거처도 없는 매우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 때 그들을 구해 준 것은 바로 점순네였다. 점순네의 도움으로 그들은 집터를 마련할 수 있었고, 또 양식이 떨어지면 곧바로 빌려다 먹을 수 있었다. 그 은혜에 감복하여 그의 부모는 늘 고마워했고 인품으로는 그런 집이 없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어머니는 점순네의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쓸데없는 행동을 삼가라고 주의를 주었던 것이다. 더구나 나이가 열일곱이나 되는 그가 동갑인 점순과 어울려 다닌다면 동네에 나쁜 소문이 나는 것은 불을 보듯 번한 노릇이고, 또 자칫 마름집을 노하게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무례한 행동으로 소작지가 떨어지고 집에서도 쫓겨날지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보 기>

① 극적 긴장감을 뚜렷이 느낄 수 있다.

② 인물의 육성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③ 서술자와 독자의 거리가 더 가까워진다.

④ 인물의 내면 심리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⑤ 인물이 처한 상황을 좀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60. 윗글을 바탕으로 (화자)’50년 후에 자서전을 쓴다고 할 때, 그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점순이가 봉당에 걸터앉아 우리 집 씨암탉을 쥐어박던 일을 생각하면 내 입가에는 웃음이 번지곤 한다.

② 농촌 생활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볼 때마다 새빨개진 얼굴로 논둑을 달려가던 점순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③ 소작인의 아들로서 감정조차 마음대로 드러낼 수 없었던 힘든 때였으나 되돌아보면 그래도 순박했던 시절로 기억되곤 한다.

④ 요즘 젊은이들의 대담한 감정 표현을 볼 때 점순이가 그 때 좀더 적극적이었더라면 내가 그토록 숙맥처럼 행동하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⑤ 마름집의 인품을 늘 칭찬하셨지만 그래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하셨던 어머니의 근심 어린 얼굴이 지금도 아련하게 머릿속을 맴돌곤 한다.

 

 

[475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의 줄거리>

장마가 계속되고 있었다. 전쟁 통에 우리 집에 피난와 있던 외할머니는 국군인 외삼촌이 전사하였다는 통지를 받는다. 외할머니는 건지산에 있는 빨치산들에게 저주의 말을 퍼붓는다. 친할머니는 노발대발한다. 삼촌이 빨치산이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어떤 사람의 꼬임에 빠진 나는 삼촌이 집에 다녀간 사실을 말하게 되고, 아버지는 큰 고초를 치른다. 이로 인해 나는 친할머니의 분노를 사 큰방 출입이 금지된다. 친할머니는 점쟁이의 말에 따라 삼촌이 돌아올 날을 기다리며 잔치 준비를 한다. 그러나 그날이 되어도 삼촌은 오지 않는다. 그 때 난데없이 구렁이가 집 안으로 들어온다. 친할머니는 졸도를 한다. 구렁이를 삼촌의 현신(現身)으로 생각한 것이다. 이 때 외할머니는 친할머니의 머리카락을 태우면서 구렁이에게 다가가 말을 하기 시작한다.

 

숴이! 숴어이!”

외할머니의 쉰 목청을 뒤로 받으며 그것은 우물 곁을 거쳐 넓은 뒤란을 어느덧 완전히 통과했다. 다음은 숲이 우거진 대밭이었다.

고맙네. 이 사람! 집안일은 죄다 성님한티 맽기고 자네 혼자 몸띵이나 지발 성혀서 먼 걸음 펜안히 가소. 뒷일은 아모 염려 말고 그저 펜안히 가소. 증말 고맙네, 이 사람아.”

장마철에 무성히 돋아난 죽순과 대나무 사이로 모습을 완전히 감추기까지 외할머니는 우물 곁에 서서 마지막 당부의 말로 구렁이를 배웅하고 있었다.

이웃 마을 용상리까지 가서 진구네 아버지가 의원을 모시고 왔다. 졸도한 지 서너 시간 만에야 겨우 할머니는 의식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 서너 시간이 무의식의 세계에서는 서너 달에 해당되는 먼 여행이었던 듯 할머니는 방 안을 휘이 둘러보면서 정말 오래간만에 집애 돌아온 사람 같은 표정을 지었다.

갔냐?”

이것이 맑은 정신을 되찾고 나서 맨 처음 할머니가 꺼낸 말이었다. 고모가 말뜻을 재빨리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인제는 안심했다는 듯이 할머니는 눈을 지그시 내리깔았다. 할머니가 까무러친 후에 일어났던 일들을 고모가 조용히 설명해 주었다. 외할머니가 사람들을 내쫓고 감나무 밑에 가서 타이른 이야기, 할머니의 머리카락을 태워 감나무에서 내려오게 한 이야기, 대밭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시종일관 행동을 같이하면서 바래다 준 이야기……. 간혹 가다 한 대목씩 빠지거나 약간 모자란다 싶은 이야기는 어머니가 옆에서 상세히 설명을 보충해 놓았다. 할머니는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두 눈에서 하염없이 솟는 눈물 방울이 훌쭉한 볼고랑을 타고 베갯잇으로 줄줄 흘러내렸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할머니는 사돈을 큰방으로 모셔 오도록 아버지한테 분부했다. 사랑채에서 쉬고 있던 외할머니가 아버지 뒤를 따라 큰방으로 건너왔다. 외할머니로서는 벌써 오래 전에 할머니하고 한다래끼* 단단히 벌인 이후로 처음 있는 큰방 출입이었다.

고맙소.”

정기가 꺼진 우묵한 눈을 치켜 간신히 외할머니를 올려다보면서 할머니는 목이 꽉 메었다.

사분*도 별시런 말씀을 다…….”

외할머니도 말끝을 마무르지 못했다.

 

 

 

 

 

 

야한티서* 이얘기는 다 들었소. 내가 당혀야 헐 일을 사분이 대신 맡었구랴. 그 험헌 일을 다 치르노라고 얼매나 수고시렀으꼬.”

인자는 다 지나간 일이닝게 그런 말씀 고만두시고 어서어서 묌이나 잘 추시리기라우.”

고맙소. 참말로 고맙구랴.”

할머니가 손을 내밀었다. 외할머니가 그 손을 잡았다. 손을 맞잡은 채 두 할머니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다가 할머니 쪽에서 먼저 입을 열어 아직도 남아 있는 근심을 털어놓았다.

탈없이 잘 가기나 혔는지 몰라라우.”

염려 마시랑게요. 지금쯤 어디 가서 펜안히 거처험시나 사분 댁 터주 노릇을 퇵퇵히 허고 있을 것이요.”

그만한 이야기를 나누는 데도 대번에 기운이 까라져 할머니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가까스로 할머니가 잠들기를 기다려 구완을 맡은 고모만을 남기고 모두들 큰방을 물러나왔다.

그날 저녁에 할머니는 또 까무러쳤다. 의식이 없는 중에도 댓 숟갈 흘려 넣은 마음과 탕약을 입 밖으로 죄다 토해 버렸다. 그리고 이튿날부터는 마치 육체의 운동장에서 정신이란 이름의 장난꾸러기가 들어왔다. 나갔다 숨바꼭질하기를 수없이 되풀이하는 것 같은 고통의 시간이 연속이었다. 대소변을 일일이 받아 내는 고역을 치러 가면서 할머니는 꼬박 한 주일을 더 버티었다. 안에 있는 아들보다 밖에 있는 아들을 언제나 더 생각했던 할머니는 마지막 날 밤에 다 타 버린 촛불이 스러지듯 그렇게 눈을 감았다. 할머니의 긴 일생 가운데서, 어떻게 생각하면, 잠도 안 자고 먹지도 않고 그러고도 놀라운 기력으로 며칠 동안이나 식구들을 들볶아 대면서 삼촌을 기다리던 그 짤막한 기간이 사실은 꺼지기 직전에 마지막 한순간을 확 타오르는 촛불의 찬란함과 맞먹는, 할머니에겐 가장 자랑스럽고 행복에 넘치던 시간이었었나 보다. 임종의 자리에서 할머니는 내 손을 잡고 내 지난날을 모두 용서해 주었다. 나도 마음속으로 할머니의 모든 걸 용서했다.

 

정말 지루한 장마였다.

 

한다래끼큰 싸움

사분사부인(査夫人)의 속음. 사돈댁

야한티서애한테서

윤흥길, 장마

 

47. 윗글의 내용을 <보기>와 같이 정리하였을 때, ()에 해당하는 장면은?

 

  

<보 기>

① 할머니가 삼촌을 기다렸다.

② 할머니가 의식을 회복하였다.

③ 고모가 할머니에게 경과를 이야기하였다.

④ 외할머니가 큰방으로 건너왔다.

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보 기>

48. 처럼 <보기>의 대화가 이루어진다고 할 때, 밑줄 친 부분에 들어갈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가영미안해서 어쩌지? 내가 했어야 할 일인데…….

영철

가영정말 고마워.

 

① 그런 소리 하지 마. 네 몸이나 잘 돌봐.

② 천만다행이야. 그러니 준비를 철저히 했어야지.

③ 쓸데없는 소리! 이제부터는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

④ 사실 그 일을 하느라고 고생 좀 했어. 하지만 이젠 괜찮아.

⑤ 글쎄. 어쩌다가 일이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어. 앞으로가 걱정이야.

 

 

 

49. 이 작품의 결말 부분인 에 대한 반응들이다. 윗글의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한 줄 띄어져 있어 여운을 남기는군.

② 작품의 제목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것 같아.

③ 장마 기간 동안 사건이 진행되었음을 의미해.

④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싹트고 있음을 함축하고 있어.

⑤ 실제보다 더 길게 느껴질 만큼 힘든 나날이었음을 암시해.

 

 

 

50. 윗글을 서술했을 때의 심경을 잘 드러내기 위해 이제 와 돌이켜 생각해 보니라는 구절을 넣으려고 한다. , 가장 적절한 곳은?

① ⓐ ② ⓑ ③ ⓒ ④ ⓓ ⑤ ⓔ

 

 

 

51. ‘한국 문학의 세계화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자 한다. <보기>의 밑줄 친 부분을 중심으로 이 작품에 대해 토론할 때, 그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2.2]

한국 문학의 세계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첫째, 한국 문학의 특수성을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둘째, 우리 문학이 지니고 있는 보편성을 어떻게 찾아내 드러낼 것인가이다. 두 가지 문제는 상호 보완적이지만 첫 번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보 기>

① 이 작품에 담겨 있는 사투리 특유의 어조를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

② 이 작품에서 드러나는 인물들 사이의 심리적 갈등 양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③ 이 작품에 나타난 한국의 전통적 가족 제도 내의 인간 관계를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④ 이 작품에 나오는 토속적 샤머니즘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정서를 어떻게 공감시킬 것인가?

⑤ 이 작품이 배경으로 하고 있는 625 당시 우리 농촌 특유의 장마철 분위기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3236]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길바닥이 얼어붙고 먼 산에 눈발이 치고 그 해는 이른 겨울부터 몹시 추웠다. 그동안 숙부님은 몇 번이나 집에 다녀가시고 관상소 출입도 더러 있는 듯하였다. 그러나 황진사의 얼굴은 그 뒤로 뵈지 않았다. 다만, 삼촌을 통해 그의 시골이 충청도 어디란 것과 그의 문벌이 놀라운 양반이란 것과, 그의 조상에는 정승 판서 따위가 많이 났다는 것과, 그 자신도 현재 진사 구실을 한다는 것과, 그의 머릿속은 자기 가벌에 대한 자존심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그 가운데 한 가지 우스운 것은 그가 곧잘 진사 노릇을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처음 관상소에서 어느 장난꾼이 농담 삼아 그에게 서전과 시전을 외게 하여 급제를 주고 진사라 부르기 시작한 것인데 그 후로 만나는 사람마다 반 조롱으로 황진사, 황진사부르게 되니, 그러나 황진사 자신은 조금도 어색해 하지 않고 오히려 그럴싸하게 여겨 요즘 와서는 아주 뽐내고 진사 행세를 한다는 것이다.

어느 몹시 추운 날이었다. 아궁이에 불을 넣고 방구석에 숯불을 피우고 나는 온종일 책상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낮이 짐짓했을 때다. 밖에서,

일 오너라.”

