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수능특강 국어 문학]고전시가 '싀어마님 며느라기~'
싀어마님 며느라기~
■본문
①[싀어마님 며느라기 낫바 벽 바흘 구르지 마오.]
빗에 바든 며린가 갑세 쳐 온 며린가. 밤나모 서근 등걸에 휘초리나 치 말살픠선 싀아바님, 볏 뵌 동치 되죵고신 싀어마님, 三年(삼 년) 겨론 망태에 새 송곳 부리치 족신 싀누으님, 당피 가론 밧틔 돌피 나니치 노란 욋곳 튼 피 누 아들 나 두고,
②[건 밧틔 멋곳 튼 며리를 어듸를 낫바 시는고.]
▶시집살이의 어려움을 한탄함.
풀어 읽기
시어머님, 며느리가 밉다고 부엌 바닥을 구르지 마오. / 빚으로 대신 받은 며느리인가, 물건 값 대신에 데려온 며느리인가. 밤나무 썩은 등걸에 회초리가 난 것 같이 매서운 시아버님, 햇볕에 쬔 쇠똥같이 말라빠지신 시어머님, 삼 년이나 걸려서 짠 망태기에 새 송곳부리같이 뾰족하신 시누이님, 좋은 곡식을 심은 밭에 질 떨어지는 곡식이 나는 것같이 샛노란 오이꽃 같은 피똥이나 누는 아들 하나 두고, / 기름진 밭에 메꽃 같은 며느리를 어디를 밉다고 하시는고.
■핵심 연구
• 연대
조선 후기
• 제재
시집살이
• 주제
시집살이의 고충(苦衷)을 한탄함.
• 특징
시집 식구들의 모습과 성격을 농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에 비유하여 희화화 함.
• 출전
“진본 청구영언(珍本靑丘永言)”
■구절 풀이
① 며느리의 관점에서 시어머니에게 고된 시집살이를 시키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는 말이다. 여기에서 부엌 바닥을 구르지 말아 달라는 것은 너무 심하게 구박하지 말아 달라는 의미이다.
② ‘건 밧틔 멋곳 튼 며리’는 ‘노란 욋곳 튼 피 누 아들’과 대비되는 표현이다. 부족함이 없는 며느리를 아무 이유도 없이 구박하는 시댁 식구들에 대한 원망과 탄식이 담겨 있다.
■작품 해설
봉건 사회의 대가족 제도 아래에서 시집살이하는 며느리의 원망과 한탄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는 사설시조이다. 며느리를 억압하는 시댁 식구들을 구체적인 사물에 비유하여 웃음을 유발함과 동시에 풍자하고 있다. 나아가 시댁 식구들은 부정적 사물에, 며느리는 긍정적 사물에 비유하여 대조시킴으로써 부녀자의 원정(怨情)을 더욱 뚜렷하게 부각하고 있다.
■엮어 읽기
부엌에서는 / 언제나 바삭바삭 무언가 타는 소리가 나요. 세상이 열린 이래 똑같은 하늘 아래 선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은 큰방에서 큰 소리 치고 한 사람은 / 종신 동침 계약자, / 외눈박이 하녀로 부엌에 서서 / 뜨거운 촛농을 제 발등에 붓는 소리. - 문정희, ‘작은 부엌 노래’에서 |
| ▶ ‘작은 부엌 노래’는 ‘부엌’이라는 여성의 활동 공간을 배경으로 불평등한 결혼 제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있는 작품이다. ‘싀어마님 며느라기 낫바~’와 ‘작은 부엌 노래’는 모두 ‘시집’과 ‘부엌’이라는 ‘가부장적 억압의 공간’을 설정하여 불평등한 결혼 제도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견지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또한, 두 작품 모두 여성을 다른 대상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는데, ‘싀어마님 며느라기 낫바~’에서는 ‘며느리’가 ‘메꽃’에, ‘작은 부엌 노래’에서는 여성이 ‘하녀’에 비유되어 있다. 그러나 전자는 병약한 ‘아들(남편)’보다 ‘며느리’가 더 나은 존재임을 드러내는 표현이지만, 후자는 가부장제적 현실에서 ‘큰방에서 큰 소리 치’는 ‘남편’의 시중을 들어야 하는 여성의 고달픈 삶을 비유하는 표현이라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
■참고 자료
‘창 내고쟈~’와 ‘싀어마님~’에 나타난 해학과 풍자
해학과 풍자는 웃음을 동반하여 현실을 우회적으로 다루는 표현 방법으로, 주어진 상황에 순종하기보다 그것을극복하고자 하는 건강한 삶의 의지에서 나온다. ‘창 내고쟈~’는 장지문의 종류와 그 부속품을 열거하여 시적 화자의 답답한 심정을 절실하고도 과장되게 표현함으로써 해학성을 드러낸다. 또한, 답답함을 풀기 위해 마음에 창을 내겠다고 한 것은 상황을 극복해 나가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싀어마님~’은 시집 식구들을 농촌 현실과 밀착된 사물들에 비유, 희화화함으로써 그들의 모습과 성격을 해학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아무 이유 없이 며느리를 구박하는 시집 식구들에 대한 원망과 왜곡된 가부장적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을 풍자적으로 표출하고 있다.