하는 소리가 마치 사람 살리우 하는 소리같이 바람결에 새어 들어왔다. 나가 보니 황진사가 연방 손으로 콧물을 닦고 서 있는 것이다. 나는 대체 얼어 죽지나 않았나 하고 궁금해 하던 차라 이렇게 다시 보게 된 것이 진정 반가왔다.

나는 곧 그를 나의 방에 안내한 뒤,

그런데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한즉,

거야 친구 집에서 지냈지요 뭐, 흐흐…….”

하며 재미난 듯이 웃었다.

아 참, 완장 선생은 여태 안 왔시우?”

수차 다녀가셨지요.”

, 그렁 거루 난 여태 한 번두 못 뵈었으니 이거 죄송해서, 흐흐…….”

그는 숯불을 안고 앉아 또 히히거리고 웃었다.

흰떡을 사다 숯불에 구워서 그에게 대접을 하고 나는 아까 하다 둔 일을 마저 해치울 양으로 잠깐 책상에 앉아 있으려니까, 그는 언 것과 구운 것을 가리지 않고 한참 부지런히 집어 먹더니 그동안 흥이 났는지 아주 목청을 뽑아서,

관관저구(關關雎鳩)는 재하지주(在河之洲)로다. 요조숙녀(窈窕淑女)는 군자호구(君子好逑)로다.”

하고 대문을 외곤 하였다.

나는 그동안 책상에 앉아 있느라고 모른 체하고 있으니까,

, 성인께서도 실수가 있단 말야!”

그는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 공자님께서 시전에 음군을 두셨거든!”

그는 무슨 큰 문제나 발견한 듯이 나 있는 쪽을 곁눈질로 흘겨보며 마구 기염을 뽑는 것이다.

그래도 내가 모른 체하고 있으니까 그는 화로 곁에서 일어서더니, 두루마기 자락을 뒤로 젖히고 저고리 섶을 위로 쳐들고 손을 넣어 무엇을 꺼내는 시늉을 하였다. 나는 속으로, 옷의 이를 잡아 내어 숯불에 넣으려는 겐가 하고 있는데 그는 또 한번 나 있는 쪽을 흘겨보고 나서 배에 두르고 있던 때묻은 전대 하나를 꺼내었다. 전대 속에서는 네 귀가 다 이지러지고 종이 빛까지 우중충하게 묵은 모필 사책 한 권과, 백지로 싸서 노끈으로 챙챙 감아 맨 솔잎 한 줌과 휴지 조각 몇 장이 나왔다.

거 무슨 책이유?”

내가 이렇게 물은즉,

, 주역책이지 그랴.”

하고 된소리를 질렀다. 과연 그 이지러진 네 귀마다 넓적넓적한 괘가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주역책임에 틀림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주역책은 왜 하필 전대에 넣어서 두르고 다니느냐고 물은즉,

, 공자님께서도 역은 삼천독을 하셨다는데 그랴.”

하고, 된소리를 질러 놓고 나서, 다시 조용히 음성을 낮추어,

, 여북해 지략의 조종이요 조화의 근본 아니오.”

하였다.

 

 

 

 

 

 

 

 

나는 처음 관상소에서 그를 보았을 때부터 하도 지모가 나지 않아 육효를 뽑아 보았노라한 것을 들은 일이 있어서 그가 평소에 얼마나 이 지략조화를 부려 보고 싶어하는 위인인가를 짐작은 할 수 있었지만 이와 같이 언제나 몸에 지닌 솔잎 한줌과 네 귀 모지라진 주역 속에서 우러난 음양 오행의 지모 조화가 겨우 쇠똥 위에 개똥 눈흙가루 약과, 친구에게 책상을 들리우고 다니는 것쯤인가고 생각할 때 나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나왔다.

저녁 때가 되어 그는 전대를 다시 배에 두르고 돌아왔다. 종종 오라고 한즉, 매양 신세를 끼쳐서 미안하다고 하며 절을 몇 번이나 하였다.

그 해 겨울 그는 내가 성이 가시도록 자주 나를, 아니 내 삼촌을 찾아왔다. 그는 언제나 나를 볼 때마다 오랫동안 삼촌께 못 뵈어 죄송하다고 하였다.

그는 나에게 한시를 지어 달라면서 사오 차나 운자를 가지고 왔다. 어디 쓰느냐고 물으면 친구의 환갑 잔치에 대노라고 한다, 친구가 누구냐고 물으면 이 참봉, 윤 승지, 무슨 참판, 어디 남작하고 모조리 서울서도 유수한 대가와 부자들의 이름만 꼽지만 거리에서 그가 어울려 다니는 것을 보나 가끔 친구라고 데리고 오는 것을 보면 그의 말과는 딴판으로 황진사 자신보다 별로 유여한 축들도 아니었다.

좋은 규수가 있으니 장가를 들지 않겠느냐고, 그는 여러 차례 나를 졸랐다. ‘좋은 규수가 어딨느냐고 물으면, 단번에 친구의 딸이라 하고, 어떤 친구냐고 하면 무슨 승지, 무슨 자작하는 예의 대가집 따위들을 꼽았다. 색시 얼굴이 어떻게 생겼더냐고 하면 매양 자기의 누르퉁퉁하게 부은 얼굴을 가리키며 이렇게 아주 유복스럽게 생겼다고 한다.

내가 웃으며, 색시가 일재 선생 같아서야 좀 재미가 적다고 하면,

, 일등 규수라는데 그랴.”

하고 화를 내었다.

그렇지만 너무 육중해서야.”

하면,

, 거기 식록이 들었는걸 그랴. , 여북해 일등 규수라는데 그래도 못 믿어서 그랴?”

하고 기를 쓰곤 하였다.

김동리, 화랑의 후예

 

 

 

32. 구술 면접 시험에서 윗글에 대해 설명하라는 요구를 받았을 때 그 대답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인물의 고통스러운 삶을 통해서 일제 식민 통치의 만행을 사실적으로 폭로했다고 생각합니다.

② 전통에 집착하는 인물의 일그러진 삶을 통해서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③ 인물과 인물의 갈등을 통해서 인간의 이타적 속성을 상징적으로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

④ 유교 경전의 해석과 수용을 통해서 전통의 현대적 의미를 부각시켰다고 생각합니다.

⑤ 사투리를 활용하여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전통적 가치를 환기했다고 생각합니다.

 

 

33. 대상 인물에 대한 서술자의 심리적 태도가 ()와 가장 가까운 것은? [2.2]

① 그의 얼굴은 그 바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바쁘다. 자랑스러워 한 틈도 없이 바쁘다. 그것은 서울에서의 나였다. 그만큼 여기는 생활한다는 것에 서투를 수 있다고나 할까? 바쁘다는 것도 서투르게 바빴다. 그리고 그때 나는, 사람이 자기가 하는 일에 서투르다는 것은. 그것이 무슨 일이든지 설령 도둑질이라고 할지라도 서투르다는 것은 보기에 딱하고 보는 사람을 신경질 나게 한다고 생각하였다. - 김승옥, 무진기행 -

② 나는 잠자코 있었다. 그러나 그처럼 잠자코 있는 것이 오히려 남의 눈을 끌어 크로마를 성나게 하지나 않을까 하고 오금을 못 펴고 있었다. 두 친구들은 처음부터 나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크로마에게 붙어 있었다. 나는 이 세 아이들과는 다른 세계의 인간이었다. - 헤세, 데미안 -

③ 그는 지난 넉 달 동안이나 어떤 보람을 느껴 가면서 운영해오던 야학을 어제 당에서 나온 공작대원에게 접수를 당한 것이었다. 아무런 예고도 없었다. 혼이 야학 시간이 되어 가 보니 벌써 낯모를 청년이 교단을 점령하고 있었다. 오늘 저녁 이렇게 술이 좀 지나친 것도 그 허전감에서 온 것인지도 몰랐다.

- 황순원. 카인의 후예 -

④ 그는 문득 깨달았다. 최근에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느끼고 있는 혐오. 특히 오늘 코르차긴 공작이나 소피아 바실리예프나, 미시나, 코르네이에 대해서 느낀 혐오감은. 실은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의 감정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자기의 비열함을 스스로 인정하는 이 감정 속에는 뭔가 병적이면서도 동시에 마음을 기쁘게 하고 안정시키는 것이 있었다. - 톨스토이, 부활 -

⑤ 건우란 소년은 내가 직접 담임 했던 제자다. 당시 나는 K라는 소위 일류 중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다. 비가 억수로 내리던 날 첫 시간의 일이었다. 지각생이 많았다. 지각생이 많으면 교사는 짜증이 나게 마련이다. 그럴 때 유독 닦이는 놈은 으레 그런 일이 잦은 놈들이다. - 김정한, 모래톱 이야기 -

 

 

<보 기>

34.‘황 진사<보기>초시가 주고받을 수 있는 대화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초시는 돈의 긴요성을 날로 날로 더욱 심각하게 느끼었다.

돈만 가지면야 좀 좋은 세상인가!”

심심해서 운동 삼아 좀 나다녀 보면 거리마다 짓느니 고층건축들이요, 동네마다 느느니 그림 같은 문화 주택들이다. 조금만 정신을 놓아도 물에서 갓 튀어나온 메기처럼 미끈미끈한 자동차가 등덜미에서 소리를 꽥 지른다. 돌아다보면 운전수는 눈을 부릅떴고 그 뒤에는 금시곗줄이 번쩍거리는 살진 중년신사가 빙그레 웃고 앉았는 것이었다.

 

 

 

 

 

예순이 낼 모레…… -장할 것.”

초시는 늙어 가는 것이 원통하였다. 어떻게 해서나 더 늙기 전에 적게 돈 만 원이라도 붙들어 가지고 내 손으로 다시 한번 이 세상과 교섭해 보고 싶었다. 지금 이 꼴로서야 문화 주택이 암만 서기로 내게 무슨 상관이며 자동차, 비행기가 개미떼나 파리떼처럼 퍼지기로 나와 무슨 인연이 있는 것이냐, 세상과 자기와는 자기 손에서 돈이 떨어진, 그 즉시로 인연이 끊어진 것이라 생각되었다.

- 이태준. 복덕방 -

 

 

 

 

 

 

 

 

① 황 진사너나 나나 살 만큼 살았는데, 너무 돈 돈 하지 말라구. 사람이 본분을 지키면서 살아야지.

② 초시날씨는 춥지, 담배는 피워야지. 누구한테 손을 벌리겠어, 다들 제 코가 석 잔데. 더 늙기 전에 담뱃값이라도 벌어야 하지 않겠어?

③ 황 진사초시면 초시답게 행동해야지, 그렇게 몸을 함부로 내두르면 어쩌나? 유유자적 복덕방에서 장기나 두면서 젊은 사람들에게 공자님 말씀이라도 들려주면 좀 좋아?

④ 초시문화 주택이 즐비한 시대에 공맹을 읊은들 뭣 하나? 난 차라리 금광이나 찾아다니며 기회를 엿볼 걸세.

⑤ 황 진사육효가 잘만 뽑히면야 나도 족보를 팔아서라도 뭔가를 해 볼 걸세. 지략과 조화는 다 때가 있는 법이지.

 

 

35. 윗글을 희곡으로 바꾼다면, ㉠~㉤ 중 독백으로 처리하기에 가장 적합한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36. 윗글과 <보기>ⓐ~ⓔ를 각각 대응시켰을 때, 그 의미가 서로 다른 것은?

먼산에는 구름이 잔뜩 몰려 있어 머지않아 폭풍우가 치고 비가 쏟아질 듯한 기세였다. 남자가 여자를 본 것은 다섯 시가 짐짓했을 무렵이었다. 수백 년 묵은 노송이 힘겹게 서있는 방풍림 근처에서 그녀는 흘로 서성거리고 있었다. 파도가 밀려왔다 나가기를 반복하는 동안에 형체가 이지러진 방파제는 예전의 모습은 아니었으나 거센 파도를 피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 방파제 안쪽에 때를 대노라고 했건만 여의찮아 씨름을 하던 중에 언뜻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보 기>

 

① ⓐ ② ⓑ ③ ⓒ ④ ⓓ ⑤ ⓔ

 

[5256]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나는 온몸이 그닐거리고 쑤셔 잠은커녕 진드근히 누워 있을 수도 없었다. 무슨 핑계를 대고 빠져나갔던가는 기억해 낼 수 없다. 내가 다시 결혼 잔치가 끝나 갈 석공네 마당으로 달려들었을 때, 밭마당의 모닥불은 거진 사위어 버리고 사람 하나 얼씬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풍장 소리와 노랫소리는 사립 울안에서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여전히 누군가가 소리를 부르고 있었다. 멍석 너덧 닢내기만한 안마당엔 어른들이 겹겹으로 둘러서서 모두가 엉덩이를 궁싯궁싯 들썩대며, 그러나 하나같이 군소리를 참고 눈과 얼굴로만 흥겨워하고 있었다.

누구 음성이었을까, 생전 처음 들어 본 그 구성진 가락은.

석탄 백탄이 타는데, 연기만 펑펑 나는데에…… 이 내 가슴 타는데, 연기가 하나도 안 나는데…….”

나는 키가 모자라 사람 다리만 빽빽한 쪽마루에 비비대고 올라가 넘어다보았다. 그리고 놀랐다. 놀라지 않을 수 없던 것이다. 한 손으로 주안상 가장자리를 두들겨 가며 앉아서 노래하는 어른, 코와 눈이 그렇게 크고 음성 또한 굵직한 신사, 그이는 아버지였다. 나는 가슴이 벅차올라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황홀하기도 하고 의심스럽기도 하여 얼마를 두고 뚫어지게 바라보았으나 분명 아버지였다. 당신으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에 도취된 모습이기도 했다.

우선 석공네 울안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현실 같지 않았고, 노래를 하는 것도 사실일 수가 없으련만, 모든 것은 눈에 보인 그대로였다. 아버지는 안팎 동네 어느 누구네 집도 울안은 들어가 본 적이 없는 터였다. 일가 간인 한산 이가네로서 노인을 모시는 집안이거나 당내 간의 사랑이라면 더러 출입이 있었을 따름이요, 그것도 울안에 발을 들인 일이란 한 번도 없던 터였으니, 하물며 전에 일갓집 행랑살이를 했던 사람네 집이겠던가. 신 서방은 덩실덩실 춤을 추었고, 아버지의 맞은편에 꿇어앉은 석공은 연방 싱글벙글 웃어 가며 솟음솟음하는 신명을 어쩌지 못해 답답한 표정이었다.

아버지가 노래를 마치자 요란스런 박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신 서방이 두 손에 술잔을 받쳐 드니 석공은 주전자를 기울였다. 아버지가 술잔을 받아 들자 신 서방은 일어서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아, 나는 그때 또 한 번 크게 놀라고 말았다. 다시 한 번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음이니 그것은 아버지가 일어서서 어깨춤을 추기 시작한 거였다. 그때까지 내가 알고 있던 아버지는 그렇게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할아버지 앞에서는 항상 무릎 꿇고 조아려 공손하기가 몸종과 다름없었지만, 처자 앞에서는 단란하고 즐거워 웃더라도 결코 치아를 내보인 일이 없게 근엄하되, 한내천 백사장에 강연장이 설치되면 뜨내기 장돌뱅이까지도 전을 걷어치울 정도로 수천 군민이 모여들게 마련이었으며, 산천이 들렸다 놓인다 싶게 불 뿜듯 웅변을 했는데, 그때마다 청중들로부터 천둥보다 더 우렁찬 환호와 박수갈채를 얻고 당신을 알던 모든 사람들한테 선생님이란 경칭을 받았던, 저만치 멀리로 건너다 보이며 어렵기만 한 사람이었다. 어디 그럴 법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남의 집 울안 출입에 노랫가락과 어깨춤…….

신기함과 경이로움을 주체하지 못해 나는 몹시 당황했지만 그러나 그런 거북스러움도 가셔지고 있었다. 멍석 가장자리로 둘러서 있던 모든 사람들이 덩달아 함께 어울려 춤을 추기 시작했던 것이며, 그 속에는 작대기 막대기와 새끼 타래를 내던진 쌍례

 

아배와 복산 아배, 덕산이와 조패랭이가 섞인 채 누구보다도 흥겨워 몸부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흥겨움에 감싸여 흐른 밤은 얼마나 되었을까.

모든 사람들의 배웅을 뒤에 두고 나는 아버지 뒤를 따라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아버지 그림자를 밟지 않기 위해 나는 이만큼 뒤처져 걷고 있었는데, 그림자가 너무 길다고 느껴져 불현듯 하늘을 우러르니, 달은 어느덧 자리를 거의 다 내놓아 겨우 앞치마만한 하늘을 두른 채 왕소나무 가지 틈에 머물고 있었으며, 뒷동산 솔수펑이의 부엉이만이 잠 못 들어 투덜대고 있었다. 아버지는 사랑 앞에 이르도록 헛기침 한 번 없이 여전 근엄하였고, 나는 버긋하게 지쳐 놓은 대문을 돌쩌귀 소리 안 나도록 조용히 여닫으며 들어가 이내 곤한 잠에 떨어져 버렸다. 이튿날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요 위가 질펀하니 한강이었고 아랫도리가 걸레처럼 척척했으나 부끄러워서 일어날 수도 없었다.

삼십 년을 모시면서 보기를 첨 보겄다. 아마 평생 첨이실걸…….” 어머니 음성이 들려오고 있었다. “저만 첨인 중 알았더니 아씨두유?옹점이 대꾸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나중 안 일이지만, 어머니에게 평생 처음으로 보인 일이란 그날 밤에 아버지가 손수 행한 바의 모두를 말함이었다. 귀로에 한쪽 발을 헛디뎠던 일도 그 중에 포함되어 있었다. 아버지의 양말 한 짝이 마당가 우물 도랑물에 젖어 있었다던 것이다. 어쨌든 그날 밤에 있었던 아버지의 거동은 오랫동안 여러 동네의 큰 화젯거리였은 줄 안다. 모두들 처음이며 아울러 마지막일 터임을 미루어 볼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석공의 추억이 일기 시작하면, 내가 즐겨 놀았던 마당으로서보다도 나의 아버지가 평생에 단 한 번 객스럽게 놀아 보신 장소라는 데에 보다 소중함이 느껴져서 잊지 못해 해 온 사실을 밝혀 두고 싶다.

- 이문구, 관촌수필 -

 

52. 보기와 같은 접근 방식을 통해 윗글을 비평한 것은?

 

<보 기>

 

 

 

 

작품을 비평한다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자기의 관점에 따라 작품을 바라보는 일이다. 관점이란 쉽게 말한다면 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관점은 매우 다양할 수밖에 없지만, 비평의 역사를 통해 볼 때 매우 영향력 있는 몇몇 관점들로 통합되는 경향이 있다. 그것들 중에서 소설은 풍속(風俗)의 재현(再現)’이라는 관점을 취하, 외적인 정보를 끌어들여 작품이 지니는 의미를 이끌어 내는 과정이 중심을 이루게 된다.

 

소설을 읽는 일은 소설 속 인물과의 가상 대화를 의미하는데, 이 글에서는 인물들 간의 관계나 주변 인물들의 태도 자체도 명시적으로 드러내지 않아 그 의미가 반감된다.

소설은 그 근본이 이야기니까 문장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이 글은 속도감도 적당하고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힘은 물론 감칠맛 나는 면모도 지니고 있어 매우 매력적이다.

소설의 핵심은 갈등이 형성되고 해소되는 과정에 있다고 보는데, 이 글에서는 별다른 외적 갈등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 소설의 묘미를 맛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낮게 평가된다.

소설의 본질적인 기능은 작품이 제시하는 주제를 통해 깨달음을 주는 것인데, 이 글은 가족 관계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어 그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호감이 간다.

소설의 구조와 현실의 구조는 서로 닮는다고 하는데, 이 글은 해방 직후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삼았다고 알려졌을 뿐 구체적인 시대상은 그리고 있지 않아 좋은 평가를 내리기가 어렵다고 본다.

 

53. 윗글의 서사적인 특성으로 보기 어려운 것은?

사건의 관찰과 서술 사이에 시간적 간격을 두었다.

사건에 대한 정보 전달자를 장면별로 다르게 설정하고 있다.

초점이 되는 인물을 형상화하는 방법으로 묘사를 도입하고 있다.

공간적 배경의 속성이 사건의 의미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사건이 전개됨에 따라 대상의 특성이 드러나는 서술 방식을 취하고 있다.

 

 

54.윗글을 바탕으로 하여, ‘아버지의 전기(傳記)의 한 부분을 <보기>와 같이 구성하고자 한다. 이어질 내용의 요지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 기>

 

 

 

 

5장 아버지의

 

검정새 작다 하고 붕새야 웃지 마라.

구만 리 높은 하늘 너도 날고 저도 난다.

두어라, 나는 새긴 한가지니 그나 너나 다르랴.

- 이 택 -

지금도 우리 집 벽에 걸려 있는 이 시조를 볼 때마다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이 시조를 읊으시면서 스스로의 몸가짐을 가다듬고는 하셨다.

 

 

 

 

아버지는 할아버지 앞에서 아들로서 예의를 다하는 데 한 치의 소홀함이 없으셨다. 또한 우리 식구들 앞에서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적이 없으셨다. 그만큼 자기 관리에 철저한 분이셨다.

 

언젠가 아버지는, 나는 물론 우리 가족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평소의 모습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행동을 하신 것이었다. 비록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만 강렬한 인상으로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당시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신분 질서를 의식하고 있었다. 어느 날 아버지는 일가의 행랑살이를 하던 이의 잔치마당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셨다. 아버지는 통념을 넘어서는 용기와 포용력을 보여 주셨다.

 

당시 아버지는 정치적인 일에 관여하고 계셨다. 마을 사람들은 대중을 상대로 연설을 하는 아버지를 자신들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마을 사람들에게는 늘 어려운 분으로 생각되었다.

 

아버지는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여 마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셨다. 공적으로는 매우 엄격하셨지만 사적으로는 격의 없는 만남을 유지하셨다. 그렇듯 아버지는 다른 사람들을 감화시키는 특별한 능력을 보여 주셨다.

 

 

 

55. 윗글을 TV 드라마로 만들면서 잔칫집 장면을 위해 보기와 같이 야외 세트를 구성하였다. 원작의 시점(視點)을 유지한다고 할 때, 카메라를 이동, 배치할 곳은? [1.8]

① ㉠ ② ㉠

③ ㉠ ④ ㉠

⑤ ㉠

 

 

56. 행동이나 사태, 감정 따위가 은근하게 조금씩 변화하는 모양의 의미를 가지는 단어를 넣는다고 할 때, 알맞은 것은?

가만가만 너울너울 스멀스멀

슬몃슬몃 어른어른

 

 

[293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집에 가 봐야 노루 꼬리만큼 짧다는 겨울 해에 점심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우리들은 학교가 파하는 대로 책가방만 던져 둔 채 떼를 지어 선창을 지나 항만의 북쪽 끝에 있는 제분 공장에 갔다.

 

제분 공장 볕 잘 드는 마당 가득 깔린 멍석에는 늘 덜 건조된 밀이 널려 있었다. 우리는 수위가 잠깐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마당에 들어가 멍석의 귀퉁이를 밟으며 한 움큼씩 밀을 입 안에 털어 넣고는 다시 걸었다. 올올이 흩어져 대글대글 이빨에 부딪치던 밀알들이 달고 따뜻한 침에 의해 딱딱한 껍질을 불리고 속살을 풀어 입 안 가득 풀처럼 달라붙다가 제법 고무질의 질긴 맛을 낼 때쯤이면 철로에 닿게 마련이었다.

 

우리는 밀껌으로 푸우푸우 풍선을 만들거나 침목(枕木) 사이에 깔린 잔돌로 비사치기를 하거나 전날 자석을 만들기 위해 선로 위에 얹어 놓았던 못을 뒤지면서 화차가 닿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화차가 오고 몇 번의 덜컹거림으로 완전히 숨을 놓으면 우리들은 재빨리 바퀴 사이로 기어 들어가 석탄 가루를 훑고 이가 벌어진 문짝 틈에 갈퀴처럼 팔을 들이밀어 조개탄을 후벼 내었다. 철도 건너 저탄장에서 밀차를 밀며 나오는 인부들이 시커멓게 모습을 나타낼 즈음이면 우리는 대개 신발 주머니에, 보다 크고 몸놀림이 잽싼 아이들은 시멘트 부대에 가득 석탄을 팔에 안고 낮은 철조망을 깨금발로 뛰어넘었다.

선창의 간이 음식점 문을 밀고 들어가 구석 자리의 테이블을 와글와글 점거하고 앉으면 그날의 노획량에 따라 가락국수, 만두, 찐빵 등이 날라져 왔다.

석탄은 때로 군고구마, 딱지, 사탕 따위가 되기도 했다. 어쨌든 석탄이 선창 주변에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있는 현금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고, 때문에 우리 동네 아이들은 사철 검정 강아지였다.

해안촌(海岸村) 혹은 중국인 거리라고도 불리어지는 우리 동네는 겨우내 북풍이 실어 나르는 탄가루로 그늘지고, 거무죽죽한 공기 속에 해는 낮달처럼 희미하게 걸려 있었다.

할머니는 언제나 짚수세미에 아궁이에서 긁어 낸 고운 재를 묻혀 번쩍 광이 날 만큼 대야를 닦았다. 아버지의 와이셔츠만을 따로 빨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바람을 들이지 않는 차양 안쪽 깊숙이 넌 와이셔츠는 몇 번이고 다시 헹구어 푸새를 새로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망할 놈의 탄가루들. 못 살 동네야.

할머니가 혀를 차면 나는 으레 나올 뒤엣말을 받았다.

광석천이라는 냇물에서는 말이다. 물론 난리가 나기 전 이북에서지. 빨래를 하면 희다 못해 시퍼랬지. 어느 독()이 그렇게 퍼렇겠니.

겨울방학이 끝나면 담임인 여선생은 중국인 거리에 사는 아이들을 불러 학교 숙직실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숙직실 부엌 바닥에 웃통을 벗겨 엎드리게 하고는 미지근한 물을 사정없이 끼얹었다. 귀 뒤, 목덜미, 발가락, 손톱 사이까지 탄가루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왕소름이 돋은 등어리를 찰싹찰싹 때리는 것으로 검사를 끝냈다. 우리는 킬킬대며 살비듬이 푸르르 떨어지는 내의를 머리부터 뒤집어썼다.

봄이 되자 나는 3학년이 되었다. 오전반이었기 때문에 한낮인 거리를 치옥이와 나는 어깨동무를 하고 천천히 걸어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나는 커서 미용사가 될 거야.

삼거리의 미장원을 지날 때 치옥이가 노오란 목소리로 말했다.

회충약을 먹는 날이니 아침을 굶고 와야 해요. 선생의 지시대로 치옥이도 나도 빈속이었다.

공복감 때문일까, 산토닌을 먹었기 때문일까, 해인초 끓이는 냄새 때문일까. 햇빛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얼굴도, 치마 밑으로 펄럭이며 기어드는 사나운 봄바람도 모두 노오랬다.

길의 양켠은 가건물인 상점들을 빼고는 거의 빈터였다. 드문드문 포격에 무너진 건물의 형해가 썩은 이빨처럼 서 있을 뿐이었다.

제일 큰 극장이었대.

조명판처럼, 혹은 무대의 휘장처럼 희게 회칠이 된 한쪽 벽만 고스란히 남아 서 있는 건물을 가리키며 치옥이가 소곤거렸다. 그러나 그것도 곧 무너질 것이다. 나란히 늘어선 인부들이 곡괭이의 첫 날을 댈 위치를 가늠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희고 거대한 벽은 굉음으로 주저앉으리라.

한쪽에서는 이미 헐어 버린 벽에서 상하지 않은 벽돌과 철근을 발라 내고 있는 중이었다.

아주 쑥밭을 만들어 버렸다니까.

치옥이는 어른들의 말투를 흉내 내어 몇 번이고 쑥밭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사람들은 개미처럼, 열심히 집을 지어 빈터를 다스렸다. 반 자른 드럼통마다 조개탄을 듬뿍 써서 해인초를 끓였다.

치옥이와 나는 자주 멈춰 서서 찍찍 침을 뱉어 냈다.

회충이 약을 먹고 지랄하나 봐.

아냐, 회충이 오줌을 싸는 거야.

그래도 메스꺼움은 가라앉지 않았다. 끓어오르는 해인초의 거품도, 조개탄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도, 해조(海藻)와 뒤섞이는 석회의 냄새도 온통 노란빛의 회오리였다.

왜 사람들은 집을 지을 때 해인초를 쓰지? 난 저 냄새만 맡으면 머리털 뿌리까지 뽑히는 것처럼 골치가 아파.

치옥이는 내 어깨에 엇갈린 팔을 무겁게 내려뜨렸다. 그러나 나는 마냥 늑장을 부리며 천천히 걸어 해인초 냄새, 내가 이 시()와 나눈 최초의 악수였으며 공감이었던 그 노란빛의 냄새를 들이마셨다.

- 오정희, 중국인 거리 -

 

29.위 글로 미루어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닌 것은?

의 가족은 삼대에 걸쳐 구성되어 있다.

중국인 거리가 태어난 곳이 아니다.

전쟁 후의 항구 도시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할머니는 생활 환경을 불만족스럽게 여기고 있다.

아이들은 먹을거리를 해결해야 할 상황을 힘겨워 한다.

 

30.위 글에서 석탄이 갖는 기능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작품의 분위기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여러 장면을 묶어 주는 연결 고리가 된다.

주인공의 심리를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인물들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사건을 반전시키는 계기가 된다.

 

 

31. [A]<보기>와 같이 바꿔 썼을 때의 효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

 

 

<보 기>

 

 

 

지금도 나는 가끔 그곳,

제분 공장의 마당을 떠올리곤 합니다.

슬레이트 지붕과…… 높다란 굴뚝이 있는 제분 공장, 펼쳐진 멍석에는 늘 덜 건조된 밀이 있었지요. 나이 많은 수위가 잠깐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우리는 마당으로 들어가곤 했습니다. 멍석의 귀퉁이를 밟으며…… 한 움큼씩 털어 넣은 밀알……. 밀알은 올올이 흩어지고, 대글대글 이빨에 부딪치곤 했지요. 딱딱한 껍질이, 달고 따뜻한 침에 녹아, 속살을 풀 때…… 입 안 가득…… 풀처럼 달라붙던 밀알들. 우리의 무료함을 달래 주던…… 밀알이 제법 고무질의 질긴 맛을 낼 때쯤, 우리는 철로에 닿곤 했습니다.

 

회고조의 목소리가 두드러져 과거에 대한 향수를 잘 드러낸다.

중심 제재를 더 자세히 묘사하여 독자에게 선명한 인상을 준다.

호흡을 느리게 하여 과거의 경험을 음미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새로운 정보를 추가하여 독자가 장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친밀한 느낌을 주는 말투를 써서 서술자와 독자의 거리를 좁혀 준다.

 

 

32.<보기>를 참조하여 위 글의 노란색()’ 이미지를 해석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 기>

 

 

 

노란색:병색(病色). 구역질. 기쁨, 에너지의 색. 경계경고의 색.

노랗다(관용적 표현): 영양 결핍. 핏기 없음. 기력이 쇠함.

해인초:홍조류의 해조. 회충약으로 쓰이거나 석회의 접착력을 높이는 데 쓰임. 끓일 때 냄새가 강함.

산토닌:구충제. 부작용은 모든 사물이 노랗게 보이는 증세, 두통, 구토.

겨울의 암울한 이미지와 대비되어, 동네 아이들의 소망을 상징한다.

중국인 거리의 불안정한 분위기와 그에 대한 의 낯섦을 표현한다.

메스꺼움과 연관되면서 가 성장 과정에서 겪는 부적응 상태를 암시한다.

해인초의 후각적인 이미지와 결합하여, ‘의 몽롱한 의식 상태를 드러낸다.

공복과 산토닌이 어우러진 상태에서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을 시각화한 것이다.

 

 

33.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 것은?

선생님께서 상처에 약을 발라 주셨다.

아이의 방을 예쁜 벽지로 발라 주었다.

그는 늘 몸가짐이 발라 누구나 좋아했다.

그 아이는 인사성이 발라 칭찬을 듣는다.

어머니께서 생선에서 가시를 발라 주셨다.

 

 

 

 

 

 

[566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 드팀전 장돌이를 시작한 지 이십 년이나 되어도 허 생원은 봉평 장을 빼논 적은 드물었다. 충주 제천 등의 이웃 군에도 가고, 멀리 영남 지방도 헤매이기는 하였으나 강릉쯤에 물건 하러 가는 외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군내를 돌아다녔다. 닷새만큼씩의 장날에는 달보다도 확실하게 면에서 면으로 건너간다. 고향이 청주라고 자랑삼아 말하였으나 고향에 돌보러 간 일도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장에서 장으로 가는 의 아름다운 강산이 그대로 그에게는 그리운 고향이었다. 반날 동안이나 뚜벅뚜벅 걷고 장터 있는 마을에 거지반 가까웠을 때, 지친 나귀가 한바탕 우렁차게 울면더구나 그것이 저녁녘이어서 등불들이 어둠 속에 깜박거릴 무렵이면 늘 당하는 것이건만 허 생원은 변치 않고 언제든지 가슴이 뛰놀았다.

() 젊은 시절에는 알뜰하게 벌어 돈푼이나 모아 본 적도 있기는 있었으나, 읍내에 백중이 열린 해 호탕스럽게 놀고 투전을 하고 하여 사흘 동안에 다 털어 버렸다. 나귀까지 팔게 된 판이었으나 애끊는 정분에 그것만은 이를 물고 단념하였다. 결국 도로아미타불로 장돌이를 다시 시작할 수밖에는 없었다. 짐승을 데리고 읍내를 도망해 나왔을 때에는 너를 팔지 않기 다행이었다고 길가에서 울면서 짐승의 등을 어루만졌던 것이었다. 빚을 지기 시작하니 재산을 모을 염은 당초에 틀리고 간신히 입에 풀칠을 하러 장에서 장으로 돌아다니게 되었다.

호탕스럽게 놀았다고는 하여도 계집 하나 후려 보지는 못하였다. 계집이란 좀 쌀쌀하고 매정한 것이었다. 평생 인연이 없는 것이라고 신세가 서글퍼졌다. 일신에 가까운 것이라고는 언제나 변함없는 한 필의 당나귀였다.

() 그렇다고는 하여도 꼭 한 번의 첫 일을 잊을 수는 없었다. 뒤에도 처음에도 없는 단 한 번의 괴이한 인연! 봉평에 다니기 시작한 젊은 시절의 일이었으나 그것을 생각할 적만은 그도 산 보람을 느꼈다.

달밤이었으나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는지 지금 생각해도 도무지 알 수는 없었다.

허 생원은 오늘 밤도 또 그 이야기를 끄집어내려는 것이다. 조 선달은 친구가 된 이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왔다. 그렇다고 싫증을 낼 수도 없었으나 허 생원은 시침을 떼고 되풀이할 대로는 되풀이하고야 말았다.

달밤에는 그런 이야기가 격에 맞거든.”

조 선달 편을 바라는 보았으나 물론 미안해서가 아니라 달빛에 감동하여서였다.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가제 지 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붓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칠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달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 섰 . 방울 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께로 흘러간다. 앞장선 허 생원의 이야기 소리는 꽁무니에 선 동이에게는 확적히는 안 들렸으나, 그는 그대로 개운한 제 멋에 적적하지는 않았다.

() 장 선 꼭 이런 날 밤이었네. 객줏집 토방이란 무더워서 잠이 들어야지. 밤중은 돼서 혼자 일어나 개울가에 목욕하러 나갔지. 봉평은 지금이나 그제나 마찬가지나 보이는 곳마다 메밀밭이어서 개울가가 어디 없이 하얀 꽃이야. 돌밭에 벗어도 좋을 것을, 달이 너무도 밝은 까닭에 옷을 벗으러 물방앗간으로 들어가지 않았나. 이상한 일도 많지. 거기서 난데없는 성 서방네 처녀와 마주쳤단 말이네. 봉평서야 제일가는 일색이었지.”

팔자에 있었나 부지.”

아무렴 하고 응답하면서 말머리를 아끼는 듯이 한참이나 담배를 빨 뿐이었다.

구수한 자줏빛 연기가 밤기운 속에 흘러서는 녹았다.

날 기다린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달리 기다리는 놈팽이가 있는 것두 아니었네. 처녀는 울고 있단 말야. 짐작은 대고 있었으나 성 서방네는 한창 어려워서 들고날 판인 때였지. 한집안 일이니 딸에겐들 걱정이 없을 리 있겠나. 좋은 데만 있으면 시집도 보내련만 시집은 죽어도 싫다지…… 그러나 처녀란 울 때같이 정을 끄는 때가 있을까. 처음에는 놀라기도 한 눈치였으나 걱정 있을 때는 누그러지기도 쉬운 듯해서 이럭저럭 이야기가 되었네…… 생각하면 무섭고도 기막힌 밤이었어.”

제천인지로 줄행랑을 놓은 건 그 다음날이었나?”

다음 장도막에는 벌써 온 집안이 사라진 뒤였네. 장판은 소문에 발끈 뒤집혀 고작해야 술집에 팔려가기가 상수라고 처녀의 뒷공론이 자자들 하단 말이야. 제천 장판을 몇 번이나 뒤졌겠나. 하나 처녀의 꼴은 꿩 궈 먹은 자리야. 첫날밤이 마지막 밤이었지. 그때부터 봉평이 마음에 든 것이 반평생을 두고 다니게 되었네. 평생인들 잊을 수 있겠나.”

() 수 좋았지. 그렇게 신통한 일이란 쉽지 않어. 항용 못난 것 얻어 새끼 낳고, 걱정 늘고 생각만 해두 진저리 나지…… 그러나 늘그막바지까지 장돌뱅이로 지내기도 힘드는 노릇 아닌가? 난 가을까지만 하구 이 생애와두 하직하려네. 대화쯤에 조그만 전방이나 하나 벌이구 식구들을 부르겠어. 사시장철 뚜벅뚜벅 걷기란 여간이래야지.”

옛 처녀나 만나면 같이나 살까…… 난 거꾸러질 때 까지 이 걷고 저 달 볼 테야.”

산길을 벗어나니 큰길로 틔어졌다. 꽁무니의 동이도 앞으로 나서 나귀들은 가로 늘어섰다.

-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56.()()에 대한 설명으로 적합한 것은?

()는 서술자가 인물에 대해 거리를 두며 논평하는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평생 인연이 없는 것은 이후에 서술될 인연의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다.

()단 한 번오늘 밤도 또와 대비되면서 인물 간의 심리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물방앗간은 과거 상황과 현재 상황의 동질성을 드러내는 장치이다.

()의 인물 간 대화는 불우한 처지를 극복하려는 주인공의 굳은 결심을 부각시키고 있다.

 

 

57.<보기>는 위 글을 읽고 허 생원에게 봉평이 지니는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토론한 내용이다. 적절한 의견으로 묶은 것은?

 

<보 기>

 

 

 

. 허 생원은 줄곧 봉평 인근을 돌아다니고 있어. 심지어 고향인 청주에도 가 보지 않은 것 같아. 허 생원에게 봉평은 마음의 구심점인 셈이지.

. 허 생원은 달밤이면 언제나 봉평에서 겪었던 무섭고도 기막힌 일을 이야기하고 있어. 달밤의 분위기가 그런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게끔 만드는 거지. 봉평은 허 생원을 현실 너머로 이어 주는 상상의 통로야.

. 허 생원은 젊었을 때 모았던 돈을 투전으로 다 날리고 평생토록 가정도 꾸리지 못했어. 허 생원에게 봉평은 젊은 시절의 잘못된 삶을 반성하게 하는 곳이지.

. 허 생원은 봉평에서 성 서방네 처녀와 평생 잊지 못할 인연을 맺었어. 허 생원에게 봉평은 가난하고 쓸쓸한 삶을 견디게 해 주는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곳이지.

① ㄱ, ② ㄱ, ③ ㄴ,

④ ㄴ, ⑤ ㄷ,

 

 

58.<보기>에 따라 이효석 문학제를 알리는 초청장을 만들려고 한다. 문안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1]

 

<보 기>

 

 

 

[A]의 분위기를 파악하여, 그것을 작가의 작품 세계가 지닌 특징을 드러내는 데 활용한다.

비유를 사용하여 표현 효과를 높인다.

역사와 전통 위에 지은 터전, 이효석 문학 마을로 오세요.

지친 현대인에게 소박한 농촌의 맛과 인심을 돌려드립니다.

이효석, 그 서정과 낭만으로 빚은 집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서도(西道)의 애수와 가락이 있는 제전, 당신의 의자를 비워 두었습니다.

우리들의 잃어버린 고향, 다시 못 갈 그 서러운 곳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59.문맥적 의미를 고려할 때,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장돌뱅이로 유랑해 온 허 생원의 삶의 여정을 드러내는 공간이다.

② ㉡길가는 허 생원이 비참해진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고 스스로를 위로했던 공간이다.

③ ㉢밤길은 장돌뱅이 생활을 하는 세 인물의 어려움과 암담한 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④ ㉣은 동이가 대화에서 배제되어 허 생원의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낸다.

⑤ ㉤은 허 생원의 과거와 현재가 길을 매개로 하여 미래로 연결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60.ⓐ~ⓔ 의 쓰임이 다른 하나는? [1]

① ⓐ ② ⓑ ③ ⓒ ④ ⓓ ⑤ ⓔ

 

 

[566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의 줄거리]

광복 직후, 이명준은 남한과 북한 사회 모두에 환멸을 느낀다. 625 전쟁에 참여했다가 포로가 된 명준은 석방 과정에서 남도 북도 아닌 중립국을 선택하고, 배를 타고 제삼국으로 떠난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없다. 무엇이든지 바라보면서, 자기 안에 있는 빈 데를 메우지 않으면, 금방 쓰러져 버릴 것 같다. 얼마를 그러고 있다가 또 뱃간으로 돌아온다. 방은 아까처럼 비어 있다.

자기 자리로 올라간다. 자려고 해서가 아니다. 그저 찾는 것도 없이, 머리맡을 어물어물 더듬는다. 손에 딱딱한 물건이 잡힌다. 부채다. 문간에서 기척이 난다.

얼른 돌아다보았으나, 아무도 나타나지는 않는다. 되도록 천천히 다락에서 내려와, 마루에 내려선다. 무슨 할 일이 없는가 찾는 사람처럼, 두리번거린다. 방 안에 새삼스레 그의 주의를 끌 만한 것은 없다. 발끝으로 살살 밀어서 유리 조각을 한곳에 모으고, 꽉 밟는다. 소리가 나지 않는다. 더 힘 있게 밟는다. 그만한 힘으로 발바닥을 올려 밀 뿐, 유리는 바스러질 대로 바스러진 모양인지, 꿈쩍도 않는다. 복도로 나선다. 복도에도 인기척은 없다. 선장실로 올라간다. 선장은 없다. 벽장 문을 연다. 총이 제자리에 세워져 있다. 벽장문을 닫는다. 서랍을 열고, 아까 선장이 들어오는 바람에 미처 돌려놓지 못한 총알을 제자리에 놓는다. 몹시 중요한 일을 마친 사람처럼, 홀가분해진다. 테이블로 가서 해도를 들여다본다. 이 배가 밟아 온 자국이 연필로 그려져 있다. 선장이 하는 것처럼 컴퍼스를 손가락으로 꼬나 잡고, 해도 위를 재 보는 시늉을 한다. 한참 장난을 하다가 컴퍼스를 던져 버린다. 그때 여태까지 한 손에 부채를 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안다.

아까, 침대에서 손에 잡힌 대로, 들고 온 것이다. 의자에 걸터앉아서 부채를 쭉 편다. 바다가 있고, 갈매기가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부채를 접었다 폈다 하다가, 스르르 눈을 감는다. 머릿속으로 허허한 벌판이 끝없이 열리며, 희미한 모습이 해돋이처럼 차츰 떠올라 온다.

……펼쳐진 부채가 있다. 부채의 끝 넓은 테두리 쪽을, 철학과 학생 이명준이 걸어간다. 가을이다. 겨드랑이에 낀 대학신문을 꺼내 들여다본다. 약간 자랑스러운 듯이. 여자를 깔보지는 않아도, 알 수 없는 동물이라고 여기고 있다.

책을 모으고, 미라를 구경하러 다닌다.

정치는 경멸하고 있다. 그 경멸이 실은 강한 관심과 아버지 일 때문에 그런 모양으로 나타난 것인 줄은 알고 있다. 다음에, 부채의 안쪽 좀 더 좁은 너비에, 바다가 보이는 분지가 있다. 거기서 보면 갈매기가 날고 있다. 윤애에게 말하고 있다. 윤애 날 믿어 줘. 알몸으로 날 믿어 줘. 고기 썩는 냄새가 역한 배 안에서 물결에 흔들리다가 깜빡 잠든 사이에, 유토피아의 꿈을 꾸고 있는 그 자신이 있다. 조선인 콜호스* 숙소의 창에서 불타는 저녁놀의 힘을 부러운 듯이 바라보고 있는 그도 있다. 구겨진 바바리코트 속에 시래기처럼 바랜 심장을 안고 은혜가 기다리는 하숙으로 돌아가고 있는 9월의 어느 저녁이 있다. 도어에 뒤통수를 부딪히면서 악마도 되지 못한 자기를 언제까지나 웃고 있는 그가 있다. 그의 삶의 터는 부채꼴, 넓은 데서 점점 안으로 오므라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은혜와 둘이 함께 있던 동굴이 그 부채꼴 위에 있다. 사람이 안고 뒹구는 목숨의 꿈이 다르지 않느니. 어디선가 그런 소리도 들렸다.

그는 지금, 부채의 사북**자리에 서 있다. 삶의 광장은 좁아지다 못해 끝내 그의 두 발바닥이 차지하는 넓이가 되고 말았다. 자 이제는? 모르는 나라, 아무도 자기를 알 리 없는 먼 나라로 가서, 전혀 새사람이 되기 위해 이 배를 탔다. 사람은,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 성격까지도 마음 대로 골라잡을 수도 있다고 믿는다. 성격을 골라잡다니! 모든 일이 잘 될 터이었다. 다만 한 가지만 없었다면. 그는 두 마리 새들을 방금까지 알아보지 못한 것이었다. 무덤 속에서 몸을 푼 한 여자의 용기를, 방금 태어난 아기를 한 팔로 보듬고 다른 팔로 무덤을 깨뜨리고 하늘 높이 치솟는 여자를, 그리고 마침내 그를 찾아내고야 만 그들의 사랑을.

돌아서서 마스트***를 올려다본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다.

바다를 본다. 큰 새와 꼬마 새는 바다를 향하여 미끄러지듯 내려오고 있다. 바다. 그녀들이 마음껏 날아다니는 광장을 명준은 처음 알아본다. 부채꼴 사북까지 뒷걸음질친 그는 지금 핑그르르 뒤로 돌아선다. 제정신이 든 눈에 비친 푸른 광장이 거기 있다.

자기가 무엇에 홀려 있음을 깨닫는다. 그 넉넉한 뱃길에 여태껏 알아보지 못하고, 숨바꼭질을 하고, 피하려 하고 총으로 쏘려고까지 한 일을 생각하면, 무엇에 씌웠던 게 틀림없다. 큰일 날 뻔했다. 큰 새 작은 새는 좋아서 미칠 듯이, 물속에 가라앉을 듯, 탁 스치고 지나가는가 하면, 되돌아오면서, 그렇다고 한다. 무덤을 이기고 온, 못 잊을 고운 각시들이, 손짓해 부른다. 내 딸아.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 옛날, 어느 벌판에서 겪은 신내림이, 문득 떠오른다. 그러자, 언젠가 전에, 이렇게 이 배를 타고 가다가, 그 벌판을 지금처럼 떠올린 일이, 그리고 딸을 부르던 일이, 이렇게 마음이 놓이던 일이 떠올랐다. 거울 속에 비친 남자는 활짝 웃고 있다.

- 최인훈,광장-

*콜호스:구소련의 집단 농장.

**사북:접었다 폈다 하는 부채의 아랫머리나 가위다리의 교차된 곳에 박아 돌쩌귀처럼 쓰이는 물건.

***마스트:돛대.

 

56.위 글의 서술상 특징을 <보기>에서 골라 바르게 묶은 것은?

 

<보 기>

 

 

 

.풍자적 어조를 통해 이야기의 비극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서술의 초점을 한 인물에 맞추어 사건을 전개하고 있다.

.작중 인물의 회상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있다.

.현재형 어미를 사용하여 일상적 삶의 모습을 부각하고 있다.

, , , , ,

 

 

57.위 글의 사북 자리’, ‘삶의 광장’, ‘푸른 광장에 대한 감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펼쳐진 부채에 비유된 삶의 광장은 점점 좁아지는 양상을 띠고 있군.

사북 자리두 발바닥이 차지하는 넓이로 표현될 만큼 삶의 위기감이 고조된 공간이군.

사북 자리에서, 주인공은 잃어버린 사회적 지위를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군.

사북 자리에서, 주인공은 삶의 광장에서 푸른 광장으로 생각을 전환하고 있군.

주인공은 무덤 속에서 몸을 푼 한 여자푸른 광장에 연결 짓고 있군.

 

 

58.<보기>의 밑줄 친 부분을 바탕으로 위 글을 이해하고자 할 때, 필요한 활동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 기>

 

 

 

작품에 반영된 사회적문화적 상황을 문학 작품 창작 당시와 연관시켜 해석할 때 드러나는 의미를 상황의 구체적 의미라 한다. 이것은 그 작품을 낳게 한 계기이기도 하며, 또 그 작품을 창작할 당시의 핵심적인 고민과 과제이기도 하다.

한편, 구체적 상황의 의미로부터 특정한 시대와 장소를 넘어 공유할 수 있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를 사회적문화적 상황의 보편적 의미라 한다. 몇백 년 전의 작품의 가치를 오늘의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보편적 의미가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이명준이 활동한 공간적 배경이 된 곳을 실제로 답사하여 현장 체험을 한다.

이명준이 은혜와 함께 있던 동굴이 우리 신화에서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알아본다.

이명준의 삶과 사랑이 시대를 초월하여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어떤 교훈을 주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명준의 성격과 행동을 분석하고 종합한 후, 그것을 중심으로 이명준의 일대기를 작성해 본다.

이명준이 겪은 사건을 작품이 창작된 시대의 상황 및 그 시기에 작가가 지녔던 가치관과 연결하여 그 의미를 알아본다.

 

 

59.㉠~㉤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인물의 행동을 짧은 문장으로 서술하여 불안한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이어질 내용에서 그림의 소재가 중요한 기능을 하게 됨을 미리 알려 준다.

:상념에서 현실 세계로 의식이 돌아오고 있음을 보여 준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원했던 자신에 대한 뉘우침이 드러난다.

:경쾌하게 날고 있는 새의 모습에 주인공의 심리를 투영하고 있다.

 

 

60.의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 사전을 찾아보았다. <보기>의 밑줄 친 부분과 쓰임이 유사하지 않은 것은? [1]

 

<보 기>

 

 

 

-타다.

1. 불이 붙어서 타다. ¶ 화재로 집이 불타다.

2. (비유적으로) 매우 붉은빛으로 빛나다. ¶ 불타는 노을.

오늘 한창 물오른 싱싱한 생선이 나왔다.

어린 동생은 자기의 나이를 손꼽아 세었다.

분홍색 메꽃이 군데군데 두렁을 수놓고 있다.

바람 소리도 잠들고 짐승들 울음소리마저 사라졌다.

오월의 신록을 살찌게 하는 비가 부슬거리고 있었다.

 

 

 

 

 

 

 

 

[1519]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주재소는 그를 노려보았다. 툭하면 오라, 가라, 하는데 학질이었다. 어느 동리고 가 있다가 불행히 일만 나면 누구보다도 그부터 붙들려 간다. 왜냐면 그는 전과 사범이었다. 처음에는 도박으로, 다음엔 절도로, 또 고 담에는 절도로, 절도로.

그러나 이번 멀리 아우를 방문함은 생활이 궁하여 근대러 왔다거나 혹은 일을 해 보러 온 것은 결코 아니었다. 혈족이라곤 단 하나의 동생이요, 또한 오래 못 본지라 때 없이 그리웠다. 그래 모처럼 찾아온 것이 뜻밖에 덜컥 일을 만났다.

지금까지 논의 벼가 서 있다면 그것은 성한 사람의 짓이라 안 할 것이다.

응오는 응고개 논의 벼를 여태 베지 않았다. 물론 응오가 베어야 할 것이나, 누가 듣든지 그 형 응칠이를 먼저 의심하리라. 그럼 여기에 따르는 모든 책임을 응칠이가 혼자 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응오는 진실한 농군이었다. 나이 서른하나로 무던히 철났다 하고 동리에서 쳐주는 모범 청년이었다. 그런데 벼를 않는다. 남은 다들 거둬들였고 털기까지 하련만 그는 벨 생각조차 않는 것이다.

지주라든 혹은 그에게 장리*를 놓은 김 참판이든 뻔찔 찾아와 벼를 베라 독촉하였다.

얼른 털어서 낼 건 내야지.”

하면 그 대답은,

계집이 죽게 됐는데 벼는 다 뭐지유

하고 한결같이 내뱉는 소리뿐이었다.

하기는 응오의 아내가 지금 기지사경이매 틈은 없었다 하더라도 돈이 놀아서 약을 못 쓰는 이 판이니 진시 벼라도 털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왜 안 털었던가.

그것은 작년 응오와 같이 지주 문전에서 타작을 하던 친구라면 묻지는 않으리라. 한 해 동안 애를 졸이며 홑자식 모양으로 알뜰히 가꾸던 그 벼를 거둬들임은 기쁨에 틀림없었다. 꼭두새벽부터 엣, , 하며 괴로움을 모른다. 그러나 캄캄하도록 털고 나서 지주에게 도지*를 제하고, 장리쌀을 제하고, 색초*를 제하고 보니 남은 것은 등줄기를 흐르는 식은땀이 있을 따름. 그것은 슬프다 하기보다 끝없이 부끄러웠다. 같이 털어 주던 동무들이 뻔히 보고 섰는데 빈 지게로 덜렁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건 진정 열적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다. 참다 참다 못해 응오는 눈에 눈물이 흘렀던 것이다.

가뜩한데 엎치고 덮치더라고 올해는 고나마 흉작이었다. 샛바람과 비에 벼는 깨깨 비틀렸다. 이놈을 가을하다간 먹을 게 남지 않음은 물론이요 빚도 다 못 가릴 모양. 에라, 빌어먹을 거 너들끼리 캐다 먹든 말든 멋대로 하여라, 하고 내던져 두지 않을 수 없다. 벼를 거뒀다고 말만 나면 빚쟁이들은 우몰려들 거니깐.

응칠이의 죄목은 여기에서도 또렷이 드러난다. 국으로 가만만 있었다면 좋은 걸 이 사품에 뛰어들어 지주의 뺨을 제법 갈긴 것이 응칠이었다.

처음에야 그럴 작정이 아니었다. 그는 여러 곳 물을 마신 이만치 어지간히 속이 틘 건달이었다. 지주를 만나 까놓고 썩 좋은 소리로 의논하였다. 올 농사는 반실이니 도지도 좀 감해 주는 게 어떠냐고. 그러나 지주는 암말 없이 고개를 모로 흔들었다. 정 이러면 하여튼 일 년 품은 빼야 할 테니 나는 그 논에다 불을 지르겠수, 하여도 잠자코 응치 않는다. 지주로 보면 자기로도 그 벼는 넉넉히 거둬들일 수는 있다마는, 한번 버릇을 잘못 해 놓으면 여느 작인까지 행실을 버릴까 염려하 겉으로 독촉만 하고 있는 터이었다. 실상이야 고까짓 벼쯤 있어도 고만 없어도 고만, 그 심보를 눈치 채고 응칠이는 화를 벌컥 낸 것만은 좋으나 저도 모르게 대뜸 주먹뺨이 들어갔던 것이다.

이렇게 문제 중에 있는 벼인데 귀신의 놀음 같은 변괴가 생겼다. 다시 말하면 벼가 없어졌다. 그것도 병들어 쓰러진 쭉정이는 제쳐 놓고 무얼로 그랬는지 알장 이삭만 따 갔다. 그 면적으로 어림하면 아마 못 돼도 한 댓 말 가량은 될는지!

응칠이가 아침 일찍이 그 논께로 노닐자 이걸 발견하고 기가 막혔다. 누굴 성가시게 굴려고 그러는지. 산속에 파묻힌 논이라 아직은 본 사람이 없는 모양 같다. 하나 동리에 이 소문이 퍼지기만 하면 저는 어느 모로든 혐의를 받아 폐는 좋이 입어야 될 것이다.

 

(중략)

 

한 식경쯤 지났을까, 도적은 다시 나타난다. 논둑에 머리만 내놓고 사면을 두리번거리더니 그제야 기어 나온다. 얼굴에는 눈만 내놓고 수건인지 뭔지 헝겊이 가리었다. 봇짐을 등에 짊어 메고는 허리를 구붓이 뺑소니를 놓는다.

그러자 응칠이가 날쌔게 달려들며,

이 자식, 남의 벼를 훔쳐 가니!”

하고 대포처럼 고함을 지르니 논둑으로 고대로 데굴데굴 굴러서 떨어진다. 얼결에 호되게 놀란 모양이다.

응칠이는 덤벼들어 우선 허리께를 내려조겼다. 어이쿠쿠, 하고 처참한 비명이다. 이 소리에 귀가 번쩍 띄어서 그 고개를 들고 팔부터 벗겨 보았다. 그러나 너무나 어이가 없었음인지 시선을 치걷으며 그 자리에 우두망찰한다.

그것은 무서운 침묵이었다. 살뚱맞은 바람만 공중에서 북새를 논다.

한참을 신음하다 도적은 일어나더니,

성님까지 이렇게 못살게 굴기유?”

제법 눈을 부라리며 몸을 홱 돌린다. 그리고 느끼며 울음이 복받친다. 봇짐도 내버린 채,

내 것 내가 먹는데 누가 뭐래?”

하고 데퉁스러이 내뱉고는 비틀비틀 논 저쪽으로 없어진다.

형은 너무 꿈속 같아서 멍하니 섰을 뿐이다.

- 김유정, 만무방-

*장리: 돈이나 곡식을 꾸어 주고, 받을 때는 한 해 이자로 본디 의 절반 이상을 받는 변리.

*도지: 남의 논밭을 빌려서 부치는 대가로 해마다 내는 벼.

*색초: 잡초를 제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15.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1]

인물의 행동과 심리를 따라가며 서사를 전개하고 있다.

다양한 인물들의 경험을 삽화 형식으로 나열하고 있다.

장황한 해설을 통해 작가 의식을 표출하고 있다.

인물의 외양 묘사를 통해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회상을 통해 서정적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16.[A][B]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을 <보기>에서 골라 바르게 묶은 것은?

 

<보 기>

 

 

 

 

.[A][B]의 사건이 일어나게 된 상황적 배경이 된다.

.[A]에 드러나 있는 갈등은 [B]에서 극적으로 해소된다.

.[A][B]가 묶여 당시의 궁핍한 현실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A]에서는 불만의 대상이 개인이었다가 [B]에서는 사회로 확대된다.

① ㄱ, ② ㄱ, ③ ㄴ,

④ ㄴ, ⑤ ㄷ,

 

 

17.응칠의 행동을 <보기>와 같이 정리하였다. <보기>를 토대로 위 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

 

<보 기>

 

 

 

 

. 응칠이는 먼 곳에서 동생을 찾아온다.

. 응칠이는 담판을 지으려고 지주를 만난다.

. 응칠이는 지주의 뺨을 때린다.

. 응칠이는 논에 가서 도적을 기다린다.

. 응칠이는 도적을 잡기 위해 다짜고짜로 달려든다.

, 을 통해 동생을 생각하는 응칠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

, 에서 응칠이가 동생을 찾아온 일이 도적과 관계됨을 알 수 있어.

, , 을 통해 호락호락하지 않은 응칠이의 성격을 알 수 있어.

, 을 통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응칠이의 의지를 볼 수 있어.

, 은 응칠이가 자신에게 미칠지 모를 혐의를 벗기 위해 한 행위일 수 있어.

 

 

18.㉠~㉤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진실한 농군의 행위인 점에 비추어, 의도가 단순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 노동의 결과가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쓸쓸함과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 새로운 문제의 발생으로 사건이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 예상된다.

: 싸움 중에 잠시 찾아온 침묵으로, 상대방에 대한 경계심이 표현되어 있다.

: 뜻밖의 상황을 당해 당혹스러워 하는 인물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19. ⓐ~ⓔ를 바꿔 쓴 말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

① ⓐ: 알아주는 ② ⓑ: 태우며

③ ⓒ: 갚을 ④ ⓓ: 거칠게

⑤ ⓔ: 친다

 

 

[475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연습이 끝나고 막걸리 집으로 옮겨 갔을 때도, 아이들은 민 노인을 에워싸고 역시 성규 할아버지의 북소리는, 우리 같은 졸개들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명인의 경지라고 추어올렸다. 그것이 입에 발린 칭찬일지라도, 민 노인으로서는 듣기 싫지 않았다. 잊어버렸던 세월을 되일으켜 주는 말이기도 했다.

얘들아, 꺼져 가는 떠돌이 북쟁이 어지럽다. 너무 비행기 태우지 말아라.”

민 노인의 겸사에도 아이들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아닙니다. 벌써 폼이 다른걸요.”

맞아요. 우리가 칠 때는 죽어 있던 북소리가, 꽹과리보다 더 크게 들리더라니까요.

성규, 이번에 참 욕보았다.”

난데없이 성규의 노력을 평가하는 녀석도 있었다. 민 노인은 뜻밖의 장소에서 의외의 술친구들과 어울린 자신의 마음이, 외견과는 달리 퍽 편안하다는 느낌도 곱씹었다. 옛날에는 없었던 노인과 젊은이들의 이런 식 담합이, 어디에 연유하고 있는가를 딱히 짚어 볼 수는 없었으되.

두어 번의 연습에 더 참가한 뒤, 본 공연이 열리던 날 새벽에 민 노인은 성규에게 일렀다.

아무리 단역이라고는 해도, 아무 옷이나 걸치고는 못 나간다. 모시 두루마기를 입지 않고는 북채를 잡을 수 없어.

물론이지요. 할아버지 옷장에서 꺼내 놓으세요. 제가 따로 가지고 갈게요.”

두 시부터라고 했지?”

.”

이따 만나자.”

일찍 점심을 먹고, 여느 날의 걸음걸이로 집을 나선 민 노인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설레임으로 흔들렸다. 아직은 눈치를 채지 못한 아들 내외에 대한 심리적 부담보다는, 자기가 맡은 일 때문이었다. 수십 명의 아이들이 어우러져 돌아가는 춤판에 영감쟁이 하나가 낀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어색하기도 하고, 모처럼의 북 가락이 그런 모양으로밖에는 선보일 수 없다는 데 대한, 엷은 적막감도 씻어 내기 힘들었다. 그러나 젊은 훈김들이 뿜어내는 학교 마당에 서자 그런 머뭇거림은 가당찮은 것으로 치부되었다. 시간이 되어 옷을 갈아입고 아이들 속에 섞여 원진(圓陣)을 이루고 있는 구경꾼들을 대하자, 그런 생각들은 어디론지 녹아 내렸다. 그 구경꾼들의 눈이 자기에게 쏠리는 것도 자신이 거쳐 온 어느 날의 한 대목으로 치면 그만이었다. 노장이 나오고 취발이가 등장하는가 하면, 목중들이 춤을 추며 걸쭉한 음담패설 등을 쏟아 놓을 때마다, 관중들은 까르르 웃었다. 민 노인의 북은 요긴한

대목에서 둥둥 울렸다. 째지는 소리를 내는 꽹과리며 장구에파묻혀 제값을 하지는 못해도, 민 노인에게는 전혀 괘념할 일이 아니었다. 그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공연 전에 마신 술기운도 가세하여, 탈바가지들의 손끝과 발목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의 북소리는 턱 턱 꽂혔다. 그새 입에서는 얼씨구! 소리도 적시에 흘러나왔다. 아무 생각도 없었다. 가락과 소리와, 그것을 전체적으로 휩싸는 달착지근한 장단에 자신을 내맡기고만 있었다.

그날 밤, 민 노인은 근래에 흔치 않은 노곤함으로 깊은 잠을 잤다. 춤판이 끝나고 아이들과 어울려 조금 과음한 까닭도 있을 것이었다. 더 많이는, 오랜만에 돌아온 자기 몫을 제대로 해냈다는 느긋함이, 꿈도 없는 잠을 거쳐 상큼한 아침을 맞고 했을 것으로

믿었는데, 그런 흐뭇함은 오래 가지 않았다. 다 저녁때가 되어, 외출에서 돌아온 며느리는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성규를 찾았고, 그가 안 보이자 민 노인의 방문을 밀쳤다.

아버님, 어저께 성규 학교에 가셨어요?”

예사로운 말씨와는 달리, 굳어 있는 표정 위로는 낭패의 그늘이 좍 깔려 있었다. 금방 대답을 못하고 엉거주춤한 형세로 며느리를 올려다보는 민 노인의 면전에서, 송 여사의 한숨 섞인 물음이 또 떨어졌다.

북을 치셨다면서요.”

그랬다. 잘못했니?”

우선은 죄인 다루듯 하는 며느리의 힐문에 부아가 꾸역꾸역 치솟고, 소문이 빠르기도 하다는 놀라움이 그 뒤에 일었다.

아이들 노는 데 구경 가시는 것까지는 몰라도, 걔들과 같이 어울려서 북 치고 장구 치는 게 나이 자신 어른이 할 일인가요?”

하면 어때서. 성규가 지성으로 청하길래 응한 것뿐이고, 나는 원래 그런 사람 아니니. 이번에도 내가 늬들 체면 깎았냐.

아시니 다행이네요.”

송 여사는 후닥닥 문을 닫고 나갔다.

-최일남, 흐르는 북-

 

47. 위 글의 서술상의 특징과 그 효과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여 인물의 내적욕망을 드러내고 있다.

특정 인물의 시각에서 서술하여 그의 내면에 공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성격과 행위의 괴리를 보여 주어 인물이 처한 심리적 상황을 부각시키고 있다.

서술자가 인물과 사건을 권위적으로 논평하여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시대적 배경을 섬세하게 묘사하여 사회 현실의 문제를 실감나게 드러내고 있다.

 

 

48. 위 글의 공간적 배경에 대한 해석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막걸리 집민 노인이 신세대와 만나 인간적인 소통을 하는 공간이다.

춤판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유대감을 확인하는 공간이다.

춤판구경꾼들이 공연 내용에 반응하며 전통 예술을 향유하는 공간이다.

춤판민 노인이 신명 나게 북을 치며 자신감을 회복하는 공간이다.

며느리가 사회적 체면을 중시하여 자신의 허영심을 억압하는 공간이다.

 

 

49.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상대방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 부담감을 떨치고 상황에 적응하고 있다.

: 상황에 몰입하여 무아지경의 상태에 있다.

: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 상대방의 감정을 누그러뜨리려고 애쓰고 있다.

 

 

50. 를 바탕으로 민 노인의 예술에 대한 태도를 가장 잘 표현한 것은?

예술은 예술가의 고난과 인내를 통해서 성취되는 아름다움의 결정체이다.

예술은 대접을 받지 못하더라도 품위 있는 격식을 잃지는 말아야 한다.

예술은 어려움에 처해 있을지라도 시대의 이상을 꿋꿋이 지켜야 한다.

예술은 청중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통해서 성취되는 사회적 산물이다.

예술은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 바쳐지지 않으면 안 된다.

 

 

 

 

 

 

 

 

 

 

 

 

 

 

 

 

 

 

 

 

 

 

 

 

 

 

 

 

 

 

 

 

 

 

 

 

 

 

 

 

 

 

 

 

 

 

 

[202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이윽고 서씨의 몸은 성벽의 저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에 나는 더욱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서씨가 성벽 위에 몸을 나타내고 그리고 성벽을 이루고 있는 커다란 금고만 한 돌덩이를 그의 한 손에 하나씩 집어서 번쩍 자기의 머리 위로 치켜 올린 것이었다. 지렛대나 도르래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혹은 여러 사람이 달라붙지 않고서는 들어 올릴 수 없는 무게를 가진 돌을 그는 맨손으로 들어 올린 것이었다. 그는 나에게 보라는 듯이 자기가 들고 서 있는 돌을 여러 차례 흔들어 보이고 나서 방금 그 돌들이 있던 자리를 서로 바꾸어서 그 돌들을 곱게 내려 놓았다.

나는 꿈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고담(古談) 같은 데서 등장하는 역사(力士)만은 나도 인정하고 있는 셈이지만 이 한밤중에 바로 내 앞에서 푸르게 빛나는 조명을 온몸에 받으며 성벽을 디디고 우뚝 솟아 있는 저 사내를 나는 무엇이라고 이름 붙여야 할지 몰랐다.

 

역사, 서씨는 역사다, 하고 내가 별수 없이 인정하며 감탄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그 귀기(鬼氣)에 찬 광경을 본 무서움에 떨고 있는 동안에 그는 어느새 돌아왔는지 유령처럼 내 앞에서 자랑스러운 웃음을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서씨는 역사였다. 그날 밤 나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제까지 아무에게도 들려주지 않았다는 서씨의 얘기를 들었다.

 

그는 중국인의 남자와 한국인의 여자 사이에서 난 혼혈아였다. 그의 선조들은 대대로 중국에서 이름 있는 역사들이었다. 족보를 보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장수가 있다고 했다. 그네들이 가졌던 힘, 그것이 그들의 존재 이유였고 유일한 유물이었던 모양이었다. 그 무형의 재산은 가보로서 후손에게 전해졌다. 그것으로써 그들은 세상을 평안하게 할 수 있었고 자신들의 영광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서씨에 와서도 그 힘이 재산이 될 수는 없었다. 이제 와서 그 힘은 서씨로 하여금 공사장에서 남보다 약간 더 많은 보수를 받게 하는 기능밖에 가질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결국 서씨는 그 약간 더 많은 보수를 거절하기로 했다. 남만큼만 벽돌을 날랐고 남만큼만 땅을 팠다. 선조의 영광은 그렇게 하여 보존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서씨는 아무도 나다니지 않는 한밤중을 택하고 동대문의 성벽에서 그 힘이 유지되고 있음을 명부(冥府)의 선조들에게 알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대낮에 서씨가, 동대문의 바로 곁에 서서 행인들 중 누구 한 사람도 성벽을 이루고 있는 돌 한 개의 위치 변화에 관심을 보내지 않고 지나다닐 때, 옮겨진 돌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을 나는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그것이 서씨가 간직하고 있는 자기였고 내가 그와 접촉하면 할수록 빨려 들어갈 수 있었던 깊이였던 모양이었다.

그 집그늘 많은 얼굴들이 살던 그 집에서 나는 나 자신 속에서 꿈틀거리는 안주(安住)에의 동경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그 사람들의 헤어날 길 없는 생활 속에 내가 휩쓸려 들어가게 되는 것이 무서웠기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곳을 뚝 떠나서 이 한결같은 곡이 한결같은 악기로 연주되는 집에 오자 그것은 견디어 낼 수 없는 권태와 이 집에 대한 혐오증으로 형체를 바꾸는 것이었다. 나란 놈은 아마 알 수 없는 놈인가 보다.

피아노 소리가 그쳤다. 무의식중에 나는 방바닥에서 팔목시계를 집어 올렸다. 내가 지금 무슨 행동을 했던가를 깨닫자 나는 쓴웃음이 나왔다. 피아노가 그친 시간을 재 보려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일도 그 피아노가 그친 시간을 재서 그 시간들을 비교하며 이 집에 대한 혐오증의 이유를 강화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나는 자신에 대해서 어이가 없음을 느꼈다.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은, 그것은 조금 전에 내가 서씨의 그 거짓 없는 행위를 회상했던 덕분이 아니었을까? 서씨가 내게 보여 준 게 있다면 다소 몽상적인 의미에서의 성실이었고 그리고 그것은 이 양옥 속의 생활을 비판하는 데도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고 내게 생각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집으로 옮아온 다음날의 저녁, 식사 시간도 잡담 시간도 지나고 모든 사람들의 공부 시간이 되자 나는 홀로 내 방의 벽에 기대앉아서 기타를 퉁겨 보기 시작했던 때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 불현듯이 기타를 켜고 싶어지는 때가 있는 법이다. 그것은 감정의 요구이지만 그렇다고 비난할 건 못 되지 않는가. 내가 줄을 고르며 음을 시험해 보고 있는데 다색(茶色) 나왕으로 된 내 방문이 열리며 할아버지가 들어왔다. 그리고 나의 기타 켜는 시간은 오전 열시부터 한 시간 동안 할머니와 며느리가 미싱을 돌리는 같은 시각으로 배치되었던 것이다. 위대한 가풍이 내게 작용한 첫 번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내가 내게 주어진 그 시간을 이용해 본 적은 하루도 없었다. 흥이 나지 않아서였다고 하면 적당한 표현이 되겠다.

- 김승옥, 역사(力士)-

 

20. 위 글의 서술상의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시대적 배경과 밀접한 어휘를 활용하여 주제 의식을 강화한다.

빈번한 장면 전환을 통해 인물들 사이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인물들의 서로 다른 특성을 제시하며 서술자의 시각을 드러낸다.

현학적인 표현을 주로 사용하여 이상적인 삶의 모습을 형상화한다.

공간적 배경에 따라 서술자를 달리하여 상황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21.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서씨가 보여 준 모습은 에게 경이로운 것이었다.

: 자신의 힘을 더욱 유용하게 쓰기 위해 힘을 비축해야 했다.

: ‘조차도 의 감정 변화를 제대로 납득하기 어려웠다.

: 이 집안의 규칙이 얼마나 정확히 지켜지는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 ‘의 행동이 이 집안의 규칙에 의해 제약되기 시작했다.

 

 

 

22. ⓐ~ⓔ 중 문맥상 함축하는 의미가 다른 하나는?

① ⓐ ② ⓑ ③ ⓒ ④ ⓓ ⑤ ⓔ

 

 

 

 

23. <보기>를 바탕으로 [A], [B]를 감상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 기>

 

 

 

 

김승옥은 역사에서 일반적 통념의 범위를 넘어서는 새로운 차원의 사실성을 추구하였다. 이 작품의 창작 의도를 밝힌 글에서 그는, “우리의 눈에는 비사실적인 것도 외국인의 눈으로 보면 사실적으로 보일 수 있다.”라고 했다. 작품 속의 동대문 성벽의 돌덩이 옮겨 놓기라는 소재는, 이를테면 외국인의 눈을 통해 새롭게 변형된 것이다. 작가는 변형의 효과를 살리기 위해, 작중 상황에 실감을 주는 소설적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금고만 한 돌덩이외국인의 눈으로 보면 비사실적인 소재이겠군.

동대문이라는 낯선 배경을 제시하여 독자들이 느끼는 실감을 떨어뜨리고 있군.

서씨가계의 내력을 제시한 것은 서씨의 행위에 사실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이군.

푸르게 빛나는 조명서씨의 신성한 면모를 일상적인 모습으로 변형하려는 의도에서 설정된 것이겠군.

꿈속에 있는 기분이었다는 것은 돌덩이 옮겨 놓기가 사실이 아니라 환상이었음을 암시하고 있군.

 

[38 ~ 4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남다른 눈썰미로 한 번 보면 못 내는 시늉이 없었고, 손속 또한 유별났으니 애써 가르친 바가 없어도 음식 맛깔과 바느질 솜씨는 어머니도 나무랄 수 없음을 진작에 선언한 정도였다.

동냥을 주면 종구라기가 넘치고 개밥을 주어도 구유가 좁게 손이 컸다.

저것이 저리 손이 크니 시집가면 대번 시에미 눈 밖에 나리…….”

어머니의 걱정처럼 그녀는 오종종하거나 소갈머리 오죽잖은 짓을 가장 싫어했고, 남의 억울한 일에는 팔뚝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뒵들어 싸워 주며, 부지런하려 들기로도 남보다 뒤처짐이 없었던 것이다. 대소 간에 대사가 있을 때마다 그녀가 징발됐던 것도 남의 집 뒷수쇄에 뛰어난 능력을 보였음이니, 온갖 일의 들무새요 안머슴이었던 것이다.

말꼬랑지 파리가 천 리 가더라구 옹젬이가 그렇당께.”

부락 사람들은 그녀의 억척과 솜씨를 그렇게 비유하였고, 그녀는 그녀대로 그런 말 듣게 된 자신을 대견스레 여기는 것 같았다.

그녀가 열여섯이라는 어린 나이였음에도, 안팎 동네의 머슴이나 품일꾼, 그리고 어리전이나 드팀전을 보아 제 몫은 하던 장돌뱅이 총각들의 눈독을 한 몸에 받고 있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총각들은 장차 그녀를 아내로 맞고 싶어서 그러던 것은 분명 아닌 것 같았다. 그 시절만 해도 혼사에 있어서만은 으레 근본의 어떠함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던 것이다. 양반 찌꺼기들은 말할 것도 없고 향품배(鄕品輩)* 끄트머리만 되어도 집안이 이렇고 저러함을 가장 큰 구실 로 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경우 교전비(轎前婢)*와 난봉난 행랑것 사이에서 태어났던 그녀의 신분은 누구라도 고개를 저을 커다란 허물이었다. 아무리 소견이 들어 됨됨이가 쓸 만하고 살림에 규모가 있더라도 그녀의 내력을 번연하게 외던 근동 사람이라면 거들떠보려고도 않을 판이었다.

(중략)

 

관촌 부락에서 등성이를 끼고 돌면 요까티라는 작은 부락이 있었다. 원래 이웃하고 농사짓는 초가집 대여섯 가구뿐으로 일년 내 내 대사 한 번 치르지 않아 사는 것 같지 않던 동네였으나, 해방 이듬해부터는 금융 조합 창고 같은 연립 주택이 몇 채 들어서고 한 채에 여남은 가구씩, 북해도에서 왔다는 전재민들을 들여 정착시키자, 밤낮 조용한 날이 없게 시끄러운 마을로 변하면서 전재민 촌이라는 새 이름이 붙은 곳이었다. 읍내의 지게꾼, 신기료장수, 리어카꾼과, 주제꼴이 남루한 낯선 사람은 모두 전재민촌에서 사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무방할 지경이었다. 그 전재민촌이란 이름은 차츰 도둑놈 소굴이라는 뜻의 대명사로 불리어져 갔다. 관촌 사람들은 집 안에서 무엇이 없어진다거나, 논밭에 심 은 것이 축난 듯싶으면 으레 전재민촌 사람들의 소행으로 여겨 버릇했고, 서툰 임고리장수가 들어서도 전재민촌 사람으로 판단, 물건을 갈아주기보다 집어 가는 것이 없는가를 살피려는 도사림으로 냉대해 보내기 일쑤였다.

 

그런 중에도 옹점이는 조금 달랐다. 그네들의 살아온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 보면 불쌍하기 그지없다던 거였다. 굶다 못해 이불솜을 빼다 팔아 겨울에도 홑이불을 덮는다든가, 변변한 옷가지는 죄 팔아먹어 주제꼴이 그처럼 비렁뱅이 꼴이라는 거였다. 그렇다면서 전재민만 오면 어머니를 졸라 무엇이든 한 가지는 갈아주도록 꾀하던 것이다. 그녀는 특히 그녀만 보면,

옥상, 오꼬시 사 먹소.”

하며 들어붙던 절름발이 늙은이를 가장 측은하게 여기고 있었다. 일본에서 건너오다 처자를 놓쳐 홀로 된 늙은이라는 거였다.

그 옥상만 보면 지 애비가 모집 나갔다 나오면서 고상했다던 생각이 나서 딱해 못 젼디겄슈.”

옹점이가 어머니한테 하던 말이다.

과자를 먹어 어디서 난 것이냐고 물으면 옹점이는 서슴지 않고,

쭉젱이 보리 한 종발 주구 옥상헌티 샀지.”

했다. 옥상에게 곡식을 빼돌려 가면서까지 그녀가 내게 군것질을 시킨 이유는, 옥상이라고 부르던 그 불우한 늙은이를 돕는 마음이었지만, 그러나 더 갸륵한 뜻이 없지 않았음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근래에 들어와 크게 유행을 본 말 가운데서 내가 가장 깨닫기 수월찮던 말이 주체 의식이니 주체성 운운하던 단어들이었다. 어떡하는 것이 주체 의식이 있는 일이고 무엇이 주체성 을 지키는 것인지 얼른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세상이 어지러운 난세일수록 유언비어가 난무함이 예사이고, 말을 않으면 병신 대접 받기 십상인 줄 모르지 않으나, 주체 의식이나 주체성이란 말을 외래어보다도 막연하게, 개나 걸이나 지껄여 대지 않으면 행세를 못하는 줄 알 던 많은 사람을 보아 온 터여서, 그 천한 말을 옹점이는 일찍이 내게 행동으로써 보여 준 셈이라고 장담하게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한 번 더 다짐해 두지만, 그 무렵 옹점이의 태도를 주체 의식, 또는 주체성이 있는 것으로 보아 무방하다면, 나는 그녀만 한 정신 자세를 가진 인간을, 내가 이 사회에 나와 벌어먹게 된 뒤로는 몇 사람 외 에 구경하지 못했다고 단언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 이문구, 관촌수필-

* 향품배 : 지방의 낮은 벼슬아치들.

* 교전비 : 혼례 때에 신부가 데리고 가던 계집종.

 

38. 위 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서술자를 교체하여 새로운 사건을 도입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반복 교차하여 사건에 입체감을 부여하고 있다.

사건에 대한 객관적 묘사를 활용하여 독자의 판단을 유도하고 있다.

방언 과 구어적 표현을 사용하여 생동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 가고 있다.

이질적인 시선을 대비해 가며 사회 현실을 총체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

 

39. 위 글의 등장인물이 했음 직한 말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어머니 : 옹점이가 솜씨는 나무랄 데 없지만 통이 너무 커서 앞날이 걱정이야.

옹점이 자신 : 나보고 오지랖이 넓다고들 하는데, 나 없으면 동네 큰 잔치는 누가 준비하지?

장돌뱅이 총각 : 옹점이가 가난하지만 않으면 색시로 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근동 사람 : 옹점이네 속사정을 잘 아는데, 옹점이가 사람만 놓고 보면 커다란 흠은 없지.

절름발이 늙은이 : 관촌의 다른 사람들과 달리, 옹점이는 내 처지를 잘 이해해 주지.

 

40. 위 글의 공간적 배경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관촌은 공동체적 유대감과 계층 간 위계 의식이 남아 있는 공간이다.

전재민 촌은 강한 내적 결속력을 가진 폐쇄적인 공간이다.

관촌은 역동적인 공간임에 비해 전재민촌은 한적한 공간이다.

관촌은 전재민촌과 달리 시대의 변화에 순응하는 공간이다.

관촌과 전재민촌은 모두 물질 중심의 가치관이 지배하는 공간이다.

 

41. 위 글을 <보기>에 비추어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

 

보 기

 

 

 

관촌수필은 전()을 현대적으로 변용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은 한 인물의 행적을 짤막하게 서술한 전통적인 글쓰기 양식이다. 대개 인물 소개 - 주요 행적 - 인물평의 순서로 구성된다. 서술 대상은 주로 충신, 효자 등 모범적인 덕목을 지닌 인물이었는데, 그중에는 하층민도 포함되어 있다. 전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인물평인데, 인물의 행적 요약, 본받을 만한 덕목 제시, 작가의 최종 평가 등으로 구성 된다. 이 과정에서 세상에 대한 작가의 판단이 덧붙여지곤 한다. 인물평은 행적 부분과 구별되는 진술 방식을 보여 주기도 한다.

[A]주요 행적중 하나에 해당한다.

옹점이가 이 된 이유는 신분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지 때문이다.

서술자 는 주체 의식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B]에 나타난 세태 비판적 태도에서 을 엿볼 수 있다.

[B]의 어투가 이전과는 달라진 것에서 